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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Aperitivo) 문화

곡산 2026. 2. 20. 08:44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Aperitivo) 문화

[지구촌리포트]

 

□ 이탈리아 식전주 문화 아페리티보(aperitivo)

미식의 나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에는 저녁 식사 전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곁들이는 '아페리티보' 문화가 있다. 이는 라틴어인 ‘aperire(열다)’에서 유래한 aperitivus(식욕을 돋우는)에서 비롯된 말로, 저녁식사를 ‘열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후 5시부터 8시 사이, 간단한 스낵 메뉴에 음료를 곁들여 즐긴다. 가벼운 칵테일 등의 알코올 음료와 탄산음료 등의 무알콜 음료 모두 포함되며, 대중적인 이탈리아 식전주로는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 프로세코(Prosecco), 네그로니(Negroni), 베르무트(Vermouth) 등이 있다. 

 

아페리티보는 고대 로마에서 식전에 꿀로 단맛을 낸 와인(mulsum)을 마시던 관습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아페리티보 문화는 178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화이트와인에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넣고 주정을 강화한 베르무트(Vermouth)가 처음 개발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19세기말 프랑스와 이탈리아 전역의 카페문화를 통해 유럽 도시 사교 문화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아페리티보는 단순한 음주를 넘어 하루의 끝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소통하고 휴식을 취하는 ‘사회적 의례’로 기능한다. 바(Bar)와 레스토랑에서는 아페리티보 전용 메뉴를 운영하며, 음식과 음료의 조화를 중시하는 미식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편 2022년부터는 업계 주도로 ‘세계 아페리티보의 날(World Aperitivo Day)’ 캠페인이 매년 5월 25일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탈리아 식문화를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대표적인 이탈리아 식전주 

 

 

이탈리아 아페리티보를 상징하는 두 주인공, 캄파리(Campari)와 아페롤(Aperol)은 형제처럼 닮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1860년 가스파레 캄파리(Gaspare Campari)가 개발한 캄파리는 밀라노를 본거지로 한 정통 리큐어이다. 60여 가지의 허브, 향신료, 과일 껍질 등을 배합해 만든 강렬한 붉은 빛과 쌉사름한 풍미가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약 25% 내외로 다소 높은 편이며, 진, 베르무트와 함께 칵테일 '네그로니(Negroni)'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며, 사랑받고 있는 식전주이다.

 

반면 1919년 이탈리아 파도바(Padova) 국제박람회에서 탄생한 아페롤은 루이지&실비오 바르비에리(Luigi & Silvio Barbieri) 형제가 개발한 오렌지 빛깔의 리큐어이다. 알코올 도수는 약 11도로 비교적 낮아 캄파리보다 가볍고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와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아페롤 스프리츠(Spritz)'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표적인 현대식 아페리티보로 자리 잡았다. 한편 아페롤은 2003년 캄파리 그룹에 인수되었으며, 오늘날 캄파리와 함께 이탈리아 식전주 문화를 이끄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이탈리아 지역별 아페리티보 스낵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식전주와 곁들이는 스낵이 고유한 특색을 지닌다. 먼저 밀라노는 아페리티보 문화가 가장 상업화되고 세련되게 발전한 도시로, 일부 바에서는 음료 한 잔에 리조또, 피자, 파스타, 샐러드 등 20여 가지 메뉴를 푸짐한 뷔페 스타일로 제공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10-15유로(한화 18,000원 ~25,000원) 선이며, 관광지나 고급 호텔의 경우 더 높게 형성 되기도 한다.

 

북부의 토리노(Torino)는 식전주의 기원인 '베르무트(Vermouth)'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도시 곳곳의 유서 깊은 카페와 트렌디한 바에서는 치즈,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얹은 작은 빵인 '스투치키니(Stuzzichini)' 같은 세련된 핑거푸드가 발달되어 있다. 

 

중부 피렌체와 토스카나 지역은 페코리노 치즈, 살라미, 프로슈토 등 콜드 컷(Cold cut) 위주의 간단한 안주가 주를 이룬다. 수도 로마 역시 고소한 비스킷부터 쌀 튀김 요리인 '수플리(Supplì)'나 담백한 빵에 토마토와 마늘을 얹은 '브루스케타(Bruschetta)'가 유명하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문화는 가벼운 스낵을 곁들이는 바(bar)부터 전통 레스토랑인 트라토리아(Trattori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해산물이 풍부한 남부 지역에서는 종이 고깔에 해산물 튀김, 감자 고로케 등을 담아내는 '쿠오포(Cuoppo)'가 대표적이며, 시칠리아 섬의 '아란치니(Arancini)'는 라구 소스와 모차렐라로 속을 채워 든든한 포만감을 선호하는 섬 지역의 특성을 보여준다. 

 

 

 

 

 

 

□ 이탈리아 식전주 시장 동향

2025 세계 아페리티보의 날 행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관련 시장 규모는 약 45억 유로(한화 약 6조 7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순한 음료 소비를 넘어 하나의 ‘미식 경험’ 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No-Lo) 음료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 경제 일간지인 Il Sole 24 ORE의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성인 인구의 약 33%인 1,400만 명이 최소 월 1회 이상 아페리티보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음료뿐 아니라 함께 곁들이는 음식의 품질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벼운 음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 이상이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Il Sole 24 Ore에 따르면, 레모네이드나 이탈리아의 귤과 과일 중 하나인 체드라로 만든 체드라타 (Cedrata) 등 이탈리아 전통 소다류의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 아페리티보 시장은 '알코올 중심 소비' 에서 '경험과 건강 중심 소비’로 이동하고 있으며, 업계는 프리미엄 무알코올 제품 확대와 지역 특색을 살린 수준 높은 푸드 페어링을 제공하는 것이 향후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사점

아페리티보는 이탈리아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문화이며 관련 시장 역시 매우 발달해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경험과 건강’ 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식음료 기업에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논알콜, 저/제로설탕 음료, 차류 제품은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통주, 유자, 오미자, 매실 등 과일청(시럽) 기반 제품, 김 스낵 등 한국적 정체성이 뚜렷한 식재료는 젊은 소비자층의 호기심과 체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탈리아는 ‘식전주 문화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지역성을 중요시하는 시장인 만큼, 기존 아페리티보를 대체하기 보다는 그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K-food를 접목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이다.

 

 

참고자료

-https://cucineditalia.com/en/world-aperitivo-day-2025/

-https://issimoissimo.com/blogs/news/a-short-history-of-aperitivo?srsltid=AfmBOopnMBTEzZEuHa-Bpu1dWdmy5mMobHwEFGXJ9NkKOA1l3JwoXmBU

-https://en.ilsole24ore.com/art/summer-aperitif-business-driven-by-soft-drinks-italy-is-worth-45-billion-AHxSJfiB

 

문의 : 파리지사 김영은(paris@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