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경기도 삼정동의 김지혜(여.30세)씨는 대형마트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모밀정식을 먹다가 바퀴벌레 알을 발견하고 속이 뒤틀렸다. 김 씨는 모밀정식을 판매한 매장을 찾아가 주방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다.
더 충격적인 점은 메밀정식을 판매하고 있는 매장에서도 바퀴벌레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위생관리에 소홀했다고 판단한 김 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푸드코트의 위생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 씨처럼 이물이 검출된 음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흔히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받으려고 하지만 식품사고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품과 관련된 소비자 분쟁 사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식품 이물검출, 섭취 후 부작용 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신중하고 빈틈없는 대처가 필요하다.
◆ 식품 이물질 검출시 대응방법
서울 여의도동의 이동규(남.44세)씨는 생후 1달도 안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다가 젖병 속에서 까만 이물질을 발견했다. 이 씨는 아기를 키우고 있어 철수세미도 사용하지 않는데, 하마터면 작고 까만 이물질을 먹일 뻔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게다가 신생아용 분유 중 가장 비싼 제품을 구입했고, 뚜껑도 열지 않은 제품이 남아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분통이 터졌다.
그러나 이 씨는 분유통이 아닌 분유병에서 이물질이 나올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말에 제조업체의 과실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주말이 지난 뒤 이 씨는 해당 업체와의 만남을 취소하고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씨는 업무 중 별도로 시간을 내기 귀찮기도 하고 이물질 검출로 회사측과 만나고 연락하더라도 제조업체 과실로 입증할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씨처럼 이물질이 검출돼 식품업체 등에 신고했지만 중간에 이의제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업체에 신고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제조과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물질이 발견된 정황을 세세하게 질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개봉된 제품에서 이물이 검출된 것은 어느정도 소비자 과실을 물을 수 있다는 뉘앙스에 더 이상 이의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있다. 이럴 경우 일단 이물이 검출된 제품을 여러가지 각도로 선명하게 사진을 찍고, 제품을 구입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보상받을 때 유용하다.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제품의 경우 이물질 검출에 대한 이의제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식품 안에 들어있는 이물질을 발견했을 경우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구입한 가격을 환불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제조공정에서 혼입되는 이물질은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오렌지주스 등 과즙음료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한 장소에 놓여 있으면 제품 속 식이섬유가 뭉쳐 실처럼 보일 수 있다. 만약 주스병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부풀어 있다면 내용물이 변질된 것이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분유의 경우 검은색의 탄화물이 종종 발견되지만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유를 끓여 분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탄화물이 생긴다. 단 분유를 젖병에 타서 아기에게 먹이고 난 뒤에 남은 것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에는 제품에서 유래됐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이물이 검출된 제조업체의 조사결과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식품업체에 신고하기 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시군구 위생과 등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 혹여 해당 업체에서 이물과 제품을 회수할 때 증거인멸이 우려될 경우 이물을 나눠 다른 곳에 의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올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업체가 소비자의 이물 검출 사실을 확인하고 24시간 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이물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물이 발생한 원인을 규명해 15일 안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알려줘야 한다.
식약청이나 지자체에 보고해야 하는 대상은 ▲금속이나 유리조각 등 섭취했을 때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이물 ▲동물의 사체 등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이물 ▲기타 인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섭취하기에 부적합한 이물 등으로 한정된다.
제품이 개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물을 발견하면 제품 그대로, 개봉된 상태에서 이물을 발견하면 비닐 등으로 밀봉하고 사진·영수증 등과 함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업체에 원인 조사를 요청했음에도 관할 지자체에서 2~3일 이내에 연락이 오지 않을 경우 식약청 또는 소재지 시·군·구청의 식품안전소비자신고센터에 또 신고한다.
◆ 모르고 섭취한 후 부작용 대처요령
원칙적으로 식품에 이물질이 혼입되면 안 되지만, 이물로 인해 신체가 손상(상해)될 경우 사건경위서와 함께 의사진단서가 필요하다. 이물 검출로 인해 손해(상해) 등을 입은 것이 확실하다는 진단서가 있으면 해당 업체에 치료비와 경비를 요구할 수 있다. 식품에 혼입된 이물에 의해 신체적 상해를 입은 경우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을 배상받을 수 있다. 일실소득은 피해로 인해 소득상실이 발생한 것이 입증된 때에 한정된다. 손해 금액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한다. 단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이물질로 인해 치아가 손상된 것이 입증되어야 하므로 식품에서 나온 이물질을 보관해 보상관계를 처리할 때 제출하면 된다.
