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이코노미조선] 2017년 중국서 '가치 소비' 뜬다…명품 대신 건강·교육 챙겨

곡산 2017. 1. 11. 08:12

[이코노미조선] 2017년 중국서 '가치 소비' 뜬다…명품 대신 건강·교육 챙겨

  • 유지영   

  • 2017년 중국의 유망산업
    명품 구매 줄고 건강·교육 챙기는 ‘가치 소비’ 증가
    ‘두 자녀 정책’... 영·유아 시장 2018년 500조원 예상

    미국의 저명한 중국 경제 전문가 니컬러스 라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지난 30여년, 13억 인구는 노동력으로 세계 경제 판도를 바꿔왔지만 앞으로는 구매력으로 세계 경제 지형도를 다시 한 번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말에는 불황 속에서도 성장할 중국의 유망산업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다. 바로 ‘소비’다.

    과연 2017년 중국에서는 어떤 산업이 뜰까. 중국은 ‘무엇을 만드는 나라’에서 ‘소비하는 나라’로 산업구조가 재편 중이다. 제조업 시대의 13억 중국 인구는 ‘노동력’으로서의 의미가 강했지만, 그 인구는 이제 ‘구매력’으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2억명에 이르는 중산층은 핵심 키워드다. 이들은 소비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 엔젤 산업은 2015년 34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매년 16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 2018년에는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중국 소비자가 아기 분유를 약국에서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블룸버그
    중국 엔젤 산업은 2015년 34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매년 16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 2018년에는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중국 소비자가 아기 분유를 약국에서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블룸버그

    소비의 고급화도 이미 ‘제품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웰빙을 강조한 제품과 서비스가 주목받았다. 두꺼운 중국 중산층은 기존의 저렴하거나 유행을 따르는 럭셔리(luxury) 제품 소비에서 벗어나, 가족의 건강과 교육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격과 만족도는 물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까지 꼼꼼히 따지는 이른바 ‘가치 소비’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2017년에도 이 분야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제프리 토슨 베이징대 교수는 “엔터테인먼트와 헬스케어 등의 일부 서비스업 분야에서 사실상 무제한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한 만큼 중국 경제는 충분히 낙관할 만하다”고 말했다.

    ◆ 영·유아 시장, 2018년 500조 규모로 성장
    가치 소비의 대표적 산업이 이른바 ‘엔젤 산업’(Angel Industry)이다. 엔젤 산업이란 0∼6세 영·유아와 7∼14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중국 도시 가정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면서 엔젤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즈옌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엔젤 산업 규모는 2조위안(340조원)을 넘어섰다.

    [이코노미조선] 2017년 중국서 '가치 소비' 뜬다…명품 대신 건강·교육 챙겨

    매년 16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중국은 엔젤 산업의 화수분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엔젤 산업은 3년간 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지속해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1071억위안( 528조20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면 시행한 두 자녀 정책은 이 산업의 성장을 계속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유아용품 수출 급증세를 보면 최근 엔젤 산업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대중국 유아용품 수출 금액은 2억3000만달러(2553억원)로 5년간 5.8배가 늘어났다. 전체 유아용품 수출 금액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1년 26.4%에서 2015년 67.5%로 증가했다. 한국산 분유의 중국 수출 금액도 5년간 3.9배 증가했다.

    코트라는 엔젤 산업 중에서도 아동 사진 촬영, 산후조리 서비스, 아이 동반 여행, 영·유아 의약품, 어린이용 스마트 안전 상품, 영·유아용 화장품, 온라인 교육 등 7개 분야를 유망 분야로 꼽았다.

    코트라는 특히 소비 수준 향상 덕에 중국 젊은 엄마들이 산후조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산후조리원 시장 규모가 5년 새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코트라는 “유모차는 사치재가 아니라 필수재라는 인식이 확산돼 중·고가 제품 위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유모차는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고가 위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영·유아 박람회를 찾아 유모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중국에서 유모차는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고가 위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영·유아 박람회를 찾아 유모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워치, 스마트 젖병 등 각종 첨단 제품이 보편화되면서 영·유아 스마트 상품 시장도 유망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샤오미가 출시한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미버니’는 299위안(5만원)에 위치추적, 위험지역 알림 등의 기능을 탑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자녀 정책이 전면화되고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늘면서 온라인 사교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인민망은 중국교육학회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초·중등학교 사교육시장 규모가 8000억위안(13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3330억위안(56조6000억원)이었던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씩 급팽창해왔다. 올해에도 이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웰빙 시장 2020년엔 中 GDP 10% 이상 성장

    [이코노미조선] 2017년 중국서 '가치 소비' 뜬다…명품 대신 건강·교육 챙겨

    두 자녀 정책 전면 시행과 소득 증가,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 관련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코트라 분석에 따르면 중국 웰빙 시장은 지난해 2조8000억위안(468조원) 규모로 2020년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중국의 공기 오염이 심해지면서 공기청정기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한 소비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28만대 수준이던 중국 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5년 514만대 규모로 커졌다. 중국의 가전시장 전문조사기관 중이캉(中怡康)은 중국 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2014~2020년 연평균 48% 신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중국 일반 가정의 공기청정기 보급률이 10% 미만인 점도 시장 잠재력이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2012~2015년 중국의 정수기 시장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했다. 정수기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92억위안(3조3433억원)에서 2020년 1280억위안(22조2886억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내 착즙기 판매액은 2015년 7억6000만위안(1269억원)으로 2010년부터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고령화 속도는 헬스케어 산업의 폭발적 성장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중국은 2035년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맞춰 중국 정부가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조위안(570조원) 수준이던 중국 헬스케어 산업 규모를 2020년 8조위안(152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민간시장의 전망도 유사하다.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헬스케어 산업이 연평균 15%씩 성장해 2020년에는 그 규모가 6조2147억위안(약 106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