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결정적 한끗]바나나맛 우유②한결같은 맛의 '비밀'

곡산 2021. 5. 26. 09:38

[결정적 한끗]바나나맛 우유②한결같은 맛의 '비밀'

  •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 2020.09.22(화) 13:48바나나맛 우유의 최대 미션은 '맛 유지'
    풍부한 원유로 '신선한 맛'…품질 관리 중요 
  • #맛집 #손맛 #입맛 #추억의그맛물론 오랜 기간 '추억의 그 맛' 그대로인 집도 많습니다. 하지만 음식 맛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과거의 그 '기분'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가게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바뀌었거나 음식이 담긴 그릇이 바뀌었을때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듭니다. '실제 맛'은 안 바뀌었을지 몰라도 우리가 '느끼는 맛'이 변한겁니다. 소비자들은 참 까다롭습니다. 음식 맛은 물론 세월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인 본인의 입맛, 식당 분위기까지 따지니 말입니다.음식점뿐만 아니라 식품 업체들도 이런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게 식품 업체들의 숙명입니다. 과자나 라면, 우유 등 가공 식품을 먹을 때도 "예전 그맛이 아니네?"라며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그렇다면 이런 의구심이 들 겁니다. 원래 맛을 유지하는 거라면,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하는 생각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맛을 유지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진=빙그레 제공]사실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 향'만 포함돼 있었습니다. 바나나맛 우유가 처음 출시된 1974년에는 바나나가 아주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나나 과즙을 우유에 넣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소비자들이 갈망하는 바나나의 '향'만 넣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충분히 만족했습니다.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과거 바나나맛 우유는 '치자황색소'라는 천연색소로 우유에 노란색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색소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빙그레는 또 한 번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 치자황색소는 지금도 식품에 쓸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설명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문에 기존 치자황색소를 '카로틴 색소'로 바꿔야했습니다.#그래서어떤맛 #비결은원유 #신선한맛그래도 공개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살짝이나마 맛의 비결을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 일단 직접 마셔보고 느껴보는 것이 상책일 겁니다. 그리고 바나나맛 우유와 경쟁하는 다른 가공유들을 먹어보면 바나나맛 우유만의 뚜렷한 특징을 더 잘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저희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직접 느껴본 바나나맛 우유의 차별점들을 한 번 알아봤습니다.재미있게 보셨나요? 직접 체험 외에 이번에는 빙그레에서 바나나맛 우유의 맛을 연구하는 연구팀을 만나봤습니다. 연구소를 통해서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바나나맛 우유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원유'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더군요. 실제로 바나나맛 우유에는 원유가 85.715% 포함됐습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공유 제품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2017년 한 조사 업체가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유 60종의 원유 함량을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바나나맛 우유는 이 조사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제조 업체들이 원유가 아닌 탈지분유나 유크림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비용' 때문입니다. 이런 재료의 경우 비교적 저렴하게 수입해올 수 있는 데다, 보관 기간이 길어 관리하기 편리합니다. 다만 원유로 만든 제품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바나나맛 우유'나 '딸기맛 우유' 등 과일 맛 가공유에는 원유 함량을 높일수록 더욱 신선한 맛이 날 수 있습니다. 물론 탈지분유라고 해서 무조건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초코 우유나 커피 우유 같은 제품의 경우 탈지분유나 유크림이 더욱 '깊은 맛'을 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원유 특유의 맛은 바나나맛 우유의 다른 시리즈 제품들을 마셔보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바닐라맛 우유나 캔디바맛 우유는 원재료만 따져보면 원유의 비율도 다르고 별개의 향료와 색소로 만들어진,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원조 바나나맛 우유의 맛이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원유의 맛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직접만나봤습니다 #식품연구소 #황신석연구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바나나맛 우유를 담당하고 있다. 평소 어떤 연구를 하는가.-바나나맛 우유는 고유의 맛이 항상 유지된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바나나맛 우유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들을 만들 때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는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원유가 가공유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가?-탈지분유와 유크림 등 다른 재료는 나쁜 재료라고 볼 수 있나.-여러 시리즈를 내놓다 보면 기존 바나나맛 우유보다 맛있는 제품이 출시될 수 있지 않을까.
  •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의 힘이라는 것이 있다. 마치 스타벅스 커피를 더 맛있게 느끼는 것과 같다. 브랜드를 아예 안 보고 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맛있는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기존 바나나맛 우유를 (판매량 등으로) 이기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 분유의 경우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다. 바나나맛 우유의 경우에는 그간 워낙 잘 팔려 왔으니까 '비싼' 원유를 쓰는 방식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분유를 무조건 나쁘다거나 맛없다고 볼 수는 없다. 대신 원유와는 다른 특유의 분유 맛이 있다. 열처리하면서 변성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맛이다. 
