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17신년특집]식품·외식업 혁신 이끄는 4차산업혁명기술 발전, 융·복합으로 업계 지형도 변화… 대면 서비스 약화 우려도

곡산 2017. 2. 3. 08:18

[2017신년특집]식품·외식업 혁신 이끄는 4차산업혁명기술 발전, 융·복합으로 업계 지형도 변화… 대면 서비스 약화 우려도[960호]


2017년 01월 23일 (월) l 이원배 기자l lwb21@foodbank.co.kr

  
 

#한 고객이 식당에 들어선다. 1인 고객에 특화된 칸막이가 쳐진 좌석이 눈에 띈다. 고객은 주문 및 결제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결재까지 마쳤다. 키오스크에서 메뉴에 대한 설명은 물론 식재 원산지, 칼로리 등 영양 정보, 먹는 팁까지 자세히 설명돼 있다. 스마폰에서 이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쿠폰을 안내해 준다. 결제를 마치자 앞치마를 두른 인공지능 로봇이 깍듯이 인사를 하며 자리를 안내한다. 테이블에 앉자 곧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가져다 준다. 음식은 로봇셰프가 조리했다는 설명이 붙는다. 주문부터 식사를 마칠 때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가상으로 그려본 미래 식당의 모습이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매진하면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돼 전혀 불가능한 모습만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는 당연 ‘4차산업혁명’이다.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신제품이나 새 기술을 창조하는 차세대 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등이 대표적인 분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친 알파고는 4차산업혁명 혁신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세계 각국은 4차산업혁명을 미래 경제의 경쟁력으로 생각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4차산업혁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식품·외식산업에서도 4차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융복합 등을 통해 신기술과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술과 사용 확대,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식품·외식산업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와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아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온디맨드 방식, 배달 앱 4차산업혁명 시작

식품·외식업계의 4차산업혁명은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푸드테크’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온디맨드는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서비스와 재화 등을 공급한다.

특히 음식 배달 분야에서 활발하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전화기를 들고 메뉴와 주소 등을 불러주고 직접 돈을 건네줘야 마무리됐던 음식 배달이 이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된다.

국내 외식업계에 푸드테크란 용어를 확산시킨 업체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1년 배달 앱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푸드테크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은 스마트폰 사용의 빠른 확대와 함께 이용자도 급격히 늘어 푸드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월간 주문수는 지난 2014년 12월 약 520만 건에서 2015년 12월 약 712만 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약 1070만 건을 돌파해 업계 최초로 ‘월 주문수 천만 건 시대’를 열었다. 이용자의 월 평균 이용 빈도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배달의민족 이용자 1인당 월 평균 주문 횟수는 2014년 약 2.5회, 2015년 약 3.2회로, 지난해에는 3.6회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요기요도 지난해 주문건수 증가율이 119%에 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의 53%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주문은 키오스크… 인력 감축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 업계와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지능형 주문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다. 메뉴의 다양화, 주문의 효율화, 인건비 절약의 효과가 있어 향후 더 확대될 전망이다. 맥도날드는 푸드테크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드라이브스루점에 100번째 미래형 매장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상암DMC점에 미래형 매장을 공개한지 한 달여 만이다.

맥도날드 미래형 매장은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해 고객이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다. 디지털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기본 메뉴는 물론 소스와 채소, 치즈 등 원하는 재료를 조합한 시그니처 버거도 주문할 수 있다.

또 위치추적 기능을 탑재한 진동벨을 이용해 고객의 테이블로 서비스한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약 2600개의 매장이 미래형 매장으로 변신했고 프랑스의 경우 고객 만족도가 70%에서 88%로 증가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영국 맥도날드는 전국 미래형 매장에 태블릿PC를 설치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외식 경험을 제공한다”며 “올 상반기까지 250개 미래형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리아는 ‘무인 포스’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 롯데리아는 2014년 4월 3개점으로 시작해 지난해말 약 400개 매장에 무인 포스를 도입했다. 롯데리아의 무인 포스를 이용하면 주문이 몰리는 점심, 저녁 시간에 대기하지 않고 주문이 가능하다. 또 전산 시스템을 통해 제휴카드 할인부터 카드 결제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진다.

이어 롯데리아는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매장에 대형 키오스크 스크린에 옴니채널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재미있는 매장’을 선보였다. 롯데리아 재미있는 매장은 스마트폰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인 비콘 서비스를 통해 이벤트 메시지를 안내하고 고객은 증강현실 키오스크 스크린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타벅스는 사이렌오더 시스템을 안착시켰으며 외식기업 놀부도 시럽오더와 O2O 제휴 등을 통해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3D 프린팅·로봇 셰프… 아직 갈 길 멀어

아직까지 식품·외식업계의 4차산업혁명은 배달과 검색 등 O2O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 발전으로 업계의 4차혁명을 이끌 분야로 3D 프린팅과 로봇 셰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 발전과 인프라 구축 등 갈 길이 멀지만 활성화 될 경우 산업전반에 큰 파급을 끼치게 된다. 식품 원료의 생산 및 조리 방식, 레스토랑 등 외식업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ICT(정보통신기술)가 결합할 수 있다.

푸드 3D 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3D 프린팅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D 프린팅 산업을 제조업 혁신과 신시장을 창출할 핵심기술로 보고 3D 프린팅 산업의 진흥을 위해 ‘삼차원 프린팅 산업 진흥법’에 근거해 향후 3년간의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정부의 육성에 따라 푸드 3D 프린팅 기술도 발전할 전망이다. 외국은 이미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호드립슨 미국 컬럼비아대학 공학부 교수는 “이미 3D 프린터들은 전통적 조리 방식보다 더 지속가능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가정 맞춤형 음식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푸드 3D 프린팅은 카트리지안에 원료와 영양소, 감미료 등을 담고 프로그램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낸다. 푸드 3D 프린팅이 활성화되면 조리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도 재료를 혼합해 프로그램에 따라 간단한 케이크 등을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는 와 있다. 미국 3D시스템즈는 설탕을 정교한 모양의 사탕으로 만드는 셰프젯을 개발했다. 또 허쉬사와 공동으로 초콜릿 프린터 코코젯도 제조했다.

인간 대 인간 만남의 축소, 어두운 그림자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 장밋빛전망만을 제시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자리 축소와 양극화 심화, 인간 소외 현상 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노동시장 및 직업연구소는 독일 내에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6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회장은 자동화에 따른 고위험 직업군에 레스토랑 및 커피전문점 종업원, 배달직 등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인 외식업은 대면 서비스의 축소로 전통적인 가치와 위상에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고객 얼굴을 보고 주문을 받고 메뉴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순간 순간 원활한 고객 응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전통적인 ‘약식동원’의 가치에서 보면 획일적인 음식의 제공은 영양·질적 가치 하락과 서비스의 퇴조인 셈이다.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점은 먹는 행위 이상의 기쁨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외식업소가 얼굴을 익히면서 단골고객을 늘려간다는 점에서 대면 서비스 축소는 식품·외식산업 4차산업혁명의 큰 그림자가 될 전망이다. 업계도 이같은 대면 서비스 축소에 우려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홀을 전담하는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또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고객 응대부터 기기 사용 안내, 서빙 등이 주 업무인 서비스 리더를 별도로 배치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외식 서비스는 그대로 남거나 오히려 대면 서비스만 고집하는 고객도 상당할 것으로 시장이 양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은 업계의 지형도나 구조를 크게 변화시켜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일자리 감소 우려, 고객 대면 등 응대 서비스 축소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원배 기자  lwb21@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