변질된 식품을 섭취 한 뒤 부작용이 발생해 병원진료를 받은 경우 치료비 및 경비를 요구할 수 있다. 얼마나 보상받을지는 소요된 비용을 영수증 등으로 남겨 입증해야 한다. 음식물로 인한 부작용은 먹은 음식과 부작용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음식점에서 같이 식사한 친구들도 배탈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았다면 입증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식품의 변질, 부패 등 품질 이상으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은 관련 식품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사실의 입증이 필요하므로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부받는 것이 좋다. 특히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현상이 동일한 음식을 함께 섭취한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면 즉시 보건소나 구청, 식약청 등에 신고해야 한다.
최근 다이어트 건강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효과를 보기도 전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섭취 후 나타난 부작용이 식품으로 인한 것이라는 개연성이 입증되면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격 환급은 물론 부작용에 대한 치료비 및 경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다이어트 관련 식품의 경우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특수영양식품'으로 분류되는데 그 효능 및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제품에 표시된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보건당국에 신고한다.
부산 광안동의 송정아(여.44세)씨는 집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과자를 먹다가 딱딱한 이물질이 씹혔다. 송 씨는 회사측에 신고했더니 병원진료 후 진단서를 받아놓으면 조사 후 해결해준다는 말을 믿고, 영업사원과 함께 병원을 방문한 결과 '치아를 빼야 한다'는 진료소견서를 받았다. 그날 영업사원은 병원진료내역서, 의사소견서까지 가져갔고 식약청에서도 이물질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식약청 조사결과는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송 씨는 '신고한 이물질이 제조공정에서 발견될 개연성이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철저히 지도하겠다'는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해당 업체 역시 식약청 조사결과에 따라 제조과정상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송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식약청의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 원산지 허위표시 “신고하세요”
설, 추석 등 명절기간 동안 소비자가 가장 궁금하다고 손꼽는 부분이 ‘원산지 표시’다. 올 설에도 중국산 조기나 곶감을 국산인 것처럼 허위 표시해 판매한 업체 7곳이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제’에 따라 허위.과장 표시된 건수는 점차 줄어들어 소비자 불만이 해소되는 추세다.
정부는 2007년 1월부터 300㎡이상 일반 음식점의 구이용 쇠고기를 대상으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했다. 원산지 표시제는 2008년 7월8일부터 모든 쇠고기 조리음식점과 급식소로 확대됐다. 쌀의 경우 2008년 7월8일부터, 돼지고기 닭고기 김치는 2008년 12월22일부터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사업자는 메뉴판 및 게시판, 팻말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소비자가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했을 경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특별시, 광역시, 도 및 시·군 등에 고발하면 된다. 소비자가 원산지 표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기관에 고발(신고)하면 미표시는 과태료 부과, 허위표시는 형사입건(고발)된다. 조사결과에 따라 매월 말일까지 농산물 원산지 표시 부정유통 고발에 대해 건당 10만~2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 소비자 권리 주장하려면 적극적이어야
서울 마곡동의 윤주영(여.23세)씨는 빵을 먹다가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윤 씨는 다행히 머리카락을 먹지 않았지만 대기업이 만드는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윤 씨는 빵과 머리카락이 검출된 부분을 찍어 해당 업체에 연락하려고 했지만, 주말이 지나자 귀찮다는 생각에 일주일이 지나도록 신고하기를 미뤘다.
실제로 이물이 검출되거나 식중독 등 식품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 절반가량이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넘긴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귀찮다고 넘어간 문제가 다시 발생하기 마련이므로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음식점을 신고하면 20만원 이하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또 제품에서 이물을 발견하거나 부정.불량식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목격하면 '식품안전소비자신고센터(ttp://cfscr.kfda.go.kr)'에 신고하면 조사결과에 따라 최대 1천만원까지 포상금이 주어진다.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탄저병,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질병에 걸린 동물을 사용해 판매를목적으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제조.가공.조리한 자를 신고할 경우 1천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마황, 부자, 천오, 초오, 백부자, 섬수, 백선피, 사리풀를 사용해 판매할 목적으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제조.가공.조리한 자는 1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