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수기 깨는 유업계…‘단백질·B2B·프리미엄’ 삼각 편대로 판 바꾼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7.01 07:55
제로슈거 유제품·단백질 보충 드링크 시장 확대
급식 공백은 카페에 디저트 원료 공급으로 상쇄
하절기 생산량 감소·수입산 멸균우유 공습엔
‘A2+ 우유’ 등 국산 프리미엄 가치로 격차 유지
학교 급식이 중단돼 흰 우유 소비가 급감하는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주요 유가공 기업들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원유 공급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최신 소비 트렌드를 결합한 기능성 유제품과 고품질 디저트 원료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전통적으로 유업계는 유제품 소비가 줄어드는 6~8월을 최대 비수기로 꼽아왔다. 그러나 최근 유가공업계는 ‘헬시 플레저’ 열풍을 반영한 고단백 드링크와 대체 감미료를 적용한 제로 슈거 제품군을 확대하고, 카페·외식업계를 겨냥한 B2B(기업 간 거래) 공급망을 구축해 여름철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고 있다.
최근 유가공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능성 라인업의 확장이다. 기존 가공유의 높은 당류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대체 감미료를 적용한 ‘제로 슈거’ 유제품과 일상에서 간편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드링크 제품군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유업계는 다이어트족과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다양한 맛의 고단백·저당 유제품을 잇달아 선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18년 890억 원에서 올해 8000억 원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분말 형태 중심이던 시장이 최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RTD(즉석음용음료) 드링크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매일유업의 ‘셀렉스’와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빙그레의 ‘더단백’, 남양유업의 ‘테이크핏’ 등이 후발 주자로 가세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 중이다. 당 함량을 낮추고 유당을 제거하는 등 기능성을 강화한 이들 고단백 드링크는 여름철 체중 관리에 나선 소비자들의 수요와 맞물리며 비수기 유업계의 가시적인 매출 방어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여름철에는 시원한 음료에 밀려 유제품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단백질과 제로 슈거를 전면에 내세운 기능성 제품들이 사계절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으며 비수기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학으로 인해 잠시 멈추는 급식 우유의 공백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및 외식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B2B 공급망 확대로 상쇄하고 있다. 여름철 수요가 폭발하는 우유 빙수용 베이스, 소프트아이스크림 원료 등이 핵심 동력이다.
실제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유지방 비율을 최적화해 빙질을 개선한 ‘눈꽃빙수 밀크베이스’와 액상형 소프트아이스크림 믹스를 앞세워 카페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프리미엄 유기농 브랜드 ‘상하목장’을 활용한 소프트믹스를 다각화하는 한편, 상온 보관이 가능해 카페 유통 편의성을 높인 멸균 디저트 믹스와 휘핑크림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빙그레의 B2B 전용 브랜드 ‘소프트랩’과 남양유업의 카페 특화 원료 공급이 가세하며 유업계는 여름철 시유 재고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급성장과 디저트 시장의 고급화 트렌드에 발맞춰, 부가가치가 높고 장기 보관이 용이한 B2B 전용 유제품 공급을 늘림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인 사업 다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공업계가 직면한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매년 심화하는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급감하고, 우유의 고소한 맛과 가공 품질을 결정하는 유지방·유단백 함량이 저하되는 등 산지 폭염 리스크가 현주소로 대두됐다.
우유자조금 및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혹서기 고온 스트레스 누적 시 젖소의 건물(사료) 섭취량은 약 30% 감소하며, 이에 따라 일반적인 우유 생산량은 평시 대비 20% 이상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화되는 7~8월의 경우 기온이 급상승하는 수일 사이에 일일 집유량이 약 2~5% 즉각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국내 낙농 현장에서 매년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도입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멸균우유의 공습까지 거세지며 국내 유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에 대응해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국내 주요 유기업들은 낙농가와 손잡고 국산 원유만의 신선함과 품질적 우위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상생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유제품이 넘볼 수 없는 고품질 프리미엄 원유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혹서기 젖소의 고온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착유대기장 쿨링 시스템’을 개발해 낙농 현장에 보급했다. 대형 송풍팬과 안개분무 시설을 통해 단 30분간 열을 식혀주는 것만으로도 원유의 유지방 함량이 약 20% 증가하고, 위생 등급의 지표인 체세포 수는 약 70% 감소하는 과학적 효과를 입증했다. 이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등을 통해 냉방 설비 도입을 지원하며 낙농가의 폭염 리스크 방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관리는 국산 우유 최고 등급인 1A 등급(원유 1mL당 세균수 3만 개 미만,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의 철저한 유지로 이어진다. 유통기한이 수개월에 달하고 원유 등급 확인이 어려운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응해, 국산 신선 원유만의 프리미엄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낙농업계의 생존 카드가 구체화된 셈이다.
유기업들의 프리미엄 전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우유협동조합이다. 서울우유는 낙농가들과 협력해 전용 목장을 지정하고, 젖소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A2 단백질만 보유한 젖소로부터 원유를 얻는 “A2+ 우유” 전환 프로젝트를 전개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낙농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원유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도 낙농가와의 상생 협력 모델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후변화로 취약해지기 쉬운 낙농가의 목장 환경 개선을 직접 지원하는 한편, 최근 수요가 급증한 락토프리 및 고단백 원료 유제품 개발을 위한 맞춤형 목장 관리 솔루션을 상생 형태로 다수 선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술 보급과 유기업의 인프라 지원이 더해져 프리미엄 원유를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하고 있다”며 “국산 원유의 품질 우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상생 모델이야말로 수입산 공습을 막아낼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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