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기 물씬
풍기는 아미산과 고양산(홍천)
아미산과 고양산 개요
아미산(961m)은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의 풍암분지 북쪽에 병풍을 두른 듯 솟아 있는
산입니다.
풍암리는 온통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로만 이뤄진 서석면 일원에서는
유일하게 널찍한 들판이 있는
곳이어서 이곳에 서석면사무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풍암리 보다는
일반적으로 "서석"으로 불리는 고장입니다.
서석은 마치 거대한
분화구 속에 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왜냐하면 서석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고양산과 아미산이 가로막혀 보이고,
동으로는 흥정산,
남으로는 운무산, 서로는 동막산 줄기가 둥그렇게 원을 그린 듯
에워싸고 있기
때문입니다(자료 : 강원도 홈페이지).
고양산(675m)은 아미산의 서쪽에 위치한 산으로
천주단과 원(元) 글씨가 새겨진
삼각바위가
있으며, 아미산과 연계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믿음직한 산악회
2006년 6월 25일
일요일 아침,
등산버스(S클럽주관)가
춘천에서 양양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를 타고
홍천으로 진입할 즈음
마이크를 잡은 산악회장이
등산안내를 하면서 두 가지 당부를 합니다.
비록 선두일지라도 몸이
풀리기 전에 무리하게 속력을 내어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 것과
하산한 후 너무 덥다고
찬물에 그냥 뛰어 들면 심장쇼크를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하라고 합니다.
매우 상식적인
당부이기에 어쩌면 식상할 것 같은 말이지만
평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우리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라고 생각됩니다.
처음부터 진을 뺀 고양산 산행
버스가 홍천읍의 솔치재 터널을 지나
서석에 이르기 전 444번 지방도로로 좌회전을
하자마자 고양산 등산로 안내판 앞에서 정차합니다(09:55).
강폭이 넓은 내촌천에 놓여져 있는
풍암교를 건너가는데 현지주민인 듯한 젊은이가
차를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를
보더니 차를 세우고는
고양산 등산을 하려면 오른쪽으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우리들은 왼쪽으로 간다고 했더니 그 쪽은 길이
험하여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나 산악회장은 눈앞에 보이는 고양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아직까지 답사하지 아니한 긴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할 계획이어서
일부러 왼쪽으로 꼬부라져 들어갑니다.
가야할 고양산
가야할 아미산 능선
다행히도 숲길에는 희미한 등산로가 나
있는데
이 길은 큰 개울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계속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울창한 숲 속과 그 옆의 맑은 여울은 여름한철
동네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더 이상 전진이 불가능할 때 드디어
오른쪽으로 치고 오릅니다.
그런데 길도 매우 희미하고, 경사도도 높으며,
바닥에는 잘 굴러 떨어지는 크고 작은 돌 조각이
무수히 늘려 있고,
주변에는 손으로 잡을 만한 잡목도 없는 그야말로
신경질이 나는 그런 길입니다.
산모퉁이 아래 왼쪽으로 들어감
아까 동네 젊은이가 길이 험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지만 이제는 후퇴할 수도 없습니다.
몇 명은 안전한 코스를 선택하여 다른 길로 갔지만
그래도 산행대장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습니다.
더구나 불편한 발목 때문에 산행 시 매우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기를 부린 것이 아닌지 후회가 됩니다.
약 20분간 숨을 헐떡이다 보니 비로소 능선에 붙습니다.
능선 길은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매우 뚜렷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비로소 남쪽으로 전망이 트이는 장소에
오르니 "천조단"이라는 표석이 서 있습니다(10:40).
태백산의 천제단이라는 이름을 따서 붙인 것
같은데,
한 두 명의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는 표석이외 다른 시설물은 없습니다.
천조단 표석
천조단을 지나 조금 더 가노라니
삼각형 바위에
누군가 원(元)자를 음각해 놓은
"원바위"에 도착합니다(10:57).
원(元)은 "으뜸"이라는 뜻입니다.
천조단과 원을 새김으로서 이 산을
"으뜸의 산",
그리고 태초에 생성된 산으로
신성시하려는 것 같습니다.
좁은 곳이지만 남쪽으로 바라보는 조망이
매우 좋습니다.
산악회장은 운무산이 보인다고
하지만 특징이 없어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곳을 통과하여 암릉을 지나니 고양산
정상입니다.
"원"글씨 바위
남쪽으로 보이는 운무산 능선
고양산 정상의 모습
고양산 정상에는 다행히도 이정표가 서 있는데
단지 "정상(675m)"이라고만 씌어져
있습니다.
