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는 수입업체인 한국BMS제약의 고객상담실에 연락했다. 상담원은 “가끔 그런 전화가 오는데 분유 조제 과정에서 생긴 검은 먼지일 뿐 인체에 아무 해가 없다”고 해명했다. 상담원은 “계속 먹여도 된다”고 말했다. 상담원의 확신에 찬 대답에 윤씨도 일단 넘어갔다.
일주일 뒤 윤씨는 검은색 이물질을 또 발견했다. 그는 ‘쇳가루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 찜찜했다. 윤씨는 물에 탄 분유에 자석을 대 봤다. 자석이 움직이는 대로 이물질도 따라 움직였다. 화가 난 윤씨는 고객상담실에 항의했다. 그러나 수입업체 직원들은 이번에도 큰소리를 쳤다. 직원들은 자석 실험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인데 어떻게 쇳가루가 나오겠느냐”고 주장했다. 윤씨는 업체를 소비자단체에 고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도 시작됐다. 그 결과 이물질은 금속성 물질로 판명됐다. 농림부 검사 결과 크롬·니켈·망간 등 중금속 성분도 검출됐다.
‘명품 분유’로 알려진 제품이 ‘쇳가루 분유’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BMS제약은 제품 리콜을 실시했다. 농림부는 문제의 제품 전량에 대해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미드존슨사는 해명 광고를 내며 ‘인체에 무해한 비독성 금속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씨 등 소비자들은 “비독성의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아 믿을 수 없다”며 항의했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미드존슨사는 결국 국내 영업을 중단했다.
당시 문제의 제품을 아기에게 먹인 엄마 199명이 2년 만에 다시 힘을 합쳤다. 이들은 14일 미국 미드존슨사와 한국BMS제약을 상대로 1인당 100만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을 맡은 함정민 변호사는 “분유에 금속물질이 들어간 경위나 비독성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물어도 묵묵부답하는 미드존슨사의 태도에 엄마들이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