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피플] ①이준호 한국CIO포럼 회장의 두가지 시선
속도·스케일 앞세운 중국…“기술 격차 아닌 생태계 경쟁”


‘마차 다니던 나라’ 환상 버려야… ‘추격자 중국’ 프레임은 과거의 인식
14억 내수 기반의 ‘속도’와 ‘스케일’이 본질… 상용화·양산 속도 이미 압도적
AI는 단순 산업 넘어 ‘무기 체계’… 단일 기술 아닌 국가 단위 시스템 경쟁 시대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중국이 한국을 따라오고 있냐고요? 그 질문부터 틀렸습니다. 이제는 누가 누구를 쫓는 차원이 아니라 경쟁의 기준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준호 한국CIO포럼 회장(한국화웨이 부사장)은 ‘추격자 중국’이라는 표현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기술 격차를 좁히는 추격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태계와 시스템이 격돌하는 구조의 싸움이다. 30여 년간 IT 현장을 지켜온 그는 우리가 가진 ‘중국은 한 수 아래’라는 편견이 오히려 우리의 전략적 눈을 가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디지털 패권의 본질이 단일 기술의 싸움을 넘어 생태계와 생태계 간의 격돌로 변한 만큼, 한국 산업계도 ‘추격자 중국’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버리고 새로운 국가 단위 시스템 경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충고다.
◇ ‘추격자’ 프레임에 갇힌 한국
이 회장은 1993년 처음 중국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마차가 다니던 낙후된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한국 산업계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저 역시 한때 중국을 무시하던 사람이었지만, 화웨이 등 현장에서 경험한 중국은 이미 독자적 기술 생태계를 구축한 거대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그가 꼽는 중국의 본질적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속도’와 ‘스케일’이다. 14억명의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신기술을 즉각 상용화하고, 단기간에 대량 양산을 통해 비용을 낮춘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구조다. 이 회장은 “이제는 ‘누가 더 좋은 기술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산업화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이 기준에서 보면 이미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들의 시장 대응력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신기술이 나오면 3개월 안에 시장에 깔고, 6개월 안에 가격을 낮추며, 1년 안에 글로벌로 확산시킨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이는 품질 검증 과정을 압축해 빠른 양산과 시장 선점을 택하는 중국 특유의 접근법 덕분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품질 최우선’ 기조 아래 철저한 테스트와 검증을 거친 후 제품을 출시한다. 이 회장은 “한국의 엄격한 품질 기준이 혁신 속도를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일정 부분 유연성이 필요하고, 중국은 빠른 양산 과정의 품질 이슈를 관리하는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며 양측의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 AI는 산업 넘어선 ‘무기 체계’
AI 시대에 접어들며 이러한 경쟁은 더욱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이 회장은 AI 경쟁의 3대 요소인 데이터, 컴퓨팅, 알고리즘 중 데이터는 중국이, 컴퓨팅과 알고리즘은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봤다. 특히 AI 모델을 만드는 핵심 인력의 상당수가 중국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미사일 경쟁이 AI 경쟁으로 바뀐 것”이라고 정의했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안면인식 기술이 결합한 AI는 단순한 산업 도구를 넘어 사실상 국가의 ‘무기 체계’가 됐다는 설명이다. 화웨이의 변화가 이를 상징한다. 통신장비 기업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이제 AI 칩,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자율주행을 아우르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했다. 칩만 파는 엔비디아와 달리 시스템 전체를 통째로 만드는 화웨이의 연간 R&D 투자는 한국 국가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직설적인 해석을 내놨다. “중국이 2등이기 때문에 맞는 것”이라며 반도체와 운영체제(OS)를 겨냥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결심소혼(缺芯少魂·칩과 OS 부족)’에 대한 우려도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을 무조건 인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편견 없이 정확히 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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