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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호 본지 발행인 | GMO 문제가 대두되면서 식품음료신문은 지난 2004년 ‘GMO 식품과 국민건강’ 세미나에 이어 2008년 ‘식량수급과 GMO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해 GMO 곡물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국민건강과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각계의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올해 5월 18일에는 ‘GMO표시확대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세미나 및 전문가 토론회를 갖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 바 있다.
그 결과 단백질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품목까지 GMO표시를 확대하면 가격인상에 따른 서민경제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정부의 사후관리체계 미비로 국내기업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며, 소비의 양극화를 초래해 사회적 불안요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GMO표시 확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GMO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전문가 집단인 과학자들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고 사회운동가들이 이에 편승해 양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MO는 논란 속에서도 의약품 오염정화기술 등 농산물 외의 많은 산업분야에서 개발에 이용되는 등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GMO표시 강화…소비 양극화 초래할 것
GMO표시 확대 주장을 보면 위험성이 내재돼 향후 인체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GMO표시를 강화하는 나라는 EU국가들이다. 스위스를 제외한 모든 EU국가들은 식량이 풍족하다. 이들 국가는 값싼 농산물의 유입을 막아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표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 역시 GMO 사료곡물을 섭취한 축산물에 대해서는 GMO표시를 하지 않는다. 축산물 수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GMO 곡물을 사료로 먹인 축산물이 어떠한 문제도 없이 안전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먹고, 또 수출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EU 국가들의 속셈이 뻔히 드러나는 이중적 행태를 꿰뚫어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배워야할 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량이 절대 부족하다. 쌀을 제외한 모든 곡류의 자급률은 평균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곡물수급의 75% 상당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식량수출국들은 GMO 곡물 생산을 늘리고 있다. Non-GMO 곡물 구매는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식량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GMO 표시는 위험성을 전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알아서 구매하라는 것 아닌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GMO표시 확대는 결국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마음의 병을 얻게 하는 것 밖에 얻을 것이 없다.
최근 일부업체들이 Non-GMO 곡물을 원료로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유로 표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천재지변으로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만일 이러한 현상이 지속돼 앞으로 GMO든, Non-GMO든 어떤 곡물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식탁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GMO표시를 확대하면 경제력에 따라 소비가 양극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달래 줄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은 무엇으로 치유할 수 있는가? 국내 양축가들은 GMO 곡물을 활용한 동물사료를 이용한 지 20여 년에 이르고 있다. 소의 경우 5세대 이상 사용해 왔으나 특이현상에 대한 보고는 전무하다. 그렇다면 이미 동물임상 실험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검사방법 미확립 상태서 이력추적제 도입은 역차별
GMO 검사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식품업체가 생산한 제품만 이력추적제 부담을 안기는 것은 역차별이며, 공정성의 결여로 결국 국내 생산기반을 위축시키고 해외생산 및 수입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해 일자리 창출 역행을 낳게 된다.
표시를 확대할 경우 업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십에서 수백 종까지 포장지를 일시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크다. 또한 재고포장지 폐기에 따른 비용 낭비, 인쇄 제판비까지 포함돼 비용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중요한 점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력추적제를 시행하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선진수출국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자료를 쉽게 제공하지 않는다. 수출국이 이력추적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시행은 전혀 효과가 없다. 국내 역시 식약청이 이력추적제 확립을 위해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시스템 구축이 안돼 있다. 유럽의 경우도 가축의 출하단계까지만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단체에서 이력추적제 시행이 쉽고, 이로 인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이다.
EU도 18년 연구결과 안전성 공표 “표시 확대 소비자 이익 없다” 결론
◇EU에서도 GMO 안전성 입증
EU각국이 GMO표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논거를 두고 우리도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EU도 GMO 재배에 빗장을 풀고 안전성을 인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U연합집행위원회는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총 3억 유로를 지원해 GMO 안전성 연구를 실시했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2억 유로를 지원해 400개 이상의 연구소에서 GMO안전성을 주요 주제로 GMO작물의 환경적 영향 및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것을 발표했다.
EU 내에서 GMO를 승인하는 최종기구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를 총괄한 모야 게이건 퀸(Maire Geoghegan Quinn) 유럽연합연구혁신 과학집행위원은 현시점에서 재래작물이나 기존 생물체에 비해 GMO가 환경이나 식품사료에 미치는 위해성이 더 크다는 어떠한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GMO 검사가 불가능한 가공식품은 현실적으로 사후관리가 어려워 표시제 확대는 시기상조다. △GMO표시제 확대로 인해 소비자 이득은 없다. △식품산업전반의 비용 상승과 국가적 경제손실을 초래한다.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소비의 양극화로 계층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안전성을 인정해 허가한 GMO식품에 대해 일부 여론에 떠밀려 안전하지 않다고 낙인찍는 것과 같은 정책적 모순 문제가 나온다.
◇ EU도 육류 유제품 등 축산가공품은 표시대상서 제외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일반식품에 대해서만 표시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육류는 GMO 사료로 사육되고 있어 소, 돼지, 닭 등의 모든 육류 및 우유 계란 유제품등도 GMO 식품에 해당된다. 옥수수, 콩 등 GMO 곡물로 생산한 물엿, 식용유는 GMO DNA가 검출되지 않음에도 표시대상에 포함된 반면 GMO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된 효소제 식품첨가물이나 GMO 사료를 섭취한 가축으로부터 생산된 육류, 우유 등 유제품은 표시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논리상 모순이다.
특히 EU에서조차도 GMO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축산물과 축산가공품을 표시제외 대상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GMO표시제를 소비자 알권리, 선택권만 강조해 소비자 비용부담 가중과 기업의 손실, 사후관리 어려움 등을 고려치 않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하다.
소비자 알권리와 제도의 형평성 차원에서 표시 확대가 필요하다면 축산물뿐만 아니라 인슐린 등 약제에 대해서도 표시토록 해야 논리가 성립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