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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류대상] 지평 생막걸리, 100년 된 우물 물로 빚어요

곡산 2018. 9. 18. 12:31

[대한민국 주류대상] 지평 생막걸리, 100년 된 우물 물로 빚어요

  • 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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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14 10:00      

    ④생막걸리 부문 대상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
    “100% 국산 쌀 사용, 주세 혜택 받고도 수입쌀 쓰는 건 소비자 기만
    알콜도수 5도로 낮지만, 밀 누룩 써 묵직한 맛 일품”

    전통 막걸리업체인 지평주조는 올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 2017년 1~2월 매출이 11억2600만원이었는데 반해 올 1~2월 매출은 19억5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겨울 한파가 극성을 부린 지난 1~2월, 전체 주류시장이 위축된 것과 대조적으로 지평주조가 ‘나홀로 신장’을 보인 이유는 혼술족 공략을 위해 편의점, 대형마트 등 입점 채널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지평주조측은 분석했다. 특히, 막걸리를 부담없이 즐기기 원하는 젊은 직장인과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알콜 도수를 기존 6도에서 5도로 낮춘 것도 젊은 소비자들이 지평막걸리(지평 생막걸리)를 선호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조선비즈가 주최한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막걸리 부문 대상을 받은 지평주조의 가파른 성장세가 화제다. 지난 2015년 40억원의 매출을 올린 지평주조는 2016년에는 50% 늘어난 60억원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17년에는 1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신장세가 거의 90%에 달했다. 막걸리 업계 전체가 정체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것과는 딴판이다. 막걸리 전문 업체 중 10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둔 업체는 서울장수막걸리 외에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지평주조 막걸리는 100년 남짓한 역사를 자랑한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1대 사장 고 이종환씨에 의해 설립된 후 1960년에 현 김기환 대표의 할아버지인 김교섭씨가 인수해, 3대인 김동교(김기환 대표 부친) 대표에 이어 2010년 김기환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지평주조 양조장 건물은 2014년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25년 지어진 이 건물은 처음부터 막걸리 주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지붕 위 통풍 장치와 천장 사이에 마련된 왕겨층 공간이 온도와 습도를 자연상태로 조절, 최상의 막걸리 맛을 유지하도록 했다. 한국전쟁 당시 양조장이 유엔사령부로도 활용됐으며,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군인들이 견학차 방문했다. 현재 지평 막걸리 생산은 기존 양조장 바로 옆에 새로 지은 신축 양조장에서 주로 이뤄진다. 매년 생산량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지평주조는 이곳 지평과 같은 수원인 북한강을 끼고 있는 춘천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김기환 대표는 올해로 나이가 서른여섯이다. 대학 졸업 직후 가업인 지평주조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9년째 지평주조를 이끌고 있다. 막걸리 맛의 균질화를 이루려고 신혼방을 양조장 바로 옆에 차릴 정도로 품질 관리에 애쓴 결실을 지금 누리고 있다.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가 지평생막걸리 병을 들고 지평양조장 앞에 서 있다. 1925년 지어진 지평양조장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박순욱 기자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가 지평생막걸리 병을 들고 지평양조장 앞에 서 있다. 1925년 지어진 지평양조장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박순욱 기자
    -막걸리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비결은?

    “브랜드 인지도가 희미하던 시절이던 2000년대 후반 막걸리 붐이 일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비로소 브랜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막걸리 붐으로 시장이 크게 커지고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지평막걸리는 편리성, 생산의 효율성 등을 따지지 않고 번거럽지만 고두밥을 짓는 전통적 생산공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또한 최고(最古) 양조장인 지평에 어울리는 서체를 사용하고 브랜드명을 세로쓰기로 표기하는 등 정통과 현대를 접목한 우직한 디자인을 고수한 점도 소비자들이 좋아하게 된 비결이라고 본다. 이 결과 기존 막걸리 주소비층은 물론 30대 젊은 층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지평주조는 90년이 넘는 양조장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잘 보여주듯 그 세월 동안 현대화, 기계화에 의존하지 않고 전통주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땅에서 생산된 햅쌀과 물 좋기로 유명한 지평의 깨끗한 물이 만나 다른 막걸리에서 맛볼 수 없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한다. 쌀 막걸리 허용 이후 대부분의 막걸리 업체들이 쌀로 만든 누룩을 쓰는 것과 달리 밀 누룩을 쓰는 것도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수하려는 김기환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쌀 누룩 대신 밀 입국을 쓰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쌀이 아닌 밀로 누룩을 빚고, 일본의 경우 쌀로 누룩을 빚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막걸리 제조 업체가 쌀 입국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밀 입국을 사용해 깔끔한 맛을 내고, 전통을 살린 지평만의 색을 보여 줄 수 있기에 밀 누룩을 사용하고 있다. 밀 누룩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 전통술 제조법을 따르기 위함이다. 밀 누룩은 전통제조방법에서 누룩제조법의 기본이었다. 밀 누룩을 사용했을 때 쌀 누룩을 사용한 것보다 향긋한 향이 나고 전통막걸리의 특유의 묵직한 맛을 구현해 낼 때 유리하다.”