이정표를 세운 관계자도 참으로 아이디어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정상이라고 하는 대신에 산 이름(또는 산의 봉우리
이름)을 표기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후일 이 사진을 보면 어느 산의 정상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방은 잡목으로 둘러 쌓여 조망을 할
수도 없어
등산객들끼리 서로 증명사진을 찍어주고는 길을
재촉합니다.
고양산 정상 이정표
솔 향기 풍기는 노송군락
고양산에서 아미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경사가 급한 오르내림이 이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급경사에는 어김없이 굵은 로프로
가드레일을 설치해 놓아
안전산행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미산에 이르기까지
등산로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고,
등산로에는 송엽(松葉)이 깔려 있어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감촉이 매우 편안합니다.
또한 급경사 길이 나타나다가도
뱀의 등처럼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
등산로가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심신의 피로를 푸는 데는 제격입니다.
날씨마저도 당초의 걱정과는
달리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다닐 정도로 맑아져
산뜻한 조망을
선사합니다.
아름드리 노송
능선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
두어 차례 나타나는 이정표는
아미산까지의 거리만 적혀 있을 뿐
현재의 위치는 표기되어있지
아니하여 산행개념도에 있는 덕발재도 모르고 지나칩니다.
한편, 겉보기와는 달리 등산로는 여러
차례 오르내림이 이어져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특히 삼형제봉을 넘어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산행들머리의 해발이 약 300m라고
하니 정상까지는 600m이상의 고도를 높여야 합니다.
송림 숲속
이정표
부드러운 초록세상 길
삼형제봉의 남쪽 사면은 사각형의
모서리처럼 직각으로 하늘로 솟은 바위벼랑입니다.
삼형제봉의 바위꼭대기 안부에 서니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목에
산악회의 리본이 무수히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앞서가는 등산객들이 위에 있는
바위로 오르기에 필자도 뒤따라 올라갔더니
맞은편 내리막이 절벽입니다.
그곳을 내려가느라고 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필자는 뒤로 다시 내려와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합니다.
삼형제봉의 바위벼랑
삼형제봉에서 뒤돌아본 서쪽 조망(지나온 능선)
산악회장은 삼형제봉에 서면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진다고 했지만
방금 올랐다가 내려온 곳은 1∼2명밖에 서 있을
공간이 없어
주위를 둘러보지도 못한 채 그냥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남쪽과 서쪽으로는 조망이 터지지만 북쪽은
막혀 있어 볼 것이 없습니다.
삼형제봉에서 바라본 북서쪽 조망
삼형제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삼형제봉의 절벽 내리막(우회한 곳)
이 때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사람들과 합세했는데 이들도 산을 매우 잘 탑니다.
이곳을 지나가니 넓은 헬기장이 있는
공터입니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듭니다. "무엇을 보려고 이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네!"
아미산 정상의 모습
헬기장 뒤로 올라가니 드디어 아미산
정상(961m)입니다(13:25).
정상에는 네모난 표석이 반듯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아까 고양산의 이정표를 보고 실망한
감정이 다소 누구려지는 기분입니다.
아미산 정상에 서면 동쪽 방면으로는
오대산 주능선이 아스라이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오대산에서 갈라져 내린
계방산·화령봉·흥정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지만,
실제로 정상에 오르니 주위는 잡목이
막혀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아미산 정상표석
"알바"까지 하는 험한 하산 길
산악회 측에서는 아미산에서 남쪽으로 하산하면
56번 국도상의 검산리에 이르는데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 호젓함이 없으므로
북쪽으로 진행하다가
왼쪽의 곧은골과 눌언동계곡을 이용해 하산하기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아미산 정상에서 산악회의 리본이 걸려 있는
북쪽 능선 길로 접어듭니다.
이 길은 평소 거의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듯
등산로에도 잡풀이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등산로 주변은 온통 초록
세상입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산나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더덕을 캐기도 합니다.
부드럽고 완만한 하산길이 한참동안 이어지다가
선두가이드가 왼쪽으로 하산하라고 표시해 둔 곳에
도착합니다.
변형된 나무 줄기
배낭을 내려놓은
채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데 같은 산악회 회원 몇 명이 내려옵니다.
그런데 왼쪽 길은 아무리 보아도 그동안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는 새로운 길처럼 보입니다.
때마침 후미안내를 맡은
산악회장도 합세했는데,
이 길은 당초 산행개념도에 표시된
곧은골 하산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곧은골은 자그마한 능선을 하나 더
넘어가야 된다고 하는데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 하산로는 아침 산행초입에 오르던
길보다 더 어렵습니다.
경사가 급한 데다가 바닥마저 사토로
되어 있어 미끄럽고
또 잘못하면 돌멩이가 밑으로 구를
위험이 있습니다.
더욱이 손으로 잡을 만한 적절한 나무도
주변에 없어서 스틱에 의지한 채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특히 이와 같은 하산 길에서
다친 발목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발목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훨씬 더
피로합니다.
