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롯데, 차라리 ‘떨이취급소’ 간판 달아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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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런 것을 먹으라고 파는 겁니까.” “다른 것으로 바꿔 드릴게요 고객님.” “이미 바꾼 거라니깐요. 다 상한걸 어떻게 먹으라고…” 춘천 지역 대형마트 경쟁이 치열하다. 이 지역 상권을 확보하고 있는 이마트에 밀린 롯데마트가 ‘유통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마트는 GS마트와의 합병을 계기로 통합을 알리는 각종 세일과 다양한 행사를 펼치며 절치부심 하고 있다. 하지만 안쓰럽게도 지역 민심은 롯데의 노력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롯데 측의 ‘번듯한 말잔치’와 GS마트의 ‘실없는 준비부족’ 때문에 GS마트를 찾는 고객이 혀를 차고 있어서다. GS마트 춘천점은 지난 31일 내부수리 및 시스템 변경 등 모든 교체 작업을 완료하고 6월 1일부터 ‘롯데마트 석사점’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GS 춘천점이 롯데마트로 새롭게 출발한지 5일째 되는 날 늦은 오후, 롯데마트 석사점을 방문했다. 입구에는 ‘새로운 상품, 1등 품질, 놀라운 가격으로 고객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새 탄생, 새 출발을 위한 사은 대축제’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과 입간판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석사점 개점을 축제분위기로 만들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하지만 롯데마트 석사점 입구에선 축제에 걸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고객센터 한켠에서 한 중년 여성 고객이 “전날 사간 수박이 이미 상한 제품이었다”며 담당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불량제품의 단순 교환으로 끝 날 듯했던 고객과의 실랑이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지속됐다. 교환제품으로 직원이 들고 온 수박조차 소비자가 전날 사갔던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 고객센터에 불만을 제기하던 고객은 대화 끝에 결국 “됐다. 교환도 필요 없고, 환불도 필요 없다”며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그가 가고 난 자리에는 반쪽짜리 수박 두덩이만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매장 안을 둘러봤다. 진열상태나 제품들이 예전 GS마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고 남은 제품을 빨리 팔아치우고 말겠다는 생각인지 제품이 떨어지고 난 자리는 빈 채로 내버려뒀다. 생활용품 판매점 사이 통로는 유통기한 3개월에서 5개월가량 남은 컵라면 제품을 절반가에 판매하는 등 매장 곳곳이 GS마트 ‘떨이 제품 정리’ 현장이었다. 하지만 매장 천장에는 ‘롯데마트가 연장영업을 실시합니다. 여유 있는 쇼핑을 즐기세요’라는 문구로 10일부터 오는 8월 21일까지 오전 1시까지 연장영업을 실시한다는 홍보가 눈을 지치게 할 만큼 많이 붙어 있었다. 롯데마트 석사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연주 씨(가명, 34․동면)는 “지난 1일 새벽 2시경 롯데마트 간판 작업이 한창인 것을 봤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건물 겉만 바꾸기 바쁘더니 결국 내부 준비는 하나도 안 돼 있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평동에 사는 최영희 씨(63)는 “예전에는 거리가 가까워 GS마트를 이용했지만 롯데마트 석사점 개점 전후로 다양한 상품이 없고 신선제품도 찾기 어렵다. 10분 거리에 홈플러스가 있는데, 롯데마트보다 매장 상품구색도 깔끔하고 깨끗해 홈플러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상을 알고 보니 롯데마트 본점이 기존 GS 매장을 1일부터 롯데마트로 운영 본격화 발표를 광고했던 것과는 달리 롯데마트 춘천점은 독자적으로 공식적인 개장식을 10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는 “연장영업은 통상적으로 열대야 현상이나 바캉스계절임을 감안해 바캉스 인근 점포만 선별적으로 실시하곤 한다”며 “사실상 롯데마트 석사점이 10일부터 오픈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GS마트 인수로, 국내 운영 점포수가 기존 70개에서 84개로 크게 증가했고 연말까지 10여개 이상을 신규 출점해 100여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이마트가 35%로 가장 높고, 홈플러스 29%, 롯데마트 15.6%, GS마트 2.8% 수준이다. 롯데마트 석사점 한 관계자는 “연초 홈플러스 등이 입점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매출액이 20% 가까이 떨어졌다”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이벤트 행사 등을 통해 매출액을 늘려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도 “이번 GS 인수를 계기로 롯데마트의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됐다”며 “각 사의 장점을 잘 활용해 롯데마트가 일류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의 이런 태도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잡히면 다 먹어치우는 식의 ‘잡식 공룡’ 행보를 보인 롯데가 먹기만 하고 소화는 못 시키는 덩치 큰 어른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고객센터에서 실랑이 끝에 수박 두 덩어리를 놓고 가버린 그 중년 고객에게 향후 ‘롯데’ 브랜드는 어떤 이미지로 인식될까. 팔아치우고 보자는 식의 ‘떨이 취급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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