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콩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 성분 하나 때문에 암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일 세종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에스트로겐 성분은 자연물인 채소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채소가 암을 유발하는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암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또 "갱년기 여성이 유방암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X선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X선도 유방암 인자를 갖고 있다"면서 "유방암 인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X선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콩과 에스트로겐의 관계를 설명한다.
다만 에스트로겐 자체는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 호르몬 의존성 암에 영향을 미치므로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을 경험하거나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콩을 많이 먹는 식단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반면 에스트로겐은 같은 암이라도 폐암이나 난소암 발생을 막는 역할도 한다.
콩에 들어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장애를 막아주는 동시에 중풍과 치매를 예방하며 항암 효과는 물론 변비와 비만,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미용 과장은 동물실험에서는 이소플라본이 유방암 발생과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으나 농도에 따라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체내 에스토로겐 농도가 낮을 때(폐경 후)는 암세포 증식을 초래할 수 있으나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을 때(폐경 전)에는 항암과 증식작용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반면 폐경 후 여성이나 서양 여성에게서는 에스트로겐 효과가 높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 콩-중풍 환자 피하고 통풍 환자에는 효과 = 콩은 암 외에 중풍과 통풍에도 각각 정반대 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있다.
콩에 풍부한 비타민K가 그 이유다.
중풍에 걸린 사람이 먹는 치료제에는 보통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응고저해제가 많이 들어 있는데 비타민K가 응고저해제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콩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비타민K는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 심장질환이나 혈전증 환자에게 악영향을준다는 설명이다.
반면 콩은 통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원인 없이 팔다리에 통증이 오는 통풍은 요산 수치가 높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단백질은 요산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통풍을 겪고 있는 환자는 단백질이 많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좋지만 식물성인 콩과 버섯의 단백질은 오히려 통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에 근무하고 있는 최현규 박사는 2004년 `콩이 중풍을 예방한다`는 논문을 세계 최고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MEJM)`에 게재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논문은 12년간 4만7000명의 의료 관련 전문인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후 통풍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입증했다.
이전까지 통풍은 요산 수치가 높으면 발병하는데 그 동안 육류와 해산물 콩류 등이 통풍 유발 식품으로 지적돼 왔다.
◆ 참치-오메가3 지방산 vs 수은 =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인 참치도 일반적으로 몸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 심장병과 고혈압은 물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참치가 수은을 포함하고 있어 몸에 좋지 않다는 주장도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참치 1위 업체 동원F&B 관계자는 "참치에 수은이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제품에 대해서는 염려할 만한 수치는 절대 아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도 하루에 여러 캔의 참치를 매일 먹지 않는 한 단점보다 장점이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 마늘-암세포 억제 vs 간세포 괴사 = 흔히 마늘은 몸에 좋은 강장제 또는 좋은 음식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 동안 마늘의 효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마늘의 주성분인 다이알릴 다이설파이드(DADS)라는 성분이 항균력과 소화촉진, 동맥경화 예방, 고혈압 및 뇌졸중 예방, 뇌대사 촉진과 항암 효과 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양정현 성균관대 의대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마늘의 주성분인 DADS가 유방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는 세계 다양한 국가의 10만명을 대상으로 식사습관과 질병 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마늘을 많이 먹는 이탈리아 중국 일본의 경우 위암과 결장암의 위험도가 각각 50%, 30% 줄어든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반면 마늘을 많이 먹으면 간세포가 괴사한다는 주장도 있다.
◆ 커피-카페인 효과 둘러싸고 논란 = 기호식품인 커피는 카페인 때문에 `맛과 멋은 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은` 대표적인 식품으로 뽑힌다.
카페인은 신경흥분제로 각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용량을 섭취하면 실제로 행동 변화가 일어나거나 각성작용, 가슴 두근거림, 이뇨작용 등 영향을 미친다.
원두커피를 두 잔 정도 마시면 15분 이내에 혈압이 5~15㎜Hg 정도 올라가고 이 상태가 2시간가량 지속된다.
평소에 커피를 많이 마시던 사람이나 잘 안 마시는 사람에게 심해진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카페인이 태반을 쉽게 통과해 태아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해서 혈압이 올라간다거나 고혈압 위험도가 높아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영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5잔 이하 커피는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식품도 절대적으로 좋거나 절대적으로 나쁘기만 할 수는 없다.
식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연현상이 그러하듯 모든 자연식품에도 약과 독이 되는 성분이 동시에 들어 있다"며 "음식의 장ㆍ단점을 보고하는 연구결과에 너무 크게 신경쓰지 말고 상황에 맞게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즐겁게` 먹은 음식이 바로 보약인 셈이다.
[김지영 기자 / 심시보 기자 / 현경식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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