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1.30 11:50
학문적 연구 바탕 상징적 품목 집중 육성을
한식진흥원 인증 사업, 가짜 한식당 근절 방안
특화 메뉴 육성·홍보·전문 주방장 파견 필요
예산 한정…장기적 계획·차별화 전략 추진해야
전세계적으로 ‘K-푸드’ 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발맞춰 ‘한식 세계화’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훼손되고 있는 한식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이를 학문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교육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서울 안국동 소재 한식진흥원에서 개최된 식품업계 원로 모임인 ‘노변청담’에서는 한식세계화 발전 방안을 위한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해결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대표는 “K-푸드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 인기에 편승해 유사한 ‘K-짝퉁 푸드’가 남용돼 한식의 이미지를 훼손하며 지속성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일회성 체험을 넘어 조리법 표준화와 교육 인프라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일본은 고유의 미식 문화가 정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미식 표준화 강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 또 초·중·고교 시절부터 한식의 본질을 가르쳐야 하는데, 관련 교육이 전무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국물 문화나 좌식 문화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정체성 교육이 한식진흥원을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는 “해외 공관이 세계적으로 많은데, 이때 해외에 거주하는 주부의 경우 한식 교육을 의무화해 그들이 주변과 한식을 교류하며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 고려대 교수는 “미슐랭이 성행하고 있지만 막상 가격만 비싸고 맛이 없어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한식진흥원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한식을 만드는 인증사업을 추진한다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한식당을 근절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중소 식품기업에서도 좋은 한식 재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출 루트를 모른다. 강소 기업이 만든 식품 완제품을 한식진흥원에서 수출 판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영 호서대 교수는 “현재 한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부족하다. 제조 공정이나 식품 화학은 다뤄지지만 발효와 같은 한식의 본질에 대해서는 교육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식의 과학적 근거를 연구하고 홍보할 전문가들을 대학에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춘진 전 aT 사장은 “한정된 예산에서 한 번에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사업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김치 세계화처럼 상징성 있는 품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는 “오리지널 한식이 사라지고 있다. 음식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라져가는 전통 한식을 계승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학에서도 퓨전 요리만 가르칠 뿐 고유의 한식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며 “한식진흥원이 전통 한식을 학문적으로 보존하고 문헌으로 남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해외의 가짜 한식당 사이에서 우리 음식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인증제를 대폭 확대하고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식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거의 없다. 일본이나 중국의 문헌에만 의존하다 보니 우리만의 시각이 사라졌다. 우리의 문헌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한식 교육이 필요하다. 만 년 전 토기 문화에서 시작된 찌개와 숟가락 문화 등 한국인의 시각에서 본 식품사를 다시 써야 합니다.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한식의 정체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뿌리를 모르면 한식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형수 영흥식품 대표는 “해외 공관을 보면 일본, 이탈리아 등 미식으로 유명한 국가들과 달리 한식이 없다. 일본의 기코만 간장이 현지 입맛과 융합해 미국 시장을 점령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특화할 수 있는 한식 품목을 설정해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 비빔밥 먹는 법을 안내하거나 떡볶이 소스를 분말화하는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며, 전문 주방장을 양성해 해외로 파견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각 유명호텔에 한식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투숙객들이 한식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한식진흥원 한해 예산이 143억 원에 불과하다. 많은 일을 할 여력이 없다. 장기적 계획을 통해 집중화시키고, 차별화시키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사찰음식이 우리나라 젊은 층을 물론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식진흥원이 우리의 사찰음식을 더욱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한식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교육·연구 문제, 인력 문제 등 여러 요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중 인력 문제는 한식의 저변 확대를 위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올 하반기부터 ‘수라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오늘 나온 의견들은 사업에 적극 반영해 한식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미식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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