    -지평주조 양조장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배경은?

    “2014년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지평주조의 양조장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어졌다. 1925년 양평군 지평면의 지평주조장이 생기며 100년 동안 4대를 이어 전통 주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양조장 건물은 처음부터 막걸리 주조를 위해 설계됐다. 지붕 위 통풍 장치와 천장 사이에 마련된 왕겨층 공간이 온도와 습도를 자연적으로 조절, 최상의 막걸리 맛을 유지한다.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누룩 또한 항균 작용과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난 오동나무 상자를 이용해 배양한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배경은 1925년에 만들어진 건물로 시대적 대표성을 보여주고 그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해준 결과이다. 외부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보존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곳 양조장 안에는 100년이 넘은 우물이 있는데 지금도 이 물을 이용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가 지평양조장 내 우물(뚜껑이 덮혀져 있다)을 가르키고 있다. 1925년 지평양조장이 지어지기 이전부터 있던 이 우물은 지금도 수량이 많아 지평막걸리 술 빚는데 쓰고 있다. /박순욱 기자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가 지평양조장 내 우물(뚜껑이 덮혀져 있다)을 가르키고 있다. 1925년 지평양조장이 지어지기 이전부터 있던 이 우물은 지금도 수량이 많아 지평막걸리 술 빚는데 쓰고 있다. /박순욱 기자
    -지평양조장을 관광자원화할 계획은.

    “양조장을 관광산업과 접목시키는 것은 사업초기 단계부터 늘 고민하던 일이다. 지평양조장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양조장과 지역의 관광산업과 밀착하여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양조장의 관광 자원화에 대한 로드맵이 그려지면 그에 따라 홍보관, 체험관 등을 개보수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의 매출현황은?

    “2015년 40억, 2016년 60억, 2017년 1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종 카테고리는 막걸리 하나이며, 지평생막걸리가 매출의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지평 양조장의 급성장은 막걸리의 맛에 있으나 전문가들은 ‘맛이 달다’는 지적이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문가들이 막걸리가 달다는 지적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과 관능 결과를 보고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외람된 표현일 수 있지만 매출에 따른 소비자의 선택을 보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하는 부분이 아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평막걸리는 소량의 아스파탐을 첨가한다. 아스파탐은 설탕이나 다른 당화제에 비하여 막걸리의 제품 안정화, 상품성 유지 측면에서 균질화를 용이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병입 상태에서 당의 후발효를 억제하면서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또한 생산일 처음과 유통기한 마지막날까지 맛부분을 일정하게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지평막걸리는 국내산 쌀만을 쓰는가?

    “지평막걸리는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한다. 막걸리는 주종의 특성상 주세가 5%로 다른 주종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는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쌀을 가지고 만든 우리 술이라는 국민정서가 깔려있기 때문에 일종의 특혜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역이용해서 수입쌀로 막걸리를 빚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지평 생막걸리 750ml 기준 소비자가격은 일반 막걸리보다는 조금 비싼 1800원선이다.”

    -막걸리업체 젊은 CEO로서 최근 10여년 동안 막걸리업계 변화를 어떻게 보나.