  • ▲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정확히 어떤 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원유 비중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신선한 맛이 떨어지는 경향은 있다. 또 우유 자체의 기본적인 맛이 있다. 우유 맛이 생각보다 세다. 특히 바나나맛 우유의 경우 원유가 많이 들어가니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이 시리즈 제품들의 경우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하다. 바나나맛 우유 브랜드 강화를 위해서 신제품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어떤 맛을 만들지는 시장 조사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제품들은 사실 바나나맛 우유와는 별개의 제품이긴 하지만 같은 '용기'에 담는다는 점이다. 기존 바나나맛 우유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원유도 바나나맛 우유처럼 충분하게 넣으려고 한다. 최소 70% 이상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 ▲ 항상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우유는 계절에 따라 맛이 변하기도 하고 매년 맛이 다르기도 하다. 미래 어느 시점의 바나나맛 우유와 지금의 바나나맛 우유를 동시에 먹으면 아마 맛이 다를 수 있다. 모든 우유(원유)는 맛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 바나나맛 우유는 맛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그래도 종종 관리할 일은 생긴다. 관련 법규가 바뀌어서 원재료를 바꿔야 한다든가 아니면 당 함유량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서 낮춰야 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다. 이럴 경우 기존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든 뒤 맛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문적으로 관능검사(제품의 품질을 오감으로 평가하는 것)를 진행하는 분들이 있다.
  • 이렇게 살펴봤지만 사실 바나나맛 우유의 맛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맛'일 테니까요. 그래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바나나맛 우유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직접 만나 더 구체적인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황신석 빙그레 식품연구소 유제품 연구팀 연구원입니다.
  • 아울러 원유에도 각각 특유의 '맛'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바나나맛 우유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에 하나도 바로 원유의 '맛'입니다. 바나나맛 우유는 국내산 원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빙그레와 계약한 낙농가에서 원유를 받아옵니다. 빙그레는 낙농가가 '맛있는' 원유를 지속해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관리해주고 있습니다.
  • 결국 바나나맛 우유 '맛'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원유 함유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면 다른 가공유와는 달리 우유 본연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원유 함유량이 많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 주목할 만한 점은 당시 조사를 살펴보면 원유를 전혀 넣지 않은 제품이 25%나 됐다는 점입니다. "무늬만 우유 아니냐"며 논란이 벌어졌죠. 그러나 이런 지적은 사실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원유 대신 혼합탈지분유나 유크림 등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탈지분유란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 제거해 건조한 분말을 말합니다. 유크림의 경우 원유에서 분리한 유지방분입니다. 탈지분유나 유크림 역시 원유로 만든 재료라는 이야기입니다. 무늬만 우유라는 말은 정확한 지적은 아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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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그레가 바나나맛 우유의 맛을 목숨걸고 지켜내려는 이유는 이 제품이 꾸준히 소비자들에게 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7년간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사랑받으면서 맛의 경쟁력을 입증받았습니다. 사실 맛을 말로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기껏해야 "입에 착 달라붙는다", "달달하다" 정도일텐데요. 게다가 무언가 '진짜' 비결이 숨겨져 있다면 그건 빙그레만의 영업비밀이겠죠. 이런 비밀은 아무도 모르게, 며느리도 모르게 보안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신당동 떡볶이처럼 말이죠.
  • 문제는 색소 하나를 바꿔도 맛이 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치자황색소와 같은 천연색소의 경우 특유의 맛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도 기존 제품과 맛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미션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빙그레 연구팀의 피나는 노력으로 우리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색, 같은 맛의 바나나맛 우유를 맛볼 수 있게 된겁니다.
  • 하지만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빙그레는 결국 바나나맛 우유에 실제 바나나 과즙을 넣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과즙을 넣는 순간 맛이 확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당시 빙그레 연구팀에 떨어진 미션은 과즙을 넣은 뒤에도 이전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끊임없는 연구 끝에 맛의 변화를 소비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예를 들어 볼까요. 지난 2009년 바나나맛 우유에 시련이 찾아옵니다. 당시 식약청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천연재료를 쓰지 않은 가공식품에 '맛'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향'이라는 명칭을 쓰도록 했습니다. 당시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바나나맛 우유는 바나나'향' 우유로 이름을 바꿔야 합니다. 바나나맛 우유가 바나나향 우유라니요. 빙그레의 시름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바나나맛 우유'를 생산하는 빙그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빙그레가 선택한 것은 바나나맛 우유를 더 맛있게 하기 위해 '괜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맛을 바꾸려 하지도 않습니다. 바나나맛 우유 연구팀의 최대 미션은 '기존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겁니다. 식당으로치면 언제 가도 변하지 않는 맛을 자랑하는 '오래된 맛집'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 #바나나맛우유의맛 #건들지마라 #지켜보고있다
  • 떡볶이집뿐만이 아닙니다. 대학 시절 선후배들과 밤새 소주 한잔에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새벽이면 찾았던 감자탕집이 있습니다. 그때는 참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졸업 후에 다시 찾았더니 역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 동네 맛집 역시 어느 순간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때 사람들은 참 아쉬워하곤 합니다. 
  • 초등학교 시절 즐겨 찾던 떡볶이집에 다시 가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 번' 가봤습니다. 한 번이라고 한 이유는 그 이후에는 다시 찾지 않아서인데요. 제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음식 맛이 변한 건지. 추억의 그 맛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심 좋은 떡볶이집 아줌마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맛은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의 경우 결정적 한 끗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 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