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농수산 수출시대]③ 세계로 뻗는 K-수산물…수출 4조원 넘은 블루푸드 산업

곡산 2023. 2. 1. 09:18

[농수산 수출시대]③ 세계로 뻗는 K-수산물…수출 4조원 넘은 블루푸드 산업

코로나 위기 넘고 역대 최대 실적 기록
해수부 “경기둔화에도 2023년 수출 10% 성장” 목표
연어·굴·전복, 김·참치 이을 수출 유망 품목으로 꼽혀
고품질 경쟁력 발판 삼아 프랑스·인도네시아·브라질 등 공략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마케팅, 수요 확충에 도움될 것”

입력 2023.01.29 06:00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산식품 수출가공기업인 ‘은하수산’을 방문하여 광어 자동화 필렛 제조시설 등 가공시설과 최근 완공된 스마트 가공공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한국산 수산물 수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수산물 수출 실적은 31억5971만달러(잠정, 약 4조원)로 2021년 수출 실적(28억2534만달러) 대비 11.8% 신장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산식품 수출은 김(6억5575만달러)과 참치(6억252만달러)가 선도하고 있다. 두 품목이 전체 수산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김, 참치에 이어 명태(2억5976만달러), 대구(1억2589만달러) 등이 1억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산 수산물 수출입 전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수출 역군된 이빨고기와 연어…글로벌 경기 둔화 ‘벽’ 넘을까

수출 최대 품목은 김·참치·명태·대구 등 이른바 ‘빅4′가 꼽히지만 성장세 빠른 품목은 따로 있다. 바로 이빨고기(toothfish)와 연어이다. 두 품목은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빨고기는 농어목 남극암치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우리에겐 ‘메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남서대서양과 남동태평양 등에서 서식하는 이빨고기는 최근 수출이 급증하며, 유망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2020년 3070만달러였던 이빨고기 수출액은 2021년 4516만달러, 2022년 9082만달러로 1억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수출량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수요 증가에 ㎏당 수출가가 20달러에서 30달러로 1.5배 증가하면서 수혜를 입었다.

칠레와 노르웨이 등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연어 역시 현재 국내에서 육상 양식 기술이 개발되면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연어 수출액은 8276만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수출실적(1038만달러)와 비교하면 8배나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연어 양식장도 늘고 있어 향후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연어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푸드 대표 식품 ‘김’과 한국 원양 산업의 성장을 토대로 수산물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올해 수출 전망은 다소 어둡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11일 열린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올해 수산물 수출금액이 전년 대비 7% 감소한 29억3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물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 완화로 재수출용 물량이 감소하고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KMI의 분석이다.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산 수산물은 고품질 상품으로 취급된다. 거래단가도 중국 등 타 수출국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품질이 좋은 고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한국산 수산물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불황기엔 가격을 우선시하는 소비 경향으로 우리 수산물의 경쟁력이 밀리게 된다.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수출 확대가 여의치 않은 시장 상황이지만 해양수산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올해 수산물 수출 목표를 ‘35억달러’로 잡았다. 수산식품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과 해외시장 마케팅을 확대해 수산물 수출을 10%가량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류를 테마로 연계 마케팅을 강화하여 우리 수산식품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려고 한다”면서 “수출기업 육성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수산식품 수출액 45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위치한 김 양식장. / 풀무원 제공

◇수출 확대 전략 핵심은 ‘기업 육성&한류 마케팅’

정부의 수산물 수출 확대 제1전략은 ‘수출기업 육성’이다. 정부는 현재 내수 기업이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는 수출 바우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17일부터 수산식품기업바우처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수산물 수출실적이 50만달러 미만인 ‘수출초보기업’엔 최고 5000만원을, 수출실적이 500만달러 미만인 ‘수출성장기업’엔 최고 1억원, 수출실적 500만달러 이상인 ‘수출고도화기업’엔 최고 2억2000만원까지 바우처를 지원한다. 지원받은 바우처 자금은 해외시장조사나 포장디자인 개발, 국제인증 취득, 브랜드 개발, 온라인 판촉, 박람회 참여 등 수출 관련 활동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출기업을 해외 현지에서 지원할 무역지원센터와 국내외 물류지원체계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해수부와 수협은 해외 7개국 10개 지역에 무역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무역지원센터는 수산물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 바이어와 대형 유통 채널과의 연결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12개국 58개소를 확보한 해외공동물류센터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외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하는 업체들의 지난해 한국 수산식품 수입 실적은 13억달러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정부는 현재 해외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한국산 수산식품 수입업체와 수출업체 현지법인에 창고보관료 및 입·출고료, 내륙운송료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와 함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와 같은 대규모 쇼핑행사에 맞춰 ‘K-시푸드 글로벌 위크’를 개최해 한국산 수산물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 국산 수산물을 등장시키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 한 수산식품 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인 ‘오징어게임’의 시즌 2가 올해 3분기부터 송출된다고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 수산물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시즌1 때 등장한 소재인 ‘뽑기’가 외국인들의 관심을 모은 것처럼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의 외해 가두리에서 양식 중인 연어를 수중 촬영한 모습. /뉴스1

◇中·日·美 이을 新시장 개척해야… ‘스타 품목’ 발굴도 과제

중국과 일본, 미국을 뛰어넘는 신시장 개척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가별 수산식품 수출 실적은 중국이 9억308만달러, 일본이 6억3332만달러, 미국이 4억2682만달러로 세 나라의 비중이 전체 수출의 62%를 차지한다.

해수부에선 식문화가 발전한 프랑스와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를 수출 유망국가로 점 찍어둔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고품질의 한국산 참치를 선호한다. 최근 영양학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조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3억명에 이르는 인구를 보유한데다, 한류의 영향권에 있어 우리 수산식품 수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 중심 교역 구조를 가진 브라질 역시 인구가 많은데다, 일식 등 수산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유망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유망 품목 육성도 과제로 꼽힌다. 특히 김과 참치를 이을 유망 품목을 찾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생산성이 좋고 품질이 좋은 굴과 전복을 ‘수출 슈퍼스타’로 눈여겨 보고 있다. 굴과 전복은 양식부터 가공·유통, 수출상품화까지 국내에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우수한 양식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부패가 쉬운 패류의 특성상 수출 상품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굴은 냉동 및 통조림 형태로 개발해 수출하고, 전복은 활(活)전복을 미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용 활컨테이너 제작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수산물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수 KMI 수산업관측센터장은 “수출입 감소 요인이 크지만 정부의 수출 확대 전략인 수산식품 수출 원팀, 블루푸드 수출기업 육성 등 효과가 조기에 실현된다면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수출 기업·품목 육성과 함께 수입품 재수출 형태를 벗어나 포장·가공 단계에서 부가가치 창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산식품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기욱 KMI 연구원은 “국내 소비시장 성장은 제품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내고, 이는 제품의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제품 개발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주요한 방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