    “사실 10년 전 막걸리 붐이 일기 전에는 막걸리가 구닥다리, 오래된 술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젊은 층이 주목을 못 받았다. 막걸리 붐 이후에는 젊은 층의 관심이 늘어난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막걸리 붐이 일어난 이후에 제조사들이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한국전쟁 때 유엔사령부로 활용됐던 지평양조장을 인근 부대 군인들이 견학 차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순욱 기자
    한국전쟁 때 유엔사령부로 활용됐던 지평양조장을 인근 부대 군인들이 견학 차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순욱 기자
    -신혼방을 양조장 바로 옆에 차릴 정도로 맛의 균질화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들었다.

    “표준화는 사실 지금도 가장 힘쓰고 있는 부분이다. 처음 사업을 맡아 생산직원 3명이 있던 시기에도 작업일지, 투입량을 항상 수기로 써서 계량화하도록 노력했다. 기록에 의한 품질관리가 처음 시도 단계였고 병입량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설비 투자에 힘썼다. 홑겹의 술독에서 발효하던 것을 온도조절이 가능한 탱크로 바꿨다. 설비를 어느 정도 갖춘 후에는 인프라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데 힘썼다. 현재 각 탱크마다 온도, 알콜도수, 산도 등을 전부 확인하고 있다.

    맛의 균일화를 위해 가장 힘쓴 것은 막걸리와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을 늘인 점이다. 신혼초기에는 종국실 옆에 신혼방을 차리고 24시간동안 막걸리를 지켜보니 막걸리 품질 관리의 노하우가 생겨났다. 그 후로는 막걸리를 함께 빚고 미생물과 발효과정을 관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인력을 늘렸다. 지금은 공장장을 비롯해 생산직원이 14명인데 품질관리 직원만 4명에 달한다. 나를 포함한 20명에 달하는 눈과 귀가 막걸리의 발효과정을 항상 예의 주시하며 맛의 균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온도조절 장치 등의 설비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비슷한 규모의 막걸리 제조업체에 비해 3배는 달하는 설비비용을 썼다.
    또한 막걸리 붐이 일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2010년 전후에도 원료 배합량과 레시피를 철저하게 지켰던 것이 서서히 지평막걸리의 맛과 품질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내 막걸리 산업이 정체 중인데도 지평 매출은 독보적인 신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지평막걸리 인기의 이유는 반전매력에 있지 않나 싶다. 저도주의 트렌드에 맞추어 알콜도수는 5%로 낮췄지만 밀누룩을 쓰다보니 입안에 맴도는 묵직함이 있다. 와인용어로 말하자면 바디감이 상당히 있는 편인데, 도수가 낮지만 바디감이 높은 이러한 특성이 전이나 육류 등 한식과 어울렸을 때 좋은 궁합을 보이고 알콜 도수가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숙취는 덜 느끼게 되어 젊은 층의 호감을 얻게 된 것 같다.”


    -대형마트 입점 등 현행 유통망 구조는?

    “식당 등 업소 비중이 45%, 일반 소매시장이 55%이다. 소매시장 중에서는 대형마트가 15~20%정도 차지한다. 대부분의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고 상당수 편의점에서도 우리 제품을 살 수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 등 신제품 개발 구상은?

    “지평생막걸리의 성장세가 워낙 높아 지금은 기존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소가 신제품 샘플을 개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사업초기부터 가장하고 싶었던 프리미엄 막걸리 개발 욕심은 늘 가지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인공첨가물 없이, 알콜도수를 차별화하는 등 폭넓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으며 연구소를 재정비하고 내년 정도에 신제품을 출시하려고 하고 있다.”

    -지평 제품의 수출화 및 향후 전략?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지만 수출 실적은 사실 전무하다. 그래서 올해는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수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다. 대부분 수출 업체들이 교민들을 상대로 판매망을 늘리기 위해 한국인 상회를 현지 공급 파트너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평주조는 현지인들에게 직접 다가가고자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제2공장 건설은?

    “춘천에 이달 말쯤 제2공장이 준공되며, 생산라인은 6월 정도에 가동할 예정이다. 지평이라는 지역 명을 브랜드로 쓰고 있어 이곳 지평 양조장 시설을 증설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이곳 지평, 양평과 같은 상수원을 쓰는 춘천을 선택했다. 그래서 지평에서 생산하든 춘천에서 생산하든 북한강의 물 맛을 통해 지평막걸리 제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춘천공장은 전체 물량의 대량생산, 지평양조장은 특화상품이나 지역밀착 상품으로 생산 아이템을 나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