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 늘자 ‘온라인 플랫폼’ 갑질··· 왜?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7.21 01:50
식품 등 작년만 134조···단가 후려치기·수수료 횡포·대금 지급 지연 등 오프라인 악습 재연
상생 자금, 상품 개발, 협력사 광고 지원 등 불구
입점 업체 10곳 중 4곳 판촉비 전가 등 피해경험
플랫폼-납품업체 공정한 거래 위한 법 마련 절실
“승냥이를 피하니 이번엔 호랑이네?”
코로나19 확산 속 비대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통 파워를 앞세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불공정 거래 관행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식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판매 규모는 작년 기준 135조 원에 달한다. 2010년 25조 원에서 5배 이상 증가한 것인데,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가 주효했다.
문제는 시장 영향력이 커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갑질’ 논란이다. 과도한 수수료는 물론 광고비 지급을 요구하거나 가격 인하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한 거래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에 따르면 납품업체 12.9%가 온라인쇼핑몰과 거래하면서 상품판매대금 지연지급·미지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업태(△T-커머스 3.6% △아웃렛 3.5%, △TV홈쇼핑 1.5% △백화점 1.2%)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부당한 반품’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온라인쇼핑몰(4.7%)이 가장 높았고, 온라인쇼핑몰과 거래 과정에서 부당한 판매촉진비용 전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8%에 달했다. △배타적 거래 요구 △경영정보 제공 요구 △판매장려금 요구 등 불공정행위 경험 비율도 온라인쇼핑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5월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 집행 기준 마련 태스크포스(TF)’를 신설, 지난달 25일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사이의 분쟁 해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내년 상반기까지 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장영향력이 커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자사몰을 운영하는 등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고, 정부도 공정위를 중심으로 플랫폼 갑질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업계 내 자정의 목소리에 따라 협력업체에 대한 상생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 것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판매자는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자로 구분된다. 통신판매업자는 직접 상품을 매입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을 의미하며 대형마트나 식품 등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속한다.
통신판매중개자는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보통 오픈마켓으로 불리는 쿠팡, 옥션,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지마켓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통신판매업자의 경우 현재도 대규모 유통업법의 규제를 받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등 불공정거래행위 시 제재를 받고 있지만 통신판매중개자의 경우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직영몰을 운영하며 온라인 유통업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기존 CJ온마켓을 CJ더마켓으로 새롭게 재정비하고,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문화 콘텐츠 제공과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몰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 영상과 소비자 취향에 맞춘 메뉴를 제안하는 큐레이팅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CJ더마켓 누적 가입자 수는 작년 154만명에서 올 상반기 기준 214만명으로 늘었고, 올해 300만명이 목표다. 매출은 전년보다 40% 늘린 700억 원을 목표로 했다.
동원F&B는 2007년부터 온라인 직영몰 ‘동원몰’을 구축해 2018년까지 평균 55%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동원몰의 특징은 포털형 식품몰이다. 동원참치·양반김·양반죽 등 대표 제품은 물론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경쟁사의 주요 제품까지 대거 입점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원몰 내 신선간편식 560여 종을 온라인 판매하는 ‘더반찬’을 연계시키고, 할인쿠폰 구독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동원F&B는 2021년까지 거래액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했다.
아울러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납품업체간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공동으로 ‘온라인 유통 거래 공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주요내용으로 △최저가 판매 시스템 운영을 통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예방 △특정 데이터에 대한 의도적 방해 행위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 심사지침 개정안 예시 추가 △데이터의 독점적 혹은 부당한 수집과 이용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다양한 개선방안은 물론 EU 등 제외국 사례를 근거로 현행 온라인 통신판매 중개업자 규제 공백에 대한 개선점 등을 연구보고서에 담았다.
협회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식품기업 거래 시 문제점과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법령 현황 및 문제점을 분석해 정책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온라인 유통업계 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 매출난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쿠폰·광고비·판매 수수료 등을 부담하는 등 상생행보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그동안 납품업체 등 협력사를 상대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강요한다는 비판에 시달려 온 쿠팡은 올해 총 804억 원 규모에 달하는 협력업체 지원을 펼친다.
쿠팡 마켓플레이스 패션 카테고리 부문 신규 입점 셀러가 판매수수료를 최대 60%까지 할인받을 수 있도록 50억 원을 지원하고, 일정 요건에 부합하는 사업자들에게는 750억 원 수준의 판매대금 지급을 앞당긴다. 또한 상품판매 촉진을 위해 사이트 내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활동을 위한 4억 원도 지원한다.
신세계쇼핑은 900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특히 SSG.COM은 기존 대비 판매 대금을 10일 이상 단축해 지급(최대 517억 원)한다. 또 발행 기준 28억 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지원하고, 메인 페이지에 광고 노출을 위한 배너와 광고비를 지원한다.
롯데온은 여러 판매자들이 입점해 판매할 수 있는 e마켓플레이스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본인이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판매자와 상품을 평가할 수 있는 종합지표인 ‘온픽(ON Pick) 지수’를 활용, 우수 판매자의 좋은 상품을 최상단에 노출한다. 뿐만 아니라 ‘롯데온’은 판매자와 플랫폼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도입한다. 인공지능(AI)이 분석한 온/오프라인 구매 트렌드 데이터도 판매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며, 향후 롯데그룹의 창업 전문 투자회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해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마켓컬리는 유통업체가 생산자에게 물건을 사들인 후 직접 판매하는 형태인 ‘직매입 시스템’을 갖춰 납품업체의 재고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직매입을 통해 구매한 물건들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재고율을 낮춰 전체 폐기율 2%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10만 명 이내 고객에게 약 3억 원 규모의 할인 쿠폰을 지원하고, 메인 페이지에 카테고리를 신설, 협력업체의 상품 판매 촉진에 나선다.
업체들의 이러한 상생 노력에도 일시적인 지원책보다 플랫폼-입점 업체간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근본적인 법체계 마련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의 다면 시장 특성상 기존 법 기준에 따른 집행이 쉽지 않은데다 중개 사업자로 대규모 유통업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아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어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국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법은 오프라인 시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를 중심으로 적용돼 온라인 판매중개업자의 과다 수수료와 광고비 지급 요구 등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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