급격한 하산로를 선두의 발자국을 뒤따라
내려온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주변에 벌목한 흔적과 구덩이가
파진 곳에 이르자 산악회장이 이를 설명합니다.
이 구덩이는 옛날 주민들이 참나무 숯을
만들던 가마터였다는 것입니다.
벌목한 상태의 참나무는 너무 무거워
운반하기가 어려우므로
이를 숯으로 구워 가볍게 한 후 참나무
숯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구덩이 주위에는 불에 탄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숯
가마터가 있으면 계곡이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구운 숯을 건조시키기 위해 계곡의 물을
이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금 더 내려가니 계곡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가물어서인지
물의 양은 아주 적습니다.
계곡의 돌에는 새파란
이끼가 뒤덮고 있어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지나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길은 희미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이 지역의 지형을 잘 아는 동네
주민들이 다니던 길이겠지요.
오른쪽 사면으로부터 이어지는
제법 뚜렷한 등산로와 만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지긋지긋한 산길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러다가 임도에 다다르자 이제는 고생이
끝났다고 자위합니다(14:55).
반가운 임도와 야생화
일반적으로 하산 길에 임도를 만나면
짜증이 납니다.
그러나 오늘은 하산하면서 하도 고생을
해서인지 임도가 나오니 오히려 반갑습니다.
산의 중턱에 조성된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의 왼쪽 아래에는
눌언동계곡이 흐르고 있는데,
그 사이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낙엽송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임도와 눌언동계곡 사이의 낙엽송
도로주변에는
흰까치수영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곰딸기도 봉우리를 맺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흔한 개망초도
보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물레나물이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임도를 지나 민가가 있는
곳에 이르자
원예용 백합과 식물인 나리도
샛노란 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길섶에는 산복숭아와 빨갛게
익은 앵두가 시선을 끕니다.
흰까치수영
곰딸기
물레나물
나리(원예용 백합과 식물)
앵두
산복숭아
민가의 주춧돌 앞에
매어둔 강아지가 이방인을 보고는 소리내어 짖다가
자신을 해하지 않음을
알아차리고는 곧 조용해집니다.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오후,
할머니 한 분이 모자도 쓰지
않은 채 길 어깨의 터 밭에서 채소를 돌보고 있네요.
왜 모자도 쓰지 않고 더위에
일을 하느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면서 웃기만 합니다.
교량에 도착하니 먼저 하산한
사람들이 땀을 씻고 있습니다(15:40).
산악회장은 버스가 저 아래에
주차되어 있으므로 천천히 씻고 오라고 합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4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에필로그
교량 밑의
계곡으로 내려가 선현들이 즐겼던 탁족(濯足)을 하고는 일어서려는데
남성등산객 두
명이 도시락을 먹고 가자고 합니다.
위쪽에 홀로 있던
여성 한 명도 합세하니 일행 네 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필자는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지 않기에 남아 있는 과일을 먹으면서
계곡의 정취를
즐기려고 하는데,
여성동지가 밥을
많이 가지고 왔으므로 같이 나누어 먹자고 합니다.
산악회 측에서는
민박집에 연락을 하여 희망자에 한하여 식사를 주문하였으므로
먼저 하산한
사람들은 그 집에서 식사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버스가 있는 곳에 가서 먹는 것보다는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풍류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지요.
세 사람이 싸온
도시락과 반찬을 꺼내놓으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입니다.
특히 여성은
야채까지 가지고 와서 식탁이 매우 풍성합니다.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돌 위에 앉아 돌 식탁에 차려놓은 음식을 먹으니
밥맛이
꿀맛입니다.
평소 우리가족은
여름에 피서를 가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신선놀음을
하면서 음식을 먹어본 지가 몇 십 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성찬을 즐기고 있는데
다리 위로 나타난 산악회
관계자가 무슨 말을 합니다.
물소리 때문에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분명히 빨리 오라는 것 같아
먹던 음식을 급히 정리한 후
내려오니 버스는 보이지 않고 산악회장이 홀로 서 있습니다.
회장은 우리 일행이 땀을
씻은 후 내려오기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으니
버스가 먼저 아래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민박집 식당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참을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의사소통에 착오를 일으켜
여러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으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눌언동 산장
마침 지나가는 소형 자동차를 얻어
타고
"눌언동 산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아담한 식당으로 오니 모두들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산행 초입 시 그리고 하산시의 알바로 고생을 하였고,
하산 후 의사소통에 착오가 발생하는 등 이래저래 피곤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행 중간에 울창한 송림지대를 걸었으며,
하산하여 계곡에 발을 담그고 음식을 먹은 일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끝.
귀경길 휴게소의 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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