[인터뷰] "천년의 맛! 세상 밖으로" ㈜전주주조 하수호 회장
제2막 프로젝트 시동…전주모주‧전주막걸리,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진출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2018-09-11 11:34 송고
하수호 (주)전주주조 회장이 전북 전주시 전주주조 본사에서 뉴스1 전북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8.9.1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
전라도 정도 1000년을 맞아 광주와 전남, 전북 등 전라도 각 지자체들이 비상을 꿈꾸고 있다. 3개 시도의 공식 슬로건 ‘천년을 품다, 새천년을 날다’는 지나온 천년의 역사를 품고 새로운 천년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담았다. 전주(全州)의 지명을 사명에 새긴 ㈜전주주조도 전라도 1000년에 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주, 전라도를 넘어 세상 밖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전주주조는 올해 ‘천년의 맛 세상 밖으로’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서울 수도권에 진출했다. 제2의 막 프로젝트다. ㈜전주주조는 2008년부터 전주시와 함께 삼천동 막걸리 명소와 전주한옥마을 대표 관광상품 전주모주의 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주의 대표 전통주인 전주모주는 2009년부터 농림부, 전라북도, 전주시와 ㈜전주주조가 30억을 공동 투자한 전주향토식품으로서 전주 관광객들 사이에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전주막걸리와 함께 서울 수도권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하수호 ㈜전주주조 회장을 11일 회장실에서 만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듣고 일문일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80년 역사 대한민국 막걸리 업계에서 서울 ‘장수막걸리’는 삼성이다. 연매출이 2000억원 가까이 된다. 그런데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평막걸리가 뜨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회사인데 매출이 2012년 2억원에서 지난해 120억원으로 60배 뛰었다. 올해 매출은 150억으로 예상된다. 하루 매출로 따지만 한 박스 20병 기준 4000박스를 납품한다. 전주 전체 물량이 하루 1000 박스인데, 서울 등 수도권은 4만 박스다. 지평이라는 양평의 조그만 회사가 신기원을 만든 것이다. 지평은 유명 TV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소개된 직후 유명해졌다.
지금 전주를 보면 제대로 된 공장이 하나도 없다. 매출이 심지어 100억원이 넘는 곳도 몇 군데 없다. 인구는 60만 정도에 불과하고. 만날 생겨봐야 음식점이다. 지금이라도 전라북도는 중국이 아니라 서울에 사무소를 개소해야 한다. 수도권에 진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에 가봐야 100전 100패다. 임금 때문에 제품의 가성비가 중국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원재료는 같은데 원가가 맞지 않는 것이다. 결국은 전라북도 식품이 빨리 수도권에 가서 그곳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주니 남원이니 하지 말고 서울, 경기, 인천으로 가서 그곳에 사는 20대, 30대에 맞춰야 한다. 전주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서울, 수도권으로 간다는 게 핵심이다.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서 가겠다.
- 수도권 진출에 어려운 점은 없나?
▶막걸리는 일반식품과 달리 유통도매가 있어야 한다. 도매점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 간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 인천은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 지역의 로컬 브랜드가 도매점을 얻는 것도 힘들다. 보증금에다 막걸리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야 하고, 소위 ‘딜러’라 불리는 유통사장, 냉동탑차가 있어야 한다. 직원도 구해야 한다. 그래서 고물가다.
장수막걸리는 50년 동안 서울 지역을 독점했다. 막걸리 규제가 2002년도 김대중 정부 때 해제되면서 시장이 오픈됐지만 50년 동안 장수막걸리만 먹은 사람들은 인이 박여서 계속 장수막걸리만 먹게 돼 있다. 인지도가 있고, 매출이 많고 대기업이다 보니 제조공법, 맛도 지역 막걸리와 다르다. 옛날 막걸리는 고리타분하게 걸쭉하지만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막걸리는 가벼운 느낌에 탄산이 들어가 상쾌하다.
- 수도권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CJ 제일제당이 호남의 대표 막걸리로 전주막걸리를 선정해 유통을 도왔다. 중소기업 상생 플랜의 일환이다. 경기도 포천막걸리, 경상도 우포막걸리 등 총 3개 지역 막걸리가 대상이었다. 그러다 CJ가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수도권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또 올해 전라도 정도 1000년이 돼 ‘천년의 맛’이라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전주막걸리를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세 가지 축이 중심이다. 우선 유통도매를 통하는 게 가장 기본이다. 2017년 11월부터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공동 지원으로 올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20개 유통 도매 회사들과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연말까지 50개 업체, 내년까지 100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번째 축은 마트다. 전주모주와 전주막걸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농협하나로마트, CU,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입점을 추진할 것이다. 또 이런 대형마트 뿐 아니라 중형마트, 편의점 등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이마트 24,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벤더회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부터 각 마트에서 제품이 출시된다. 또 GS, 세븐일레븐, 미니스탑 족 벤더회사와도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는 플래그숍이다. 막걸리를 제일 많이 먹는 곳이 바로 산 밑이다. 산 밑에 막걸리 음식점이 많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행을 많이 한다. 그곳에서 전주막걸리 전문점을 플래그숍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광진구 아차산 밑에서 플래그숍을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 장수막걸리만 팔던 곳인데 지금은 전주막걸리만 판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하수호 (주)전주주조 회장이 전북 전주시 전주주조 본사에서 뉴스1 전북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8.9.1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
- 수도권 진출에 있어 전주막걸리만의 이점이 있다면?
▶서울과 경기, 인천에 호남민들이 40% 살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호남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크다. 자연적으로 전주막걸리를 먹게 돼 있다. 전주라는 브랜드도 가장 큰 이점이다. 전주는 전통과 맛의 대명사다. 맛과 멋의 브랜드다. 전주막걸리는 하수호막걸리가 아니다. 막걸리는 전통주다. 그래서 전주막걸리는 전주이고, 역사와 전통의 문화다.
