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스크랩] 혼자 짓는귀틀집

곡산 2006. 1. 23. 11:26
병 고치기위해 혼자 짓는 귀틀집 - 거실에 앉으면 오대천은 뱀의 허리처럼 흘러 가고

 

 

쑥 냄새 가득한 거실에 앉으면 시골 면소재지의 나른한 오후 풍경이 푸른 하늘에 걸려 있습니다.
면소재지를 돌아 나온 오대천이 뱀의 허리같이 스멀스멀 마당까지 기어들다 꼬리를 감추고 나면, 뒤따라오던 산길은 산 끝에서 아득하기만 합니다.

평창군 진부면은 오대산으로 드는 초입인 마을입니다.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을 나와 좌측으로 가면 오대산국립공원이나 진고개를 넘어 주문진으로 나가게 됩니다.
보통 이 길은 많이 알고 있지만 그 반대편 즉 진부나들목을 나와 우측으로 진부면소재지를 통과해 직진해 가는 길은 잘 모릅니다.
이 길은 정선으로 가는 길인데 계곡을 끼고 달려가면 정선읍내로도 갈 수도 있고 정선읍내를 들지 않고 나전, 임계를 지나 동해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길과 따라 함께 달리는 물이 오대천인데 맑고 아름다운 계곡이 많아 드라이브코스로 매우 좋습니다.

 

진부나들목을 나와 면소재지를 지나면서 곧바로 길은 오대천과 함께 달려가는데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오대천 건너 산밑으로 눈에 들어오는 귀틀집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빈 집같기도 한 이 집이 길을 지날 때마다 궁금해 졌습니다.
도로에서 빤히 쳐다보이는 집이지만 물 건너 쪽에 있어 어떻게 건너가는지 입구를 찾지 못해 길을 몇 번 뒤적거리다 겨우 입구를 찾아 집에 가 보았습니다.
비포장인 가파른 진입로를 올라 집 마당에 들어서니 짓다 그만둔 것같이 자재들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고 현관문도 없는 집은 기척이 없었습니다.

그 조용함 가운데 안 쪽에서 셔츠 바람에 헝클어진 꽁지머리를 하고 나오는 남자가 있는데 불청객에게도 경계의 눈빛이 전혀 없이 조용히 웃고 서 있습니다.
산빛같이 맑은 웃음입니다.
지나다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 새삼스럽지 않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올 7월부터는 손님치르기 바빴다는 것이 집 주인 민경수 씨의 설명입니다.

 

올해 서른여덟인 민경수씨는 서울에서 회계관련 일을 하던 회사원이었습니다.
매일 의자에 앉아 펜대 굴리는 일만 하다 보니 덜컹 몸에 심각한 병이 생겼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질 때 회사를 그만두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전라도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요양을 할 수 있는 곳을 손수 찾아나섰습니다.
그러다 만난 곳이 이곳 진부면의 오대천을 내려다 보이는 땅이었습니다.
이곳의 해발은 700m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원 휴양지들은 해발 700m에 많이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이 고도는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나는 지점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의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증가로 수면시간이 1~2시간 단축된다고 합니다.
또 충분한 혈류공급으로 젖산과 노폐물의 제거에 효과가 있어 피로회복시간이 2~3시간 빠르고 고혈압이나 저혈압, 신체기능저하 등 각종 만성 질병이 치유되거나 예방되는데 이런 이유로 세계적인 장수촌은 해발 700m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경수씨는 이곳 땅 150평을 전용받아 살면서 1년내내 손수 집을 짓고 있습니다.
거의 완성단계에 왔는데 건축업자의 도움을 받은 것은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올릴 때 뿐이었습니다.
큰 통나무를 혼자 다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빌딩 속에서 너무 오래 의자에만 앉아 있어 생겼던 병이라 병을 고치려면 뭔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 손수 집을 짓기로 했던 것입니다.
생식을 하며 병든 몸을 이끌고 집을 짓는 것은 쉽지 않아 힘 닿는 대로, 평생 짓겠다는 생각으로 집짓기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도를 닦듯 집을 지으며 일년만에 건강도 매우 좋아졌습니다.

45평인 이 집은 특별한 공법이 없이 민경수 씨가 나름대로 생각해 짓는 집입니다.
굳이 붙인다면 통나무 귀틀집 정도가 적당한데 통나무를 쌓고 그 사이사이 황토로 채워서 짓는 집입니다.
특이한 것은 천장 마감을 대나무를 대고 그 안쪽으로 황토를 넣었다는 것입니다.
라운드형인 ㄱ자집으로 가운데 있는 거실은 오대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창을 내고 바닥을 높게 하였고 그 옆으로 방들은 높이를 낮추어 미로와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방들은 모두 황토로 마감했고 쑥과 숯을 넣은 후 황토를 발랐는데 방안에서는 쑥 특유의 향기가 짙습니다.

 

민경수 씨는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고 지나다 불쑥불쑥 들리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을 맞아 이야기 하다보면 집 짓는 일정에 차질이 종종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집을 'OK시골'에 소개하겠다고 했을 때 완성된 집도 아니라 아직 어수선하고 또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져 집 짓는 일, 도 닦는 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처음에는 거절을 했습니다만 OK시골의 설득에 흔쾌히 몸까지 바쳐(?) 모델도 돼 주었습니다.
또한 집이 완성되고 나면 완성된 모습 혹 그전에 들를 일이 있으면 그때까지 진행된 모습들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블로그 > 흙집마을 | 글쓴이 : 비즈니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