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외식업계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등 악재가 앞길을 가로막았고,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업계는 소비자 신뢰까지 잃어 소비침체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R&D를 통한 제품 개발과 IT를 활용한 융복합으로 난관을 헤쳐 나갔으며, 식품 비전문가들의 음해 등에는 강력하게 맞서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소비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제품이 화제를 모았는데 라면시장에선 굵은 면발 제품이, 주류업계에선 과일 맛 저도소주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정부 주도로 그동안 생소하기만 했던 할랄시장의 문이 열렸으며 쌀 삼계탕 김치 등의 중국 수출이 재개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본지는 올 한해 다사다난했던 식품·외식업계를 돌아보며 주요 핫이슈를 짚어봤다. ◇면발 굵은 짜장·짬뽕라면 신제품 경쟁…시장 판도 바꿔 올해 라면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면발의 크기다. 1월 농심에서 지름 3㎜의 우동식 면발을 적용한 신제품 ‘우육탕면’을 출시하며 점화된 ‘면발 전쟁’은 상반기 짜장라면, 하반기 짬뽕까지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굵은 면발의 조리시간 단축을 위해 1년간 연구 끝에 두꺼운 면발 속까지 단시간에 익힐 수 있는 제면 기술을 개발했다. 달라진 식감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우육탕면은 출시 2개월 만에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지난 4월에는 후속작으로 프리미엄 짜장라면 ‘짜왕’을 출시하며, 10월까지 누적 매출 7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오뚜기, 팔도, 삼양식품 역시 굵은 면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굵은 면발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친 오뚜기는 10월 ‘진짬뽕’을 출시하며 짬뽕라면 시장에 불을 지폈다. 농심 역시 굵은 면발 시리즈 3탄으로 ‘맛짬뽕’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다. 이후 팔도는 ‘불짬뽕’, 삼양식품은 ‘갓짬뽕’으로 가세하며 올 한해 굵은 면발은 라면시장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 ◇박 대통령 UAE와 업무 협약 할랄 시장 문 열려
할랄시장 개척을 위한 수출드라이브가 시작됐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중 한-UAE간 ‘할랄식품 협력 MOU’가 체결되며 그동안 어렵게만 여기던 할랄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농식품부는 한국식품연구원에 ‘할랄식품 사업단’을 설치하고 할랄식품 인증 등 국내 할랄식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는 2017년까지 할랄식품 수출 15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시장 진출을 위한 정보 부족과 전문인력 부재 등의 애로를 토로하며 시스템 적극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김치 중국 수출 재개…삼계탕·쌀도 전략품목 육성키로 지난 10월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산 쌀과 삼계탕은 물론 김치의 중국 수출길이 열렸다. 쌀은 한중 양국의 국내 고시가 이뤄지면 내년 1월부터 수출이 개시될 예정이며, 삼계탕은 한중 양국간 실무적 서식협의와 수출 작업장 등록만 남아 내년 상반기 중 개시될 계획이다. 또한 까다로운 조건으로 우리 김치의 수출을 제한했던 중국이 위생기준을 개정함으로써 김치의 수출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쌀·삼계탕·김치를 전략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 촉발 과일 맛 소주 열풍 올해 주류업계는 과일맛 바람이 거셌다. 지난 3월 롯데주류는 알코올 도수 14도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를 출시한 뒤 국내 주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 4000만병을 돌파하며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순하리의 성공으로 소주시장은 과일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무학은 5월 알코올 도수 13.5도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레드(석류맛), 스칼렛(자몽맛), 옐로우(유자맛), 블루(블루베리맛)에 이어 핑크(복숭아맛)를 내놓았으며,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 역시 6월 ‘자몽에이슬’을 출시하며 과일맛 소주 전쟁에 가세했다. 특히 무학은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로 수도권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 지역 소주에서 전국구 소주회사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커피 베이커리 등 외식 IT 접목 스마트 서비스 올해 외식업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 서비스’의 도입이다. O2O란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을 연결한 마케팅으로 외식업계에선 커피전문점에서의 활용이 두드러졌다. 드롭탑,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은 SK플래닛의 모바일 선 주문 결제 서비스 ‘시럽오더’ 서비스를 도입했고, 스타벅스는 전용 모바일 앱인 ‘사이렌 오더’를 실시하고 있다. SPC도 배스킨라빈스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새로운 주문시스템 ‘해피오더’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해피포인트 앱을 통해 사전에 주문과 결제를 하고 예약한 시간에 매장에서 제품을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현재 파리바게뜨, 빚은 등 주요 브랜드로 확대했다. 놀부도 지난 8월 ‘시럽오더’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이후 도미노피자, 롯데리아 등 외식 브랜드도 앞 다퉈 O2O 서비스를 도입하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행락철 성수기에 외식·식품 올해도 불청객 5월 식품·외식업계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거리는 한산했고, 외식업 매출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관광객 발길까지 끊겼다. 