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6.20 10:55
피스타치오 공급 달리고 가격 급등
최대 생산국 미국 작황 부진도 한몫
커널 활용 제품 비중 줄고 한정 판매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두바이 초콜릿’이 뉴욕 디저트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프리미엄 디저트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등으로 핵심 원재료인 피스타치오 수급에 애를 먹고 있어, 이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두바이 초콜릿의 폭발적인 인기가 미국 초콜릿 및 디저트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키면서 이를 모방하거나 영감을 받은 다양한 유사 제품, 모방 제품, 파생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업종 구분도 없다.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가진 고급 초콜릿 업체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뉴욕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Läderach)와 린트(Lindt)는 각각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은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뉴욕의 넛츠 팩토리(Nuts Factory)도 이 대열에 합류해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를 넣어 만든 두바이 초콜릿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샌플란시스코 기반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길라델리(Ghirardelli)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매장에서 단 하루 동안 두바이 초콜릿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한정 판매하며 열기를 더했다.
유통사도 두바이 초콜릿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피스타치오 다크 초콜릿을 계절 한정 아이템으로 선보였으며, 코스트코는 두바이 초콜릿 바 제품을 출시했다.
쿠키와 햄버거 업체도 마찬가지다. 두바이 초콜릿 브라우니와 두바이 초콜릿 치즈케잌 등 두 가지 메뉴를 출시한 수제 쿠키 브랜드 크럼블(Crumbl)은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메뉴를 정규 메뉴로 편입시키길 원하는지 투표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 햄버거 브랜드 쉑쉑(Shake Shack)은 초콜릿을 입힌 컵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피스타치오 크림, 카다이프를 올린 두바이 초콜릿 피스타치오 쉐이크를 출시했다. 해당 메뉴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플로리다의 일부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크럼블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는 “두바이 초콜릿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들이 거의 집착에 가까운 열광을 보이고 있다”라며 "하지만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들의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매장에서만 주 3회 정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두바이 초콜릿 열풍으로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프리미엄 디저트가 전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문화 현상처럼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핵심 원재료인 피스타치오의 글로벌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향후 이 트렌드의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피스타치오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2023년 미국산 피스타치오는 수확량이 기대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고품질 비율이 높아 가공용으로 주로 활용되는 껍질 제거 커널 제품의 비중이 줄어드는 이중 부담을 겪었다. 피스타치오 커널은 껍질을 제거한 피스타치오 알맹이로, 주로 초콜릿, 디저트, 제과용 원료로 사용된다.
여기에 두바이 초콜릿의 글로벌 인기 확산으로 피스타치오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난은 더욱 악화됐다. 실제로 2023년 파운드당 7.65달러였던 피스타치오 커널 가격은 2024년 들어 약 10.3달러로 34.6% 급등했다.
이에 대해 한 견과류 트레이더 관계자는 “이미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두바이 초콜릿 열풍으로 제조업체들이 커널을 싹쓸이하고 있다”라며 “현재 시장은 사실상 바닥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2위 생산국인 이란은 2025년 3월까지 두바이 초콜릿의 탄생지인 아랍에미리트(UAE)에 피스타치오 수출량을 전년도 보다 40% 늘리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두바이 초콜릿 유행에 따른 지역적 수요 편중 현상에 가깝다. 또 이란산 피스타치오는 미국이나 서구권으로의 직접 수출이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공급난 완화에는 실질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몬드 가격 하락으로 일부 농가가 피스타치오로 재배 작목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해당 품목의 첫 수확은 2025년 9월 이후로 예상되어 당분간 공급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현지 업계 관계자들도 공급망 차원에서 피스타치오가 더 이상 안정적인 범용 원재료로 간주되기 어려우며, 특정 트렌드에 따라 수급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의 생산 회복 시점이 불확실하고, 이란산은 시장 접근성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주요 식품 기업들은 공급 다변화, 장기계약 확보, 대체 레시피 개발 등 리스크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식품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 ‘유럽의 맛을 경험하다’ 캠페인, 한국서 첫 공식 행사 개최 (3) | 2025.06.24 |
---|---|
정부 물가 안정 정책, 업계와 괴리 커 (3) | 2025.06.23 |
[GFTT 2025] ‘인공지능’ 다양한 식품 분야 활용 서둘러야 (1) | 2025.06.20 |
[GFTT 2025] 식품 시스템 환경 부담 증가…지속 가능 원료가 대안 (0) | 2025.06.20 |
클린 라벨 시대의 서막 ‘텍사스 SB 25’-이주형의 글로벌 푸드트렌드(7) (1) | 2025.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