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원산지 전면표시제..中원재료 많이 쓰는 PB 직격탄

곡산 2008. 10. 1. 20:01

원산지 전면표시제..中원재료 많이 쓰는 PB 직격탄
2008-09-30 05:30:00
‘멜라민 파동’으로 중국산을 사용하는 저가 제품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대형 마트들이 가격혁명을 선언하며 내놓은 자체 브랜드(PB)상품의 경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타격이 불가피하다.

멜라민 파동은 이들 PB 제품의 원재료 교체를 불러올 것으로 보여 중국산 원재료 사용을 줄이고 국산이나 다른 나라 원자재로 전환할 경우 해당 제품의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멜라민 파동→수입식품 전면표시제→소비자 수입식품 기피→제조사 비중국산 원재료로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 순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PB제품 직격탄

중국산 원재료 비중이 높은 할인점 PB제품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 중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제품들의 경우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PB제품인 ‘홈플러스 태양초고추장’과 ‘홈플러스 된장’은 아예 원산지가 중국이다.

이마트의 된장과 매실간장도 장류협회에서 일괄구매하는데 미국과 호주, 인도, 중국산 원료를 쓰고 있다. 이마트 콩메주된장의 원료 중 중국산 비중은 50.8%이다.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고추장의 중국산 고춧가루 비중이 46.5%로 절반가량이다. 와이즐렉 된장 역시 원료인 대두의 중국산 비중은 27.6%에 달한다. 와이즐렉 현미녹차 제품과 옥수수 수염차 2개 제품 역시 100% 중국산 원료를 쓰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생산해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품도 중국산은 약방의 감초다.

음료시장에서 최고 인기제품인 옥수수수염차의 경우 모든 메이커의 제품이 중국산 옥수수 수염을 원료로 하고 있다.

실제 광동제약·남양유업·롯데칠성음료 등이 판매하는 옥수수수염차는 출시 초기만 해도 대부분 국산 원재료를 사용했으나 국내산 가격이 오르자 중국산으로 대체했다.

CJ제일제당과 ‘해찬들 태양초고추장’은 고춧가루(11.3%)중 절반가량(46.9%)을 중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상 ‘순창 찰고추장’의 고춧가루(11.3%)중 중국산 배합량은 46.9%다.

쌀과자로 유명한 기린도 국내산 쌀 가격이 비싸 2200원짜리 이하 제품이나 이마트에 납품하는 PB제품의 경우 중국산 쌀을 쓰고 있다.


■가격 인상 불가피

대형 마트 PB상품이 잇단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PB제품의 경우 중국산을 배제하고는 지금의 단가를 전혀 맞출 수 없는 구조다.

옥수수수염차의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가격은 국내산의 경우 ㎏당 3500원에 달하지만 호주·브라질산은 ㎏당 1500원선이며 중국산은 가장 저렴한 1300원선이다.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고추장·된장의 경우 원료를 100% 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지금보다 2.5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절반 섞은 PB제품인 이마트 고추장의 경우 1㎏에 4380원이지만 전체 원료를 국산으로 쓰게 되면 가격이 2배 정도 올라간다”며 “참기름의 경우 가격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기린 관계자는 “중국산 쌀이 우리나라보다 30% 이상 저렴하다”며 “PB제품의 경우 국산을 쓰게 되면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제품도 유기농과 친환경 고급 제품의 경우 국산을 쓰고 있지만 저가 제품에는 가격과 원료수급상 중국산 제품을 써왔다”며 “일부 제품의 경우 중국산 원재료 대체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를 다른 지역산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태도 변화 예고

현재 소비자들은 원산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쇠고기, 농산물 등의 원산지 표시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다국적 원산지 재료들이 섞여 있는 가공식품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제품 후면에 원산지 및 OEM 여부를 작게 표시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관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과 ○○식품 중국산 OEM’처럼 수입식품 및 반가공 수입식품에 원산지 및 OEM 등 표시를 제품 전면에, 게다가 상표명 크기의 절반 이상으로 표시할 경우 수입식품 구입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즉 전면표시제가 실시되면 미국 등 선진국의 일부 유통업체가 실시하고 있는 제품에 ‘차이나 프리(China free)’를 표시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식품 정보가 제품 전면에 표시될 경우 소비자들은 원산지 표기, 가공정보 등을 세밀히 본 뒤 구매하는 습관을 가질 것”이라며 “특히 제품 안전성에 의심이 되는 중국산 제품이나 중국산 원료가 섞인 제품은 구매까지 이어지질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on@fnnews.com 윤정남 고은경 박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