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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품 말썽 많다 했더니…

곡산 2008. 9. 12. 20:23

중국 식품 말썽 많다 했더니…

검역 인증업체 검사비만 받고 검사는 뒷전

등록일: 2008년 09월 08일

 
8월 2일 자살한 중국국가품질검사검역총국 우지엔핑 국장. 품질검증 사업을 독점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대기원] 중국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정착하고 외국기업의 중국기업 M&A(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반독점법이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첫날 위조방지전문 기업들이 중국국가품질검사검역총국(이하 질검총국)을 고소하면서 반독점법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화살을 겨누게 됐다. 고소장을 제출한 기업들은 질검총국이 추진한 전자감독시스템을 특정기업에 맡긴 것은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질검총국은 2005년 1월, 태자당(太子黨. 중공 고위급 원로의 자제)의 상징인 중신(中信) 그룹 산하 ‘중신 21’과 함께 ‘중신국검신식기술 유한공사(이하 중신국검)’를 설립했다.

중신국검은 이후 질검총국에서 주도한 전자감독 바코드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각종 제품에 전자감독 바코드를 부착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생산일자, 생산지, 진위여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바코드를 부착해야 하지만, 질검총국의 지원을 받은 중신국검은 별다른 검사 없이 바코드를 남발하고 수익만 거둬들인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식품이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자감독 바코드가 유명무실해졌다. 질검총국과 중신국검이 감독 기능은 소홀히 한 채 매년 2천억 위안(약 33조원)의 폭리를 취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에 바코드를 생산하던 위조방지 전문기업들은 반독점법이 시행되자마자 질검총국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공안당국은 고소 당일 우지엔핑(邬建平) 질검총국 국장의 자택을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800만 위안의 현금이 발견됐으며, 우국장이 베이징 시내에 상당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깃털’ 담당관리 자살, ‘몸통’ 태자당 잠잠

고소 다음 날인 8월 2일 총국과 기업들은 대화에 나섰지만 불발로 끝났다. 그리고 2일 당일 우 국장은 조사를 받던 호텔 창문에서 투신자살했다.

우국장의 사망 소식은 올림픽을 앞두고 조용히 묻혔다. 하지만 8월 11일 2개 업체가 추가로 질검총국을 고소했고, 17일 2개 업체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 달도 안 돼 3차례에 걸쳐 같은 이유로 고소당한 것이다.

우국장의 자살을 두고 중국 전문가들은 우국장이 태자당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중신국검은 태자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중신그룹이 직접적으로 관여해 설립됐으며, 가교 역할은 중신국검의 대표이사인 천샤오잉(陳暁穎, 45)이라는 여성 사업가가 맡았다. 90년대 이전부터 태자당과 밀접하게 연계해 온 천샤오잉은 랴오닝성의 발전회사 대주주로 30억 위안(4917억 원)을 벌어 들인 대부호다. 우지엔핑 국장에게 바코드 사업을 처음 제안한 것도 천샤오잉이다.

우국장은 사업 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외에 사업 배후로 태자당을 지목할 경우 받게 될 보복이 두려워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