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6.24 16:58
의료 현장·요양 시설 경험 바탕 제품 개발
걸쭉한 농도, 기호·상태 맞춰 3단계로 조절
최근 일본에서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정확한 니즈 파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히트하고 있는 음료 자판기가 있다. 바로 'APEX의 걸쭉함 자판기'로, 이 제품은 고령자를 위해 음료수에 걸쭉한 식감을 추가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해당 자판기는 음식물이 기도와 폐로 잘못 들어가 일으키는 오연성 폐렴을 막기 위해 2018년 APEX가 개발한 것으로,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첨가해 목 넘김을 천천히 함으로써 음료가 기도로 잘못 넘어갈 가능성을 줄였다. 또 걸쭉함 농도는 기호와 상태에 맞게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원두커피, 코코아, 말차 라떼 등 음료 종류도 풍부하다.
기존에 요양시설 및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자의 오연성 폐렴 방지를 위해 직원들이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프로세스를 매번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제조해야 해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이 점에 착안해 APEX는 2018년 의료·돌봄 시설에 서버 타입과 급탕기 타입의 두 종류의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조리기기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자판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 자판기는 현재 현재까지 일본 구갠 백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일본 전국의 대형 집객 시설에 약 200대가 설치됐으며, 늘어가는 고령인구에 따른 수요 확대에 힘입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한편, 무역관은 최근 일본에서 히트하고 있는 제품들이 가진 공통된 ‘히트 법칙’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첫째는 '소비자의 니즈는 의외로 명확하며 가까이에 존재한다'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업계에서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지만, 고객의 행동이나 심층 심리를 굳이 파고들지 않아도 니즈는 의외로 명확하고 가까이에 존재한다.
고령자가 액체를 잘못 삼켜 기도로 넘어가는 일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예전부터 존재했다. 이처럼 히트 상품을 낳는 핵심 요인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 주위에 얼마든지 널려 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았을 뿐이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불편함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시장에 재빨리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빠른 시장 테스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처한 시장 환경과 제약에 지배된 나머지 전례와 고정관념에 매몰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직 체계가 수직적·폐쇄적이고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이러한 함정에 빠지기 쉽다.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시장의 수요에 대응해 적시에 충분한 물량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 공정의 효율화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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