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제과협회, 제분·제당 담합 대상 전면전 선포…총사퇴에도 법적 공방 ‘초읽기’

곡산 2026. 5. 12. 07:32

제과협회, 제분·제당 담합 대상 전면전 선포…총사퇴에도 법적 공방 ‘초읽기’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5.11 07:56

막대한 영업 손실 보상 차원 손해배상 등 집단소송 나서
제분사 형사 재판 주목…개별 제과점 등 추가 소송 예상
‘담합 피해신고센터’ 설치 전국적 피해 규모 파악 착수
독과점 개선 위해 ‘원재료 가격결정 공공협의체’ 추진

제과업계가 수조 원대 원재료 가격 담합으로 폭리를 취한 제분·제당 업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민사 소송과 함께 강경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전면적인 압박에 나섰다. 제당·제분 업계의 대규모 담합 행위가 속속 적발돼 한국제분협회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나 제과업계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조 원대 원재료 담합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제과업계가 제당·제분 업계를 상대로 전면적인 집단소송과 제도 개선 촉구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열린 대한제과협회 궐기대회 현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제과업계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사법당국의 조사로 드러난 담합의 규모와 막대한 피해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로 밝혀진 제당·제분 업계의 전체 담합 규모는 총 9조2628억 원에 달한다.

 

지난 2월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4년여 간 설탕값을 담합한 혐의를 적발해 총 4083억 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이어 검찰은 약 5조9913억 원 규모의 밀가루 가격 변동 폭을 담합한 혐의로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6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불구속기소 했으며, 공정위 역시 최대 1조1600억 원 규모의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을 검토 중이다. 이 담합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 설탕 가격은 최고 66.7%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 원재료 시장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담합 사실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한국제분협회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4개사가 6조2000억 원 규모의 전분당 판매 가격을 담합한 혐의까지 추가로 적발되며 원재료 업계를 향한 제과업계의 공분은 극에 달한 상태다.

 

제분협회의 지도부 총사퇴에도 불구하고 제과업계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나 형사 처벌만으로는 소상공인들이 입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보상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국에 약 4000개 회원사를 둔 대한제과협회(이하 제과협회)는 영세 소상공인의 피해 구제를 위해 직접 손해배상 청구 등 집단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는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CJ제일제당, 대한제당 등 5개사를 유력한 소송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제과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 수렴을 마치는 대로 소송 대리를 맡을 로펌 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 움직임은 지난 2월 협회가 회장 선출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강행했던 담합 규탄 궐기대회의 연장선으로, 당시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제과협회 차원의 대규모 집단 대응이 현실화할 경우 개별 제과업체와 중소 식품 업체들의 추가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과협회 차원의 움직임과 맞물려 개별 업체의 소송도 이미 시작됐다. 최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하순 지방 소재 한 유명 제과업체 대표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평산은 서울중앙지법에 제당 3사를 상대로 2000만 원의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제당 3사의 담합이 이뤄진 기간에 중간 도매상을 통해 약 2억 원 상당의 설탕을 매입했으며, 가격 인상분만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제당 3사의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이들이 연대해 설탕 총 구매액의 10% 수준인 2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청구했다. 특히 소송 대리인 측은 이번 소가 향후 손해액 확대 가능성을 고려한 ‘일부청구’ 형태임을 강조해 담합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아울러 높은 관세와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 등으로 고착화된 제당 3사의 과점 체제가 생활필수품인 설탕 가격을 왜곡해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공정위 적발 이후 제기된 첫 민사소송인 만큼 조만간 대형 제분 업체들을 상대로 한 영세 제과점들의 줄소송을 촉발할 ‘가늠자’이자, 향후 원재료 가격 결정 구조와 유통 관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주요 제분사들의 첫 형사 재판도 지난 7일 개시돼 법적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류지미 판사) 심리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6개 업체와 임직원 14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 형사 재판 결과가 향후 제과업계의 줄소송에서 고의 및 과실 입증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제과협회는 단기적인 피해 보상을 넘어 독과점적인 원재료 시장의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제과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제분 및 제당 업체의 가격결정 권한을 제한하고 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원재료 가격결정 사회적 공공협의체’ 구성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우며 정부에 의무화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 소상공인, 소비자 단체,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해 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격을 심의하도록 의무화해 시장 자율을 넘어선 공공의 감시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제과협회는 이 공공협의체 구성이 법적으로 의무화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국회와 접촉해 관련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에 촉구했던 ‘중소 제과·제빵업체 피해 전수조사 및 실질적 보호·보전 대책 마련’을 거듭 요구하며, 향후 법적 대응을 위한 회원사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 취합에도 힘을 싣고 있다고.

 

제과협회 지도부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고 원재료 기업들의 시간 끌기가 계속될 경우, 전국 회원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장외 집회는 물론 특정 담합 기업 제품에 대한 조직적인 불매 운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경고했다. 단순한 사과와 사퇴로 사태를 무마하려던 제분·제당 업계는 영세 상인들의 집단 소송에 이어 제과협회의 거센 제도 개선 압박까지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 것.

 

지난 2월 제과협회가 제당·제분 업계의 불법 담합을 규탄하고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수호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한 대규모 궐기대회 당시 마옥천 전 회장은 “밀가루와 설탕은 제과업계의 생명선이며, 공정경쟁이 무너진 시장에서는 중소업체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만큼 왜곡된 가격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우원석 신임 회장 역시 “수조 원대 폭리로 대기업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동네 빵집들은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줄도산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중소 제과·제빵업체의 피해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해, 이를 토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지원이나 세제 감면 등 실효성 있는 보호·보전 대책이 당장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