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17 주류 트렌드] 증류식 소주 르네상스, 신제품 쏟아진다

곡산 2017. 1. 11. 08:16

[2017 주류 트렌드] 증류식 소주 르네상스, 신제품 쏟아진다

  • 박순욱 기자


  • 입력 : 2017.01.11 07:00

    [2017 주류 트렌드] 증류식 소주 르네상스, 신제품 쏟아진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상반기 알코올 도수 25도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 25’를 내놓은데 이어 9월에는 도수를 21도로 낮추고 병도 일반 희석식 소주와 같은 녹색병에 담은 ‘대장부 21’을 추가로 내놓았다. 가격은 25도 제품의 4분의 1 수준까지 크게 내렸다. ‘대장부 25’는 출고가격이 8250원인 반면 ‘대장부 21’은 1600원까지 떨어뜨렸다. ‘증류식 소주는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제조단가를 최대한 줄여 판매가를 크게 낮춘 것이다. 국순당도 작년 8월 증류주 ‘려'를 내놓고 증류식 소주시장에 가세했다.

    롯데주류의 증류주 ‘대장부’는 25도, 21도 2 종류가 있다./사진=롯데주류 제공
    롯데주류의 증류주 ‘대장부’는 25도, 21도 2 종류가 있다./사진=롯데주류 제공

    10여년간 화요와 문배술, 일품진로 정도가 각축전을 벌이던 증류식 소주시장에 신제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롯데주류, 국순당 등 주류업계 대기업뿐 아니라 그동안 쌀을 원료로 탁주와 약주를 빚어온 소규모 전통술 제조업체들도 최근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의 증류주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증류주는 보관성이 뛰어나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장기유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2017년이 증류식 소주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위스키, 보드카, 코냑 등 외국의 도수 높은 술에 맞설 이렇다할 국산 고도주가 많지 않았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증류주 시장 확대는 해외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류식 소주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최근 10여년 동안 소주시장 트렌드는 알코올 도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저도주가 주도했다. 거기에 새로 가세한 것이 과일맛 리큐르, 탄산 등을 넣은 과일향 첨가소주, 탄산소주 등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위적으로 화학적 향과 맛을 첨가한 술에 식상한 소비자들은 오히려 정통 소주를 반기고 있다. 좋은 재료로 제대로 된 술을 맛보자는 니즈가 점점 커진 것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전통술들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호텔, 바 등 고급 업소에서 취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증류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의 전통술 전문점 백곰막걸리의 이승훈 대표는 “우리 주점에서 취급하는 술이 200종 정도인데, 이중 절반 가량인 95종이 증류식 소주"라며"이강주, 문배술, 감홍로술, 삼해소주 등이 잘 팔리는 증류주"라고 말했다.

    ◆중류주 대중화, 화요가 선도

    2005년 첫선을 보인 ‘화요’는 2015년, 2016년 연속으로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처음에는 41도, 25도 두 종류이던 화요는 현재 17도부터 53도까지 다섯가지 술을 내놓고 있다. 화요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특급호텔 등 고급 업장에서 취급하고 있어 그동안 소주가 갖고 있던 ‘저급 이미지’를 많이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요 제품들. 17도부터 53도까지 제품이 다양하다. /사진=화요 제공
    화요 제품들. 17도부터 53도까지 제품이 다양하다. /사진=화요 제공

    국순당이 내놓은 ‘려’ 역시 원료와 양조 기법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 100% 여주산 고구마와 쌀을 원료로 한 증류 원액을 섞어,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고구마의 향과 쌀소주의 감칠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평이다. 특히 고구마 증류 원액은 수확 후 7일 이내의 신선한 여주산 고구마만 선별한 후 쓴 맛이 나는 양쪽 끝단은 제거해 품질이 좋은 몸통 부분만으로 술을 빚었다.

    소주업계 부동의 1위 하이트진로도 증류식 소주를 차세대 상품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알코올 도수 25도의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는 2015년 44만병 판매에 이어 2016년에는 전년대비 50% 이상 늘어난 70만병(추정치)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증류식 소주 원액 일부를 사용하는
    ‘참나무통 맑은소주(1996년 출시됐다가 외환위기 이후 단종)'도 작년 새로 상표 등록을 마치고 올해 출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 사이를 공략하는 틈새상품으로 키울 방침이다.

    ◆재야의 고수들이 빚은 증류주

    서울 청담동, 압구정동, 홍대 등지에 전통술을 취급하는 주점들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알코올 도수 40도 안팎의 증류식 소주 종류도 풍성해지고 있다.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점점 낮아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요즘 뜨고 있는 증류식 소주 몇 종을 소개한다.


    사진 왼쪽부터 감홍로주, 삼해소주, 풍정사계 동, 문경바람, 무작.
    사진 왼쪽부터 감홍로주, 삼해소주, 풍정사계 동, 문경바람, 무작.

    감홍로(이기숙 명인)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소주. 골동반(비빔밥), 평양냉면과 함께 평양 3대 명물로 꼽혔던 감홍로는 용안육, 정향, 계피, 생강, 감초 등 다양한 한약재가 어우러진 맛을 낸다.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느낌이 있다.

    삼해소주(서울시 무형문화재 8호)
    송절주, 향은주, 삼해약주와 함께 서울시가 무형문화재 술로 지정한 4개 술 중 하나. 서울의 전통 소주인 삼해주는 정월의 첫 돼지날에 담기 시작해 돼지날마다 세번에 걸쳐 빚는 술이다. 여러 번의 저온 숙성을 거쳐 맛과 향이 깊다. 세번에 걸쳐 맛을 보면, 맛이 조금씩 바뀌며 마지막 세번째 잔에서 그 맛과 향이 극대화된다.

    무작(홍천 예술주조)
    강원도 홍천의 예술주조에서 만든 증류식 소주로 증류 후 2년이상 숙성시킨다. 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고 자체 생산한 누룩과 쌀만으로 빚는다. 알코올 도수는 53도로 꽤 높다. 입 안에서 향이 길게 남고, 은은한 과일 향도 느낄 수 있다.

    이강주 명작 38도(전통식품 명인 9호, 조정형 명인)
    조선시대부터 상류사회에서 즐겨 마시던 고급 약소주. 매콤하고 감칠맛이 난다. 숙취가 없고 뒤가 깨끗하며 특히 우리 음식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증류주로 손꼽힌다. 25도 술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38도의 고도주도 애주가들에게 인기다.

    솔송주(전통식품 명인 27호, 박흥선 명인)
    솔송주는 경남 함양의 사대부가 하동정씨 정여창 선생 집안에서 오랜 기간 양조비법이 전해져 오던 고급 증류주. 솔송주는 알코올 도수 40도로 5년간 저온 숙성시켰다. 주 원료는 흰쌀, 솔잎, 송순. 입안에서 은은히 퍼지는 소나무 순의 향과 솔잎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풍정사계 동(청주 청원, 전통술방 화양)
    ‘풍정'은 단풍나무 우물이라는 뜻. 동은 겨울을 의미한다. 국내산 쌀과 전통 누룩, 청주 청원의 좋은 물로 빚은 술이다. 인공 첨가물이 전혀 없어 깔끔하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산 풍경이 연상된다.

    문경바람(문경 오미나라)
    사과 증류주다. 사과를 으깬 뒤 발효해 증류, 숙성을 거쳐 만든 술. 경북 문경의 지역 색과 자연을 그대로 담은 술. 입안 가득 느껴지는 사과의 풍미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