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쌀 생산·식품 산업, 식량안보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곡산 2023. 6. 8. 05:25
쌀 생산·식품 산업, 식량안보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5.23 07:51

보리 우수 종자 보급 통해 수요 늘리고 비만 예방 등 연구를
귀리 가공 원료 대부분 수입…안정적 생산 신시장 창출해야
콩 자급률 제고 위해 고단백 품종 공급·이모작 면적 확대
고구마 대량 번식 시스템 확립하고 괴근 외 부위별 이용도
식량안보연구재단 주최 식량안보를 위한 작물 이용 확대 방안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 최고의 백신은 식량.” 팬데믹 상황에서 노벨 위원회가 2020년 유엔세계식량계획(WEF)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밝힌 이야기다.

이처럼 식량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것으로,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 전세계적인 감염병,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식량위기를 촉발할 요인들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량 증산은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작물의 수요처를 확대하고 농민, 관련 산업계가 적절히 보상받을 수 있는 가격지지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17일 제29회 식량안보세미나는 ‘식량안보를 위한 작물 이용 확대 방안’을 주제로 쌀, 보리, 귀리, 콩, 고구마의 자급률 제고 방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과 심층 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이에 17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산업협회, 쌀가공식품협회와 공동으로 후원한 제29회 식량안보세미나는 ‘식량안보를 위한 작물 이용 확대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해 쌀, 보리, 귀리, 콩, 고구마의 자급률 제고 방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과 심층 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식량안보재단 이사장 박현진 고려대 교수(사진=식품음료신문)

세미나에서 쌀의 수요 창출과 가격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제한 식량안보재단 이사장 박현진 고려대 교수는 “쌀은 최근 10여 년 동안 공급측면에서 생산성 향상, 수요 측면 그리고 소비량의 감소와 MMA 물량의 지속적 증가로 수급조정이 쉽지 않았다”며 “쌀 시장 관세화 개방 이후로 쌀 감축정책, 공익직불제, 국가 식량계획, 전략작물 직불제, 푸드테크 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해 다변화와 식품 산업의 식량안보기능을 중시하는 식량정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제도 시행 △통일미 120만톤 항시 비축을 제안했다. 전체 인구의 6%에 해당하는 차상위 계층에게 1인당 월 10kg의 쌀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연간 30만2000여톤의 쌀 추가수요가 발생하며 이는 정부예산 7979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건복지예산의 1%로 추가 수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매년 60만톤을 모아 항시 120만톤 통일미를 비축하고, 이후에는 쌀가공산업의 원료로 활용한다는 것.

그는 “이 두 가지 방안으로 연간 90만톤의 쌀 추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며 한국 음식문화의 기본이 되는 식량으로 문제점에 있어 생산과 소득에만 집중하던 방식을 벗어나 국가 식량안보와 통일 그리고 복지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미자 박사(사진=식품음료신문)

보리 증산을 위한 정책 방향과 수요 창출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미자 박사는 “보리의 용도별 다양한 품종 개발에도 불구하고 생산 및 수확 후 품질 관리 체계 미흡으로 산업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산업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능성 건강식품, 외식산업 등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 증가와 기후 변화 및 식생활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먹을거리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보리 생산 및 이용 방식으로는 소비를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우수종자 공급의 확대, 맥류 재배 농가에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및 WTO TRQ 물량 증량 등을 통해 보리의 안정적 수급을 유도하고 △기능성 품종 개발 및 과학적 데이터 확보로 보리 이용성을 증진해야 하며 △보리 소비의 이점과 국내 생산 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박사는 산업체나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켜 소비 확대로 이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가공용도별 품질 특성, 평가 기준 설정 및 용도별 맞춤형 품종 분류, 비만, 골다공증, 항당뇨, 면역력 증강 등에 대한 활성 검정 등 새로운 연구개발 및 보급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이유영 박사(사진=식품음료신문)

귀리의 식품 기능성과 이용 확대 방안에 발표한 국립식량과학원 이유영 박사는 “국내 귀리의 활용한 식품 형태가 단순가공 등 한정적이며, 가공원료마저 대부분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는 국산 귀리의 종자확보가 어렵고, 생산량도 불안정하다는 점, 균일한 품질의 원료를 연중 공급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영 박사는 원활한 종자수급을 위해 공급체계구축이 필요하며 안정적인 지역별 재배기술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산패저감 연구, 저온저장시설 등 품질개선 및 규모화를 위한 연구와 기반시설이 확충돼야 하며, 소규모 작목의 재배규모, 생산량 등 정확한 통계 데이터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시장 창출을 통한 소비 확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국산 귀리에 대한 건강증진 기능성 효능검정과 소재개발을 통한 기능성 연구가 다양하게 강화돼야 하며, 한국형 건기식 소재, 반려견·묘의 고급 처방식 사료, 통곡물 기능성 식품 등 고기능성 제품으로의 활용과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립식량과학원 문중경 박사(사진=식품음료신문)

