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 탄생비화]대한민국 대표 밥 반찬…"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등록 2020.09.13 06:00:00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들어 온 스팸은 찌개, 쌀밥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한국의 식문화 속에 자리 잡았다.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만 들어도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짭조름하고 고소한 스팸의 맛을 떠올린다.
특히 스팸은 명절 선물 세트로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선물로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2030세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차례로 선보이며 국내 캔햄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미군 전투식량…대한민국 대표 밥 반찬 되다
미국의 육가공업체 호멜이 1937년 출시한 스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인 1950년 미군을 통해 처음 스팸을 접했다.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당시, 스팸은 부유층이나 미군부대와 연줄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스팸이 대중화된 것은 CJ제일제당이 1986년 호멜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87년 스팸 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스팸이 출시되기 전인 1980년대 중반 국내 캔 제품 시장은 당시 제일제당의 '런천미트'와 '치즈햄', 롯데햄·롯데우유의 '로스팜'과 '장조림햄'의 4개 제품이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캔 제품은 일반 상품에 비해 고가이기는 했지만 휴대 및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기간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상승세가 차츰 둔화되는 추세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스팸과 외형이 같은 런천미트 사각햄만은 캔 제품 중 40% 이상을 점유하며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제일제당은 이 점에 주목했다.
사각 캔햄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보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다. 이에 캔 시장에서 우위를 확고히 다져 육가공 매출 증대를 도모하고자 세계적인 브랜드인 스팸을 도입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스팸은 출시 첫해에만 500t이 팔렸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비슷한 제품인 '런천미트' '로스팜' 등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섰다.
일반 캔 햄 제품에 비해 고가이기는 했지만 밥 반찬으로 제격이었으며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 기간이 길어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문구를 쓰며 스팸이 밥 반찬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생활에 간편화·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한 점도 한 몫 했다.
◇밥 반찬에서 고급스러운 선물세트로…스팸의 성장 이끌다
프리미엄 캔햄으로 자리잡은 스팸은 1990년대부터 명절 시즌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급스러운 선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급성장과 맞물려 실용 선물세트를 마트에서 사는 것이 보편화되면서다. 스팸은 식용유, 참기름 등과 함께 대표 가공식품 선물세트로서 자리 잡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인식이 더해진 스팸 선물세트의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 매출 60%가 선물세트 시즌에 발생할 정도다.
스팸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87년 70억원에서 1997년 520억원으로 10년 새 7배 넘게 늘었다. 이어 ▲2016년 3000억원 ▲2017년 3500억원 ▲2019년 4200억원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2018년 기준 4조원을 돌파했다.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약 12억개(200g 기준)로 국민 1명당 약 24개의 스팸을 먹은 셈이다.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50%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1위에 올라섰다.
이런 스팸의 인기는 CJ제일제당이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프리미엄 캔햄 이미지를 굳혀 나간 점이 주효했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짠맛을 줄이고 믿을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거친 결과다.
실제로 스팸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진천공장은 세계 어느 육가공 공장보다도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스팸은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지정을 받았다.
제조공정 역시 원료 선택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철저한 검증을 통해 각 단계별로 발생 가능한 위해 인자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브랜드 '스팸', 젊은 소비자 공략 나섰다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함께 스테디셀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급변하는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제품 자체 특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는 문화마케팅, 아웃도어마케팅, 스타마케팅 등을 펼쳤다.
제품과 접촉하는 장소와 시점, 매개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제품을 알린다는 취지였다.
최근에는 주요 구매자인 30·40대에서 10·20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맛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 리치치즈', '스팸 핫&스파이시', '스팸 마라'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또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책의 일러스트를 스팸 제품에 디자인한 한정판을 선보이고 SNS상에 Z세대의 관심을 이끄는 페이크 굿즈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니즈도 적극 반영한다.
CJ제일제당은 저염 선호 트렌드에 맞춰 '스팸 마일드'의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으로 낮춰 리뉴얼 출시했다. 510㎎은 캔햄 시장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나트륨 평균보다 25% 이상 낮은 수치다.
최근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인 '로우 푸드(Low Food)'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제품 다변화에 맞춰 친숙해진 스팸이라는 브랜드의 외연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밥 반찬은 물론 '요리 재료'로도 소비자 일상 속에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배우 유연석과 손잡고 '절대맛 스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광고, 기획전 등 각종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일상에서 스팸의 다양한 요리법을 알린다. 이 외에도 레시피를 개발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보이는 '스패밀리'를 통해 SNS마케팅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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