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식품박물관]17살 된 '17차'…대표 장수 '차(茶) 음료'

곡산 2023. 10. 24. 08:02

[식품박물관]17살 된 '17차'…대표 장수 '차(茶) 음료'

2005년 웰빙 시장 겨냥 출시…남양 대표 음료로
'떫은 맛' 차 인식 바꿔 2030 여성들에게 어필
전통차 시장 주 고객층 중장년→ 젊은여성 바꿔
  • 등록 2022-02-24 오후 4:00:00정병묵 기자
  • 수정 2022-02-24 오후 9:15:46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약콩·보리·녹차·마테·결명자·율무·현미·옥수수·메밀·둥글레·우엉·연근·치커리·영지·뽕잎·차가버섯·귤피.

몸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해준다고 알려진 17가지 전통차 원료다. 이 원료를 혼합한 남양유업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17차)’가 올해 17살을 맞았다.

‘17차’는 ‘차(茶) 음료’의 대중화를 알린 신호탄 같은 제품이다. 제품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차 음료 시장에서 ‘17차’는 2005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003920)의 장수 브랜드 중 하나다.

탄산 일변도 음료 시장, 茶 중심으로 지각변동

‘17차’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음료 시장은 자극적인 탄산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남양유업은 당시 트렌드로 각광받던 ‘웰빙’을 내세워 시장이 크지 않으나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 차 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17가지 원료를 혼합하는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많은 재료를 혼합하다 보니 함유량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최적의 맛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남양은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차’ 하면 ‘녹차’, ‘떫은 맛’, ‘중장년층 선호’ 등을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 차 음료 시장은 ‘녹색병’에 담긴 녹차 제품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트렌디하면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한 다양한 원료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2년간 수 백개의 시제품 개발과 함께 핵심 고객층으로 ‘2030 여성’을 선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300회 이상 테스트로 추출 온도와 시간을 최적화한 고유의 맛을 구현, 떫지 않고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의 ‘17차’가 탄생했다. 차 음료에 흔히 사용된 녹색병이 아닌 갈색병과 중장년이 아닌 젊은 소비자층을 위한 음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깼다.

특히 손에 잡기 편하고 휴대가 간편한 실용적인 용기를 채택하고 칼로리가 전혀 없는 ‘칼로리 제로(0)’라는 점도 강조했다. 바쁜 현대인이 부담 없이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자연주의 프리미엄 건강차라는 이미지를 노렸다.

출시하자 마자 초대박…茶 음료 시장 급성장

이렇게 시장에 나온 ‘17차는’ 말 그대로 ‘초대박’을 쳤다. 출시 첫해인 2005년에는 매달 20억원어치씩 팔린 가운데 이듬해인 2006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17차’ 열풍은 해외로 이어져 미국 현지 교포들을 중심으로 2007년에는 매달 100만개씩 수출을 이뤘다. 차 음료 시장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17차는’ 차 음료 중에는 처음으로 월 판매량 2000만개를 넘기기도 했다.

2004년 600억원에 불과했던 차 음료 시장은 ‘17차’ 출시 이후 2년 만에 19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기존 차 음료 시장에서 없었던 2030 여성들이 새롭게 유입된 효과다.

‘17차’의 성공으로 차음료 시장이 커지면서 옥수수차, 보리차, 헛개차 등 다양한 차 음료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에 진입했다. 남양이 신사업(커피) 준비로 2010년부터 마케팅 활동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17차’의 시장 내 영향력도 차츰 줄었다. 2009년 광고 종료와 마케팅 활동 감소로 예전만큼 시장 영향력은 펼치지 못하고 있다. 당시 ‘17차’에 열광했던 주 소비층은 어느새 중장년층이 되었고 현재 MZ세대들은 제품을 잘 모른다.

‘원조 2030 음료’…MZ세대 겨냥 다양한 협업 상품

현재 남양은 ‘2010년대 2030 세대를 대표하는 차 음료’ 이미지 회복을 위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 활동과 유명 영화사와 협업 활동 들을 펼치며 다시 브랜드 리빌딩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과 뷰티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겨냥한 ‘맛있는 두유GT 17차 깔끔한 말차맛’을 출시하기도 했다. ‘맛있는 두유GT’와 ‘17차’를 컬래버래이션 한 제품으로 고소한 두유 베이스에 제주산 가루녹차와 17가지 차를 넣어 깔끔한 맛을 살렸다.

올 초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의 영화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와 함께 킹스맨 이미지를 디자인한 ‘17차 킹스맨’ 에디션을 출시했다.

MZ 세대들의 제품 체험 기회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SNS 이벤트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온라인 전용 제품 ‘17차 그린라벨’ 출시를 맞아 2030 세대를 대상으로 ‘프로 17러’ 이벤트를 진행했다. 남양유업 SNS 계정을 팔로한 뒤 인스타그램에 ‘17차’를 마시는 사진을 올리는 고객에게 ‘그린라벨’ 제품을 무료 증정해 호응을 받았다.

 

[식품박물관]시대를 풍미한 '전지현 17차' 광고

슈퍼스타 전지현 기용 '20대 여성 워너비' 제품 각인
치열한 시음·진열 마케팅도 제품 메가히트에 한몫
  • 등록 2022-02-24 오후 4:00:00정병묵 기자
  • 수정 2022-02-24 오후 9:15:27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17차)’가 출시 초기부터 대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제품력과 함께 과감한 홍보, 진열 전략이 있었다. 기존 차 음료 시장의 주 소비층인 중장년에서 벗어나 젊은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선정해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

남양유업은 새로운 타깃 공략을 위해 젊은 여성들의 당시 ‘워너비 몸매’로 불리던 슈퍼스타 전지현을 모델로 써서 2009년까지 TV CF를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지현이 사막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클럽에서 로데오를 타고 림보를 하고 음료를 마신 뒤 벽을 타고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은 2010년대 CF계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당시 CF 장면을 패러디한 영상이 생길 정도로 당시 전지현의 ‘17차’ CF 파급력은 엄청났다.

남양은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일단 한번 맛 보게 하자’라며 소비자들이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도록 회사의 전 직원이 참여한 체험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주 타깃층의 입소문을 위해 6개월 동안 17차례 대대적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전국 200여개 대학을 돌았으며 이 때 사용된 시음 제품만 100만개에 달한다.

핵심 타깃인 20대들이 ‘17차’를 들고 다니면서 자동으로 길거리 홍보가 됐다. 마치 자신이 TV CF 속 전지현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의 영업 조직망을 활용해 편의점을 비롯한 전국 곳곳 매장에 ‘17차’ 진열 활동을 전사적으로 펼친 것도 주효했다. ‘17차’는 금세 젊은 여성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고 매장 진열 활동을 통해 제품 노출도를 키우면서 출시 초기부터 성공 신화를 거둘 수 있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제품력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마케팅과 영업 진열 활동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돼 나온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