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밍밍한 맛의 기능성 음료로 30년간 독주...'포카리스웨트'

곡산 2023. 9. 17. 10:01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밍밍한 맛의 기능성 음료로 30년간 독주...'포카리스웨트'

등록 2020.08.30 07:00:00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포카리스웨트 탄생의 아이디어는 환자가 맞는 링거(수액으로 사용되는 생리식염수)로 알려졌다.

사람의 체액과 비슷한 생리식염수를 물처럼 마신다면 빠르고 간편하게 체내 수분보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포카리스웨트를 만들었다.

이에 링거액으로 사용되는 생리식염수 제품을 기초로 음료 상품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각종 이온의 농도를 더욱 세밀하게 조정해 사람의 체액과 가장 가깝게 만들어 더 빠르게 흡수되도록 했다.

하지만 주사용 생리식염수를 일반인들이 마시는 음료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먹기 쉽도록 맛을 조절하는 일이 가장 난관이었다.

포카리스웨트는 소금맛과 단맛을 절묘하게 조합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또 이온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소량의 자몽(그레이프 후르츠) 과즙을 첨가해 오늘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포카리스웨트 고유의 맛을 만들어냈다.

포카리스웨트는 기존 음료시장에 없던 새로운 차원의 음료다. 체액과 가까운 농도로 조성된 전해질을 함유하고 있어 체내로 신속하게 수분과 이온을 보충해준다.

형형색색의 예쁜 색깔 없이 희뿌연 색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 식염수에서 비롯된 이온음료 본연의 취지를 담아 건강을 위해 색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카리스웨트는 단순한 갈증 해소 차원을 넘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신체 수분 및 이온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다기능성 음료다.

음주 시 알코올에 의한 이뇨 작용으로 소변의 양이 증가해 자칫 일시적인 탈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포카리스웨트는 체내 수분 전해질 균형을 신속하게 정상화 시켜 준다.

또 빠른 수분공급으로 열중증 환자에게 생기는 어지러움과 무기력증, 실신을 막을 수 있고, 운동 선수들의 운동 능력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

땀을 흘리면서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물이 아닌 나트륨과 칼륨 등 이온이 포함된 수분이다. 물만 마실 경우 우리 몸은 자발적 탈수 현상(목마름은 멈추지만 낮아진 체액의 염분 농도를 원래대로 맞추기 위해 수분이 다시 배출되는 현상)을 겪는다.

몸이 원하는 이온을 공급해 갈증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우리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포카리스웨트가 필요한 이유다.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

1987년 출시된 포카리스웨트는 우리나라 이온음료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그 이전에도 1983년 명성식품에서 출시한 XL-1, 태평양의 Sola-X, 해태음료의 헬스펀치 같은 이온음료들이 있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987년은 시대적으로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직후였고 88년 서울 올림픽을 1년 앞둔 시기였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됐고 경기호황과 소득증가로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여가와 레포츠를 즐기는 인구 역시 늘어났다.

당시 동아식품(1971년 동아제약 식품사업부로 출범, 1979년 동아식품 창립)은 이런 사회적인 흐름 속에서 탄산음료와 과일주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음료 시장에 '스포츠 음료'의 필요성을 느껴 오츠카제약과 기술제휴를 통해 1987년 5월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를 발매했다.

◇포카리스웨트만의 블루 컬러도 '주목'

포카리스웨트를 대표하는 컬러인 블루와 화이트. 포카리스웨트는 처음 시장에 선보일 때부터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 파란색 계통은 입맛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색상이란 이유로 식품업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포카리스웨트만의 파란색 컬러는 역설적으로 맑고 시원한 청량감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음료업게에서는 훗날 포카리스웨트의 파란색이 스포츠 음료의 대표적인 이미지 컬러로 정착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출시 당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포카리스웨트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당시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 기존 청량음료와는 달리 단맛이 적어 생소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대적인 시음 행사가 기획됐다.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약 1만2000명에 이르는 국가대표 선수, 경찰, 운영요원 등 대회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일 동안 대대적인 시음 행사를 실시했다.

또 대회 기간에도 포카리스웨트를 시음하고 평가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시음행사 초기에 대회 관계자들은 처음 맛보는 생소한 음료가 입맛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응은 점차 달라졌다. '마실수록 몸이 원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87년 발매 직후 포카리스웨트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와 더불어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1년 동안 연인원 200만명이 참여하는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들은 점차 포카리스웨트만의 독특한 맛과 향에 매료됐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 갈증 해소와 빠른 수분 공급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후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며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는 모습이 노출되며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나타냈다.

발매 1년째가 되는 시점에서 포카리스웨트는 월 200만 캔이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후 초라한 성적표에서 대한항공 기내 음료로 계약까지

포카리스웨트 발매 당시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던 강영구 상무는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품 탄생 비화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본인을 소개를 해달라.

"1980년대부터 동아오츠카, 당시 동아식품에서 근무했다. 이전까지 동아제약에서 다른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동아식품의 성장동력을 모색하던 중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론칭을 목표로 투입됐다. 몇 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87년 포카리스웨트 론칭 이후 1994년까지 브랜드 총괄을 맡았다."

-포카리스웨트는 출시부터 현재까지 이온음료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브랜드다.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포카리스웨트 30주년을 맞은 감회는.

"포카리스웨트는 자식과 같은 제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조사와 회의,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청량음료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때에 기능성 음료로 출시한 포카리스웨트는 첫 해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콜라와 사이다의 톡톡 튀는 탄산과 단맛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들은 포카리스웨트를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는 '밍밍한 음료'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품 자체가 우수해 점점 더 나아질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포카리스웨트가 대견하고 또 뭉클하다."

-브랜드 매니저로서 경험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가끔 음료를 선보인 시음 행사 현장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있는 태릉선수촌은 물론이고 유명 등산로 입구에서 하산객을 마냥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대한항공 기내 음료로 채택됐을 당시의 쾌감 역시 잊지 못한다. 장시간 비행을 하다 보면 탑승객들에게는 종종 '이코노미증후군'이 발생하곤 한다.

이코노미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포카리스웨트가 도움이 될 생각에 기내 마케팅 담당자를 찾아갔다. 어렵사리 얻은 기회였는데 사무실에 들어간 지 3분 만에 쫓겨났다. 이름 없는 음료를 팔러 온 '약장수'로 여겼다. 문턱이 닳도록 기내 마케팅 담당자 마음의 문을 두드린 끝에 우리 회사와 제품군, 포카리스웨트의 특징을 잘 설명하고 결국 기내음료로 계약했다."


◎공감언론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