또 2009년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 현재의 자리에서 공장 현대화가 마무리됐다. 2005년도 가업을 물려받아 회장이 된 이듬해인 2006년부터 3년간 공장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막걸리 업계에서 공장 현대화를 한 건 ㈜전주주조가 1호다.
올 3월 제 딸이 ㈜전주주조 서울지사에 입사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영업·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마케팅을 한다. 최근 외국인 블로거 3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막걸리 체험행사를 열기도 했다. ㈜전주주조를 수도권 뿐 아니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의 행사다. 1단계는 많이 알려지고 많이 팔려야 하는 거다. 아무리 역사가 어떻고 문화가 어떻다 얘기하더라도 결국 매출이다. 매출이 없으면 전주나 천년 이런 말들이 의미가 없다.
- 전주막걸리와 전주모주가 주력 제품인가?
▶그렇다. 현재는 막걸리와 모주가 주력 제품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검은콩막걸리 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시판을 앞두고 있다.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모주는 ㈜전주주조만 생산한다. 장수막걸리도 지평도 모주는 없다. 검은콩막걸리도 마찬가지다. 모주는 현재 전주를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초코파이와 모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 모주는 속된 말로 현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한옥마을과 일반 식당에서 매출이 주로 발생한다.
일단 전주모주란 브랜드를 알리고 그 다음으로 준비하는 게 프리미엄 모주다. 투박한 모양의 페트병에 들어있는 모주는 요즘 젊은이들은 먹지 않는다. 그래서 디자인 개발부터 행사 진행, 레시피 개발 등에 총 30억원을 투자했다. 농림부로부터 15억원, 전주시로부터 3억원, 전라북도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았고 10억원을 자부담했다. 기존 제품과 모든 게 다르다. 한국식품연구원과 전라북도생물산업진흥원에 연구비를 주고 레시피를 개발했다. 옛날에는 걸쭉하고 텁텁한 맛이었지만 지금은 맛이 가볍고 산뜻하다. 원래 모주는 중장년층이 타겟이지만 최근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도수는 1.5도 정도다. 와인이 치즈, 크래커와 코드가 맞듯이 모주에 맞는 안주를 찾고 있다.
- 해외 수출 계획은?
▶일본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일본에서 막걸리 바람이 일었다. 동경 신주쿠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때 일본 여자들이 ‘막골리네’라며 막걸리를 찾곤 했다. 당시 1달에 컨테이너 2개 분량을 수출했다. 액수로 환산하면 3000만원 정도다. 현재는 2달에 1개 컨테이너 분량을 수출한다. 우선은 당시 수출량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중국도 2달에 1컨테이너 분량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고도주(高度酒)를 많이 먹긴 하지만 그건 공산당 고위급들이 먹는 거고 일반 인민들은 다르다. 지금 중국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1970년대 막걸리를 가장 많이 먹었다. 인민들이 생막걸리를 좋아할 것 같다.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이 30일이니까 북한을 통해 철도길이 열리면 생막걸리 공급도 가능하다. 중국 시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 전주막걸리만의 전략이 있다면?
▶아기가 막 태어난 셈이기 때문에 일단은 박박 기어 보려고 한다. 한 3년 정도 예상하고 있다. 지평이 낫다 전주가 낫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시장에서 전주막걸리, 전주모주를 알리는 게 급선무다.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차별화 전략 부분은 ‘천년 전주’다. 기존의 막걸리는 그 맛의 역사가 길어봐야 70년, 80년이다. 전주막걸리도 사실 8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뛰어 넘어 1000년으로 만든 것이다.
올 초 조종업 고문을 새로 모셨다. 40년 동안 장수막걸리에서 근무하다 3년 전 장수막걸리에서 명퇴한 분이다. 삼성에 비유하면 삼성 반도체 명장이라 할 수 있다. 조 고문을 만난 건 전주막걸리의 행운이다. 조 고문을 통해 막걸리의 품질을 서울 코드로 맞추고 있다. 막걸리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도권으로 진출하려면 수도권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다. 하나는 ‘전주막걸리이니까 전주의 맛이어야 한다’이고 또 하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이다. 저는 후자를 택했다. 걸쭉한 옛날 맛의 전주막걸리가 먹고 싶으면 전주에서 먹으면 된다. 수도권 소비자들은 50년 동안 장수막걸리에 인이 박였다.
또 도수를 6도에서 5.5도로 낮췄다. 장수막걸리는 6도, 지평막걸리는 5도다. 딱 그 중간이다. 조 고문에 따르면 막걸리는 5.5도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쪽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 식품회사로 성공한 회사들이 대상이다. 제가 조직과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구하는 것이다. 단기 3년, 중기 5년, 장기 10년의 로드맵을 갖고 3·5·10 개념으로 플랜을 짤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시장을 길게 보고 가는 것이다.
- 현재 목표하는 바는?
▶2019년 연매출 30억, 2020년 연매출 50억 그리고 2021년 연매출 100억 달성 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2025년 300억 달성이 목표다. 궁극적으로 전주막걸리와 전주모주가 대한민국 대표 전통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전주모주와 전주막걸리가 경제적인 내수시장 성장으로 농생명식품산업의 전라북도와 천년 전주의 전통문화 명성을 드높이고 매출 확대로 지역 농업 경제활성화와 도내 쌀 소비량 증가에 기여하겠다.
하수호 (주)전주주조 회장이 전북 전주시 전주주조 본사에서 뉴스1 전북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8.9.1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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