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 탄생비화]'께끼'는 잊어라...투게더, 46년간 국민 입맛 녹이다
등록 2020.08.02 06:20:00
빙그레 '투게더'는 '가족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다. 1970~1980년대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 아버지 월급날이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즐기곤 했다. 1974년 출시 후 46년간 떠 먹는 아이스크림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금색, 바닐라맛, 주력제품 900㎖ 용량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누적판매수 약 6억개, 연 매출 약 400억원을 찍었다. 트렌드를 반영한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빙과산업의 효시
빙그레 전신은 대일유업이다. 1967년 설립 후 월남에 진출해 미군부대를 상대로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남양주군 일대에 젖소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미금면 도농리에 유제품 가공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설탕물을 얼린 빙과류가 호황을 누렸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도 없었을 뿐더러 생산원가도 비싸서 우유 성분을 넣은 아이스크림은 시판되는 것이 없었다. 대일유업은 미국의 퍼모스트 맥킨슨사와 기술 도입 계약 체결 후 제조시설을 지었다. 건설 도중 자금 사정이 안 좋아져 부도를 내자 새 투자자를 찾았다.
당시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은 현찰 거래인 데다가 자금회전이 빠르고 수익성이 높은 식품업 진출을 검토했다. 남아 도는 우유를 처리하지 못해 낙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자 공장 완공에 필요한 자금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공장 건설은 지지부진했고, 한국화약그룹은 1973년 대일유업의 주식 50%를 인수했다. 그해 6월 '전천 후 영양식'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우유에 딸기와 초콜릿, 바나나 등을 배합한 제품으로 인기몰이했다. 1982년 빙그레로 사명을 변경하고, 1995년 계열 분리했다.
투게더는 대한민국 첫 정통 아이스크림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식품산업 기반 자체가 취약했다.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께끼'만 있었을 뿐, 정통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힘들었다. 빙그레는 1972년부터 분유가 아닌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 퍼모스트 멕킨슨사가 기술 협조를 하지 않자,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에 나섰다. 2년 여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1974년 투게더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채택했다. '온 국민이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정통 아이스크림을 즐기자'는 취지를 담았다. 10원짜리 께끼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900cc기준 600원짜리 국산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당시 특별한 날에만 가족들이 모여 먹는 고급 아이스크림이었다. TV광고 CM송이 인기를 끌며 인지도를 높였다.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는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아이스크림"이라며 "대리점 차량들이 투게더를 먼저 받기 위해 공장 앞에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엄청 났다"고 귀띔했다.
최근 국내 빙과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매년 출산율 저하로 주력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감소한 탓이다. 빙그레는 소용량 아이스크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출시된지 45년 만인 지난해 기존 제품대비 3분의 1 용량인 오리지널 투게더 미니어처를 출시했다. 1인 가구가 500만명을 넘어서고, 소용량 제품 관련 소비자 욕구가 높아진 것을 반영했다.
투게더 미니어처는 오리지널의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했다. 용량은 300㎖로 1인용 제품이다. 투게더 바닐라, 투게더 다양한맛 5종(스트로베리밀크, 초콜릿밀크, 프로즌요거트블루베리, 흑임자, 프럴린 앤 아몬드), 투게더 시그니처 2종(더블샷 바닐라, 시그니처 그린티 라떼), 투게더 미니어처 1종 총 9종을 판매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도 운영했다. 19일간 약 2만여 명이 다녀갔고, 인스타그램에는 투게더 관련 해쉬태그가 1만4000여 개에 달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투게더 매출은 2015년부터 다소 정체기를 보였지만, 2018년 3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390억원을 찍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했다"며 "오랜 기간 사랑을 받으며 대표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지키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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