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총체적 위기…지켜보고만 있을텐가
올해 쌀산업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간신히 15만원대(벼 80㎏ 기준)를 지켰던 산지 쌀값은 수확 직후 13만원대로 추락하더니 하락을 거듭해 10월 하순부터 12만원대로 무너져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우선지급금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벼 재배감축 대책으로 주목받아온 쌀 생산조정제 재도입 추진마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좌절됐다. 쌀 관세화 2년 만에 수입쌀의 시장잠식도 심각해 대형 유통업체 매장에 각종 수입쌀이 침투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로 의심되는 인도산 찐쌀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나마 올해부터 시작된 묵은쌀의 사료용 방출은 쌀 재고 문제 해소에 한가닥 기대를 걸게 했다.
●김영란법 결국 시행…화훼·한우산업 등 휘청
9월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여파로 농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농축산물을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농업계의 애타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화환 포함) 10만원의 상한선은 요지부동이었다. 청렴사회 구축이라는 논리에 밀려 화훼·한우산업이 된서리를 맞았다.
화훼산업은 화환과 축하난 수요 급감으로 심각한 소비위축에 시달리고 있다. 명절 선물과 외식으로 대접받아온 한우고기도 불경기와 맞물려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농민들은 거품을 뺀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 개발 등을 통해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값싼 수입 농축산물에 밀릴 수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정농단…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10월께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온 국민을 충격과 상실감에 빠뜨렸다. 분노한 민심은 11월 초부터 국정농단 종식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농민들도 트랙터를 몰고 상경해 촛불민심에 힘을 보탰다.12월9일 국회는 299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234명의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직무를 정지시켰다.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내년 있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찬성) 여부에 쏠려 있다. 국정을 추스르고 새 시대를 열어갈 원동력이 절실하다.
●최악의 AI로 살처분 2600만마리 돌파
올해 축산업계는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끊임없는 고통을 겪었다. 1월11일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충남 공주·천안 등에서 구제역이 발생, 돼지 3만3073마리가 살처분됐다. 또 3월과 4월, 경기 이천과 광주에서 오리 1만2000여마리에 2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11월16일 전남 해남 등에서 시작된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역대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2600만마리가 넘는 산란계·오리 등이 땅에 매몰됐으며, 농가 피해는 물론 심각한 달걀 부족 사태로 소비자들의 고충도 심각하다. AI 조기종식과 재발방지를 위한 당국의 방역대책 재정비와 농가들의 방역 강화가 요구된다.
●미 대선 트럼프 당선…한·미 FTA 재협상 관심
농민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장 취임 직후(내년 1월20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쇠고기 수입연령 제한 해제 등의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쌀 관세율(513%)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국내 농업에 큰 위협을 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파기하고, 민감한 농축산물 중 상당수를 구제받을 수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기대요소가 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국민의 농협 열다
김병원 제23대 농협중앙회장이 국민의 농협 시대를 열었다. 김 회장은 침체된 농촌경제 회생과 농협 사업구조개편 등 수많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4년의 임기를 8년처럼 뛰겠다”는 약속을 몸소 실천해 농업계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다. 3월14일 취임 직후 10만 농협 임직원에게 강조한 첫 일성은 ‘농심(農心)’이다. 농심을 가슴에 품고, 농민의 권익보호와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이뤄내 농민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농협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농협이념중앙교육원과 농업인행복위원회 출범, 전국 순회 현장경영 등으로 이어졌다.
●눈폭탄·폭염·태풍…1년 내내 기상재해 속출
1년 내내 끊임없이 발생한 각종 기상재해가 농민들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했다. 1월23~25일 충남과 전남·북, 제주에 쏟아진 폭설은 시설하우스와 축산농가에 집중적인 피해를 입혔다. 여름철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고랭지배추의 생육이 지연됐고, 10월5일에는 태풍 ‘차바’가 울산과 제주, 대구, 경·남북, 전남 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특히 9월12일 경북 경주에 발생한 지진관측 사상 최고 진도 5.8의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온 국민에게 심어줬다. 한편으론 지진 피해에 대비한 농촌 가옥과 저수지 정비, 농작물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의 과제를 안겨줬다.
●농민운동가 백남기, 하늘의 별이 되다
9월25일, 백남기 농민이 향년 70세로 사망했다. 지난해 11월14일 전남 보성에서 상경해 쌀값 보전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 지 317일 만의 일이다. 평생 농민운동에 몸 바쳐온 그의 죽음에 정부는 철저한 외면으로 일관했다. 백씨의 사망 전 야당의 요구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경찰의 물대포 발포 조치가 적절했다며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숨을 거둔 지 37일 만인 11월2일에야 장례가 치러졌고, 고인은 6일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장됐다.
●농업·농심 배려 사라진 4·13 총선
4월13일 치러진 20대 총선은 정치권의 농업 홀대를 여실히 보여줬다. 농어촌특별선거구 지정 등 농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지역구가 대폭 줄어드는가 하면 각 당의 지역구·비례대표 공천 명단에서 농업계 인사가 소외됐다. 2월 초 선거구 재획정 이후 수도권과 특·광역시 지역구는 11곳 늘었고, 농어촌은 오히려 4곳 줄었다. 심지어 국회의원 50명을 뽑는 서울보다 10배나 넓은 공룡 선거구(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홍천)까지 탄생했다. 여야의 공천 심사과정에서도 19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절반이 당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농협법 개정안 국회 통과…내년 1월1일 시행
올해 농업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농협법 개정이다. 사업구조개편 마무리와 조합 제도개선을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내용과 함께 중앙회장 호선제와 직무범위 제한, 축산특례 폐지 등 현장의견과 거리가 먼 ‘농협법 일부개정안’을 5월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수많은 격론 끝에 마침내 12월8일 보완책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은 현행 간선제가 유지되며, 축산경제대표는 20인 이상의 지역축협 조합장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
류수연 기자, 사진=농민신문 자료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