이에 직접적인 피해를 겪은 외식업계의 경우 확산 시점 2주 만에 매출이 38.5% 감소했다. 식음료품 매출액도 감소했지만 약 8.3%로 감소폭이 외식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식 관련 단체는 고통 받는 음식업 자영업자를 독려하고 조기에 메르스를 퇴치해 외식산업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메르스 퇴치 국민운동본부’를 출범했으며, 업계는 스스로 위생 관리에 집중해 메르스 극복에 매진했다. 정부 역시 외식업체의 경영안정을 위해 기재부 등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확대 및 일몰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으며, 외식업계의 피해 및 자금수요를 고려해 식품외식종합자금 내 외식 업체 육성자금의 배정한도(현재 27억 원)를 최대 3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정책금리(현행 3~4%) 인하 방안도 마련했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건기식 시장 급전직하 올 한해 업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한 이슈는 ‘가짜 백수오’ 사태다. 이 사건으로 백수오 제품 제조사 및 판매사는 물론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어 전체 건기식 시장이 약 10% 가량 매출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의 내츄럴엔도텍에서 공급한 백수오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진짜 백수오를 사용한 제품이 9.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된 이번 사건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주일만에 “섭취에 문제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혀 큰 논란을 낳았다. 뒤늦게 식약처는 재조사결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으나 식약처 발표만 믿고 내츄럴엔도텍은 오히려 소비자원을 고소하는 촌극을 빚었으며, 식약처 역시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이 백수오 여파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홈쇼핑 등을 통해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소비자 피해보상 이행 촉구를 하고 있다. ◇WHO 적색·가공육 발암물질 지정 ‘평지풍파’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소시지 등 가공육을 담배·석면과 같은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적색육은 2A군 발암물질로 각각 분류해 국내 육가공업계는 발표 직후 1주일만에 매출이 3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발칵 뒤집혔다. 이에 보건당국인 식약처는 “과도한 섭취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양을 고려할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고 학계, 업계 등 전문가 역시 식품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에 관한 것을 식품 자체가 인체에 위해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WHO가 중대한 오류를 범하게 했다고 공식 성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가공육 등에 대한 과다섭취 예방을 위해 섭취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가공육 육함량표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식품 비전문가·TV 프로그램 소비자 혼란시켜 | |  | | | △2013년 9월 14 채널A ‘웰컴 투 돈 월드’ 방송 장면 중 일부 캡처. |
올해는 유독 식품 비전문가들의 식품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난 7월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서홍관 교수는 모 일간지 칼럼에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는 내용을 개제해 식품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박인구)는 유관단체 및 학계 공동연명으로 서 교수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고 의견 철회를 공식 요청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서 사태를 진화하기에 나섰다. 아울러 식품과 건강을 다루는 TV 프로그램 상당부분에 쇼닥터들이 출현해 특정 식품의 질병치료 효과를 언급하거나 과학적 검증 없이 소비자를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소비자단체에선 성명을 내고 올바른 방송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장균 시리얼’ 판매 동서식품 무죄 판결 작년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판매하다 적발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광복 대표와 임직원 4명, 동서식품 법인 모두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식품위생법 제7조 제4항을 근거로 최종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소비자단체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동서식품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문제를 제기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검찰 역시 무죄 판결에 불복, 항소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귀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동서식품에는 5000만 원의 벌금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한편 동서식품은 2012년 4월부터 작년 5월까지 충북 진천 소재 공장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아몬드 후레이크’ 등 5종 시리얼 약 42톤을 살균 처리 후 재가공해 새 제품에 섞어 52만 개를 제조한 혐의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