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민주주의’인가 ‘정치 선거’인가…농협중앙회장 직선제 3대 쟁점
농식품부 “조합원 83% 찬성” vs 야당 “400억 드는 초대형 정치판”
비용 부담·법리적 정합성·무자격 조합원 리스크…12일 공청회 ‘운명의 날’
- 등록2026.05.08 23:34:45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현행 조합장 간선제에서 206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농민 권익 증진을 근거로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야당은 최대 400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과 조직의 정치화 부작용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어 오는 12일 공청회가 법안 통과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윤준병)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고 중앙회장 및 조합장 이사 선출 방법 변경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집중 심사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윤준병·전종덕 의원안은 현행 조합장 간선제를 폐지하고 전체 조합원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윤준병 의원안에는 중앙회장의 자격 요건에 '조합원 자격'을 삭제하고, 직선제 시행을 위한 조합원 자격 정기조사를 매년 실시해 중앙회와 농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문금주 의원안은 조합원 직선제 대신 회원조합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첨으로 선정된 조합원으로 구성된 '회장선출기구'를 통해 간선제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회원조합장 이사 선출 방식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준병 의원안은 중앙회 이사 선출 시기를 동시조합장선거 이후 6개월 이내로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선거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선거운동 허용 규정도 담았다. 김선교 의원안은 여기에 선거운동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국회 전문위원실은 직선제의 민주성 확대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부작용 가능성을 함께 지적했다.
이정은 수석전문위원은 "중앙회장 직선제는 중앙회의 민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선거 과열, 막대한 선거비용, 회장의 대표성 강화에 따른 영향력 확대 우려 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장 자격 요건에서 조합원 요건을 삭제할 경우 외부 인사 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금주 의원이 제안한 선거인단제에 대해서는 "현행 조합장 간선제보다 민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면서도 "선거인단 구성 기준을 정관에 위임하고 있어 정관 내용에 따라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리 논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직선제와 선거인단제 모두 법적으로 회원이 아닌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구조인 만큼 체계 정합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조합원을 중앙회 회원으로 편입하는 별도 입법 조치가 없다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농식품부 “직선제가 시대적 요구”…조합원 83% 압도적 찬성
농식품부는 이날 사실상 직선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농식품부 여론조사 결과 조합원의 83%가 직선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앙회 조사에서는 조합장의 94~95%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과거 행태를 보면 상당수 공약이 조합원보다 조합장을 위한 것이었다”며 “조합원 중심으로 선거권을 부여해야 농협이 보다 농업인 중심 조직으로 갈 수 있다"고 강했다.
이어 "회장이 농업인의 대표성을 확실히 갖고 진정한 목소리를 대변하게 하려면 직선제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 야당 “400억 혈세 낭비”…“농협 정치화 우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선제가 농협 조직 전체를 정치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준태 의원은 직선제가 농협 내부를 극심한 갈등 구조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만 명 규모의 선거는 광역단체장급 선거 수준”이라며 “선거가 과열되고 조직 동원과 지역 대결,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농협이 정치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용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협중앙회는 직선제 도입 시 약 400억 원이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고, 농식품부는 자체적으로는 170~18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결국 이 돈은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조합원들이 비용 구조까지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찬성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만희 의원도 “2021년 조합장 직선제 도입 당시에도 부정과 비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농협중앙회는 개별 농민이 아니라 지역 조합들의 연합체인데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면 국회의장을 국민이 직접 뽑자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성 강화만으로 직선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 무자격 조합원·법리 충돌 논란도
법적 정합성과 무자격 조합원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임미애 의원은 “회원이 아닌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법적 정합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고, 농식품부는 “입법 정책적으로 가능하다는 법리 검토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임 의원은 또 “조합장 선거 때마다 허위 영농계획서 제출 등으로 무자격 조합원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중앙회장 직선제로 가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2026~2027년 별도 점검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금주 의원이 제안한 선거인단제 역시 논란을 낳았다. 정부가 검토 과정에서 “판매 실적이 많은 조합원” 등을 선거인단 후보군으로 검토했다고 언급하자, 임호선 의원은 “매출 많은 농민만 선거인단이 되는 방식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대림 의원은 “직선제가 되면 지역·품목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며 “벼 중심 지역과 과수 중심 지역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협동조합 사례를 언급하며 “해외에는 이런 대규모 직선 사례가 거의 없다”고 따져 물었고, 농식품부 답변 과정에서 통계 오류 논란까지 벌어졌다.
◇ 겸직 제한·수사 의뢰 의무화는 공감대
직선제 논란과 별개로 중앙회장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는 비교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정안에는 중앙회장의 겸직을 제한하고, 금품비위·채용비위 혐의가 있는 임원에 대한 수사·감사 의뢰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정은 수석전문위원은 "중앙회장의 겸직 제한은 직무상 공정성을 높이고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앙회장이 비상임이라는 점에서 직무 관련 업무나 직위 종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이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제한 범위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오는 12일 입법공청회…최종 분수령
농해수위는 당초 7일 개최 예정이던 농협법 개정안 입법공청회를 오는 12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같은 날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와 병행해 공청회를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준병 소위원장은 “정보공개 청구,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감사위원회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공청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며 “다음 법안소위에서는 가부간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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