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1.13 07:56
연간 사업 계획 차질 빚고 가격 인상 불가피
장기화 예상도…1500원 도달 땐 초비상 사태
원가 절감에 신규 투자 축소 방안 등 검토
식품업계가 ‘고환율’에 비상이다. 밀가루, 대두, 옥수수, 원당, 카카오 등 식품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사상 최악의 원료난을 겪고 있다. 원료값은 갈수록 오르고, 생산 차질로 원료 수급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데, 고환율 여파까지 더해진 것이다.
업계에선 고환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추진하려던 사업 계획의 차질은 물론 가격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5원이다. 한때 1480원대까지 오르던 것에서 다소 주춤하지만 1년 전(1300원)과 비교하면 10% 이상 올랐다. 쉽게 말하면 원재료를 1000억 원가량 수입하던 기업의 경우 100억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작성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의 평균 제조원가는 4.4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헷지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특히 우리 기업들은 가격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2기 출범 시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업계에서 보수적으로 책정한 마지노선 1400원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1500원까지 오른다면 ‘초비상사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실제 대한상의가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00~1400원 범위가 62.9%고 가장 많았다.
사업계획 수립 시 적용한 환율과 실제 환율과의 차이가 크게 발생한 것인데, 사업계획과 환율 기준을 수정하며 환율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단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통 원재료를 6개월가량 비축해두고 있어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된 원재료 비용이 반영되는 하반기부터는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기업들의 가장 우려되는 어려움 원재료값 증가다. 이미 카카오, 원두, 원당, 밀, 옥수수 등 가격이 치솟은 상태에서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 말 카카오 가격이 급등하자 모기업에서는 초콜릿 제품을 한시적 중단한 바 있다.
업계에선 원가 절감을 위한 생산 효율성 제고 방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비 증가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수입처를 발굴해 비용을 줄이거나 해외 현지 생산을 계획 중인 곳도 시기를 늦추거나 신규 설비 등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산업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강달러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식품업계 대부분 올해 사업계획 시 환율을 1300원대 중·후반으로 책정했을텐데 상당부분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하루속히 외환시장 안정화 및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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