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에 배송된 해외 영양제…부적합 판정 99%가 '이 품목'
구매대행 수입업 6년 새 15배 급증…‘플랫폼 직구’가 시장 주도
무등록 업체 관리 공백 여전…식품 해외직구 상담 75.7% 급증
- 등록2026.05.13 17:44:06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수입식품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 대량 물량을 들여와 유통하던 ‘전통 수입업’ 중심 구조가 무너지고, 클릭 몇 번이면 해외 제품을 집 앞까지 배송받는 ‘플랫폼 기반 구매대행’이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급성장 이면에는 안전관리 공백과 소비자 피해 확대라는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13일 식품안전정보원의 ‘인터넷 구매대행 수입식품등 관리체계 전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체 수입식품 영업자 중 단 2.8%에 불과했던 인터넷 구매대행업자 비중은 2023년 42.7%까지 급증했다. 불과 6년 만에 수입식품 유통 구조가 플랫폼·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과거에는 수입판매업자가 대량 재고를 확보해 유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소량·다빈도 거래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전자상거래 식품 통관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건당 평균 신고 금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 패턴 역시 ‘개인 맞춤형 소량 구매’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에서 안전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최근 3년간(2023~2025) 구매대행 식품 부적합 사례 671건을 분석한 결과, 무려 99.9%(670건)가 일반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에서 의약품 성분이 검출돼 리콜된 이력이 있거나, 국내 식품 사용이 금지된 위해물질이 포함된 제품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식품첨가물이나 기구·용기류의 부적합 사례는 연간 0~1건 수준에 그쳤다. 결국 현재 구매대행 시장의 위험이 건강기능식품·가공식품 특정 품목군에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피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과 공정거래위원회 ‘1372소비자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접수된 건강식품 해외구매 상담 868건 가운데 거래유형이 확인된 사례 중 구매대행 비중은 54.0%로 가장 높았다. 건강식품 분야 소비자 불만이 구매대행 구조에 상당 부분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매대행 관련 대표 불만 유형은 ▲취소·환불 지연 및 거부(26.4%) ▲배송 지연·오배송(20.4%) ▲과도한 수수료·추가비용 요구 등으로 나타났다. 결제·통관·배송 과정에 여러 단계가 개입되면서 책임 소재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직구관’, ‘○○직구’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 채널에서는 제품 자체의 안전성과 통관 리스크 문제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유통기한 경과·변질·파손 등 품질 불량(8.0%), 통관 금지 성분 적발·폐기(4.9%), 미배송·오배송·배송지연(29.6%)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해외직구의 경우 국내 수입식품처럼 정식 수입검사나 한글 표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해외 판매자와 플랫폼이 국내법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피해구제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의 2023~2024년 해외직구 상담 동향을 보면 전체 해외직구 관련 상담 건수는 2023년 1만9418건에서 2024년 2만2816건으로 증가했다. 불만 사유별로는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39.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불만’(17.0%),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15.2%) 순이었다.
거래유형별로는 해외 온라인 사이트와 직접 거래하는 ‘해외직구’가 전체 상담의 64.5%, 구매·배송을 대행업체에 맡기는 ‘대행서비스(구매대행·배송대행)’가 33.2%를 차지했다. 식품뿐 아니라 전체 해외 소비시장에서도 이 두 거래 유형이 소비자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품목별로는 ‘식품·의약품’ 상담이 2024년 926건으로 전체 비중은 4.1% 수준이지만, 전년(527건) 대비 75.7% 급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타민제 등 건강기능식품 소비 확대에 따라 식품 관련 해외직구·구매대행 분쟁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전관리의 가장 큰 사각지대로는 ‘무등록·무신고’ 영업자가 꼽힌다.
정식 구매대행업자는 수입신고 의무와 함께 유통이력을 기록·보관 의무를 부담하지만 등록 없이 운영되는 업체들은 위해식품 발생 시 회수·추적이 사실상 어렵다. 특히 구매대행은 해외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구조인 만큼 부적합 판정이 나오더라도 이미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 뒤인 경우가 많아 사후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현재 제도가 '서류 중심 관리'에 치우쳐 품목별 위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해외직구와 구매대행 간 규제 수준 차이로 인해 형평성 논란과 소비자 혼란까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향후 관리 방향으로 ▲위험 기반 관리체계 도입 ▲사전등록 시스템 구축 ▲자동화 수입신고 수리 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동일 제품이 유입되는 구매대행 구조 특성을 고려해 사전등록 제품에 대해서는 자동 심사·자동 수리 체계를 적용하는 개선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통이력 추적과 정보 표준화 수준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보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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