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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시장 뚫어라> ②中 진출의 대들보 대기업

곡산 2008. 2. 17. 10:20

<中 내수시장 뚫어라> ②中 진출의 대들보 대기업

적극적인 현지화와 판촉·홍보 강화로 뿌리 내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를 몰고 LG 트윈타워에 가서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삼성전자의 애니콜로 친구의 축하 전화를 받는다.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 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LG 트윈타워에서 열린 이색 이벤트에서 생긴 일을 가상해 본 것이다.

이런 가상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은 중국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렸고 SK도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대기업들이 중국 진출에서도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진출에 성공한 간판스타는 역시 삼성이다. 삼성그룹의 중국 지주회사인 중국 삼성의 작년 매출액은 280억달러로 중국내 기업 순위에서 14위권이다.

중국 최대의 컴퓨터 업체 롄상(聯想.영어명 레노보)그룹이 22위,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이 28위, 그리고 다국적 기업인 모토로라가 43위인 점을 보면 삼성의 중국내 위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삼성은 작년 매출의 40%인 내수비율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평판 TV, MP3, 모니터, 양문형 냉장고, 휴대전화(CDMA),레이저 복합 프린터기 등 6개 제품에서 중국내 판매 1위인 삼성전자는 올해를 내수 확대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스폰서인 삼성전자는 오는 5월4일부터 100일간 중국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올림픽 국내성화 봉송 때 이를 따라 다니면서 대대적인 판촉과 홍보를 나선다.

중국측과 합작한 베이징현대자동차는 오는 5월 제2공장 가동을 계기로 신차를 선보이고 연간 생산량을 38만대로 늘려 중국내 판매 순위 5위권으로 올라설 계획이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에서만 하루 1천대의 승용차가 팔리고 작년 900만대가 생산될 정도로 중국 내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합작 파트너가 베이징시 산하 기업이어서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역시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잡은 현대자동차의 사옥은 LG의 사옥인 LG 트윈타워와 더불어 중국 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의 상징이 됐다.

작년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해외파를 대거 전진 배치했다.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이를 앞서가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에 일찌감치 진출해 현지화 경영 전력으로 중국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LG는 고가품을 선호하는 소비 계층을 겨냥하고 있다. 초기의 범용 제품 전략에서 벗어나 고급품 위주의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LG 중국본부 우남규 사장은 최근 중국 기업들에서 세계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등 새로운 가치 창출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에 적응하고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부러워했던 포스코는 중국에서 지주회사 아래 35개 공장.기업을 두고 작년 약 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내 포스코의 생산량의 3분의1을 제조하는 중국 포스코는 노동계약법, 기업소득세법 조정 등 경영 환경 변화를 미리 연구하며 대비해와 경영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한 관계자가 말했다.

작년 4월 한국을 방문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분당에 있는 SK텔레콤 연구소를 방문했다. SK그룹과 중국 정부가 공동으로 연구중인 차세대 이동통신인 TD-SCDMA 기술을 시찰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제2의 이동통신 회사인 차이나유니콤(聯通)의 2대 주주인 SK텔레콤은 오래동안 중국 이동통신 운영 시장에 직접 뛰어들 준비를 해왔다. 지난 1991년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SK그룹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고 14개의 관계사가 4천여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중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구 대우중공업)는 중국에서 굴삭기 신화를 이룬 기업이다.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 20%로 일본과 미국 제조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며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두산과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 2위인 현대중공업의 매출을 합치면 한국 기업이 중국 굴삭기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현지화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 바로 CJ다. 한국 최대의 소재.가공식품 업체인 CJ는 중국에서 다시다, 카레, 두부 등 조미료와 식품 시장에서 맛으로 승부를 걸며 작년 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베이징, 상하이 등 18개 역 거점에 23개 법인과 20개 사무소를 둔 CJ는 뚜레주르 빵집을 7개 냈고 식당 체인 시전(希珍)도 점포망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베이징의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도 식당이 있다.

주재원 80명과 현지 인력 3천명을 거느린 중국 CJ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의 생활 문화그룹'으로 정착할 것으로 목표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