콩의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해 발표한 국립식량과학원의 문중경 박사는 “콩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신수요 개발이 필요하다”며 “국산콩 사용량 확대를 위해 대량 수요 분야에 고단백 콩 품종의 공급으로 식용 확대와 중형수요 분야에 특화된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박사는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적 지원으로 △전략작물직불제를 중심으로 한 논콩 및 이모작 확대 정책평가 및 개선과 △다부처 공동 정책개발을 통한 가공 및 소비 촉진 지원을 제언했다. 그는 논 이모작 확대를 위해 식량 및 사료작물 재배시 기존의 ‘논활용 직불제’를 확대 개편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 이모작 재배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산콩을 원료로 가공하거나 시설투자, R&D 등에 산자부, 중기청 등과 다부처가 합동지원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산콩 수요 확대는 신품종 고단백질 함량 콩인 ‘하이프로’, 심장질환 예방효과가 높은 ‘호심콩’, 간보호능, 피부주름 및 피부염증완화에 건강기능성을 가진 ‘신화콩’ 등 고품질 식용 수요를 창출하고, 혼작과 사료가치가 높은 콩품종을 활용해 조사료의 국내 생산을 증대할 수 있다고 문 박사는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김선형 교수(사진=식품음료신문)

미래형 작물로서의 고구마의 가치에 대해 발표한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김선형 교수는 “국내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씨고구마를 이용한 번식 체계를 이용하고 있어 바이러스, 곰팡이 병이 후대로 직접 전달돼 수확량 및 품질 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또 벼나 다른 작물과 같이 품종에 의한 품종에 의한 식재가 아닌 고구마 전분질에 따른 밤, 호박, 고구마 등으로 분류돼 있어 품종 혼합도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구마 무병주를 이용한 대량 번식시스템의 확립, 품종 판별 마커를 이용한 고구마 품종 판별을 통한 단일품종 재배, 육묘 단계에서의 체계적이면서 효율적인 시스템의 보급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농가 소득 증진 및 고구마 생산 효율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 식용 품종의 괴근만을 이용한 고구마 소비 형태에서 벗어나 고구마 지상부의 이용 확대, 원예용 고구마의 보급 및 재배 등의 다양한 활용 방안이 제시돼 고구마의 이용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제언했다.

토론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작물 자급률 문제를 소비 확대와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한 범국가적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쌀 사회 안전망 확충·통일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첨단 농업 전환하고 식품용 곡물 유통 업체 육성
정부 위기 대응 체계 운영…식량안보 큰 틀 추진

발제 이후 토론에서 식량안보재단 이철호 명예이사장은 “정부는 쌀 문제를 소비 확대와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한 범국가적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쌀을 사회안전망과 통일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차상위계층 무상 공급과 통일미 비축을 통해 연간 90만톤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 논란이 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은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현 쌀 생산억제 정책을 증산정책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위험 수준을 넘고 있는 농지전용도 막아 우리 농업을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동환 원장은 “국산 곡물이 식품산업의 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며 “곡물의 생산비 절감 방안으로 밭농업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식품산업용 곡물 공급을 담당하는 전문 중간 유통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가공용 곡물공급을 증대시키기 위해 산지와 수요처간 계약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S&J 인스티튜트 서진교 원장은 “식량안보를 위해 품종 개발 등의 R&D 투자가 필요하지만 개발된 품종을 재배할 농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우리 농업의 경우 초고령화에 대해 중장기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고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해 기존 농업생산방식에서 일대 전환, 첨단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첨단 과학기술과 디지털 정보가 결합된 첨단 디지털 정밀기술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신동화 회장은 “곡물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 증대는 계속 연구돼야 한다. 또 각 곡물의 기능성을 높이기 위한 품종개량은 필수 사항으로 계속 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공용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격안정과 상시 충분한 공급량 확보가 필수인 바, 국가차원의 비축을 위한 설비구축과 운영 및 비축곡류의 소비를 위한 용도개발이 계속 연구돼야 한다. 쌀과 함께 다른 곡물, 서류 제품도 다양한 첨단가공기술을 투입해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의 개발이 시급하며, 가격 경쟁력의 열세를 특수, 앞선 기술을 투입한 품질과 제품 차별성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안병일 교수는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니면 가격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농산물 (농가단위) 수입보험 등이 있다. 미국 등 선진 사례를 통해 농가소득 안정에 기여할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식량안보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제도를 정비하고 위기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식량안보를 정책 방향의 큰 틀로 잡고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최근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한 것도, 일견 식량안보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법안이 식량안보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되면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밀, 콩 등 다른 식량의 생산 확대를 저해하게 된다.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인 쌀은 적정 생산하고, 밀, 콩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식량안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