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짝퉁에 흔들린 설빙..매물로 내놨다
임세원 기자 입력 2017.08.17 17:53 수정 2017.08.17 18:25
中 기업형 상표 브로커 난립
도용 1,200건이지만 구제 0
2013년 8월 부산에서 출발한 설빙은 팥 대신 인절미를 올리고 우유를 얼려 곱게 간 인절미 빙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형 디저트카페라는 명성을 얻었다. 창업 넉 달 만에 전국에 가맹점이 480여개로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억원(2013년)에서 122억원(2014년)으로 뛰었다. 그러나 2015년 2월 설빙이 중국 진출을 위해 상해아빙식품무역 유한공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일정 지역 내 가맹점 운영에 대한 독점권) 계약을 한 뒤 문제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설빙의 인기를 간파한 중국 국적의 한국인 상표권 브로커가 설빙의 브랜드 이미지를 도용해 상표권을 등록한 뒤 상하이에만도 400개의 가맹점을 내고 영업하며 설빙의 중국 진출은 좌절됐다.
中, 잘 팔린다 싶으면 브랜드 도용···길 잃는 ‘프랜차이즈 한류’ 설빙은 지난 2014년 11월 드라마 피노키오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며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 2월 중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설빙은 2017년까지 150개의 매장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설빙이 청사진을 제시하던 그 순간에도 중국 상하이에는 설빙의 로고와 메뉴는 물론 진동벨, 종업원 복장, 냅킨까지 베낀 가짜 설빙 매장이 판을 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중국 당국에 설빙의 로고에서 글자 위치만 살짝 바꾼 상표를 등록했고 현지에서 가맹점을 모았다. 설빙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상하이아빙식품무역은 설빙이 상표권 관리를 제대로 안 한 탓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소송을 걸었고 설빙은 상하이아빙식품무역이 계약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중국 특허당국은 무단 도용이 의심되는 상황이어도 무조건 먼저 등록한 쪽에 우선권을 준다. 이를 악용해 일부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기업형 상표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 중국 특허 정책은 한글이나 영어로 상표권을 등록해도 이를 다시 한자와 섞어 등록하는 게 가능하고 식품 업종으로 등록한 치킨 프랜차이즈를 다시 닭고기 업종으로 등록할 수 있다. 퀄컴·테슬라·애플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중국에서는 무단 상표권 도용에 따른 분쟁을 겪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 개시가 중국에 직격탄인 이유도 여전히 수많은 업체들이 짝퉁 브랜드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국 진출에 대한 계획 없이 창업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짧은 시간 중국 내 한류 바람을 타더라도 상표권 도용 문턱에 막혀 수익을 얻기 어렵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5~2016년 신고된 중국의 상표권 브로커를 통한 무단 도용은 1,200여건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중국 법원을 통해 상표권을 되찾은 사례는 없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과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상표권 도용을 미리 파악하고 막지 못한 책임은 설빙 본사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상하이아빙무역공사 모두에 있으나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면서 “중국은 상표권을 등록하면 3개월간 공고하는데 그 안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면 구제받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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