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이롬 |
|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 이 서양 속담은 음식이 인간의 존재를 일차적으로 규정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풍성한 시대지만 현대인의 영양 섭취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암·당뇨·고지혈증·비만 등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환의 원인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잘못 먹는 데서 비롯됩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식사의 대안으로 생식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생식에 담긴 영양=생식이란 곡물·채소·과일 등 식물성 식품을 익히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을 말합니다. 불을 이용한 화식은 음식을 보다 맛있고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재료에 열이 가해지면 우리 몸에 유익한 엽록소·효소·식이섬유 등은 파괴되고 굳어집니다. 반면 생식은 재료를 날것으로 껍질까지 다 먹는 것이어서 식품에 담긴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생식을 하면 곡류·채소류의 껍질에 풍부한 이소플라본·사포닌 등의 천연 면역물질(피토케미컬)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C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음식을 익히지 않고 먹어야 더 온전히 공급됩니다. 통합의학의 권위자인 황성주 박사는 저서 <생식으로 못 다루는 병은 없다>에서 생식이 당뇨병·고지혈증·지방간·치매증상을 개선시켰고 다이어트, 간 기능 개선, 체력증진, 대장암 예방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생식이 암환자 등의 치료식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생식의 효과는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1~2개월 만에 변화를 느끼기도 합니다. 다만 인체를 구성하는모든 세포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지려면 3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생식을 섭취하는 기간도 그 정도는 돼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생식 도전하기=인류는 불을 발견하기 전까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모두 생식을 했습니다. 생식은 그만큼 자연스럽고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생식을 하려면 제철에 나는 곡물과 채소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료를 준비할 땐 가급적 유기농 또는 무농약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합니다. 일반 농산물을 구입했다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식초와 소금을 탄 물에 5~10분 담갔다가 헹궈줍니다. 곡류든 채소든 껍질째 먹는 것이 좋습니다. 껍질에 풍부한 섬유질이 농약·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고 해독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죠.
곡물류는 도정하지 않은 통곡식을 구입해야 씨눈에 집중돼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챙길 수 있습니다. 곡류는 현미·콩·보리·메밀·차조·옥수수·율무 등을 중심으로 5가지 이상 준비합니다.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린 뒤 가정용 분쇄기 등을 이용해 가루로 만들어먹습니다. 감자·가지·강낭콩에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생식이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위장이 약한 사람은 거친 채소로 생식을 할 경우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의 절반 정도는 녹색 채소나 과일 등으로 생식을 하고 나머지는 화식으로 조리해먹는 것이 좋다”며 “생식을 시작하면 그 양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합니다.
●시판 생식제품=매번 생식을 만들어먹기 번거롭다면 시판 중인 제품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생식시장의 규모는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시판제품은 주로 동결건조 방식을 이용해 재료의 영양은 보존하고 부피는 줄인 게 특징입니다. 한끼용 소포장 중량이 40g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30~50가지의 곡물·과일·채소 등이 들어 있어 균형잡힌 식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생식만 먹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먹는 즐거움과 식사의 정서적·사회적 기능을 고려해 보통 ‘1일 1생식’이 권장됩니다. 생식 함유비율이 80% 이상이면 ‘생식제품’, 50% 이상~80% 미만이면 ‘생식함유제품’으로 유형을 분류합니다. 제품의 가격은 생식 함유비율이 높고 재료가 다양할수록 높은 편입니다. ‘1일 1생식’을 기준으로 한 시판제품의 가격대는 한달분에 10만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다양합니다.
생식제품을 선택할 때는 믿을 수 있는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했는지, 제품의 맛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지, 생식 함유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생식업체 ㈜이롬의 정성덕 홍보팀장은 “웰빙과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최근 생식 매출이 연 10% 이상 상승하고 있다”며 “생식을 두유나 라이스밀크 같은 쌀음료에 타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생식·선식·미래식 차이는?
선식 - 곡물 익힌 후 곱게 갈아 만들어…소화 잘돼
미래식 - 미국 실리콘밸리서 선봬…칼로리 낮아 인기
생식은 가루 한봉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간편대용식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대용식으로는 생식 외에도 곡물로 만든 선식, 그리고 최근에 출시된 미래식 제품이 있습니다. 선식과 미래식은 가루로 돼 있고 물이나 음료에 타먹는 유동식(Liquid food)이라는 점에서 생식과 비슷합니다. 그럼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불가(佛家)에서 유래한 선식은 여러가지 곡물을 익힌 후 곱게 갈아서 만듭니다. 위에 부담이 적고 소화가 잘돼 아침식사로 애용됩니다. 신라의 화랑들도 멀리 수련하러 다닐 때 선식을 휴대했다고 합니다. 가열해서 만들고 곡물류만 사용한다는 점이 생식과 다릅니다.
간편하고 완벽한 식사를 추구하는 미래식은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국내에선 2015년 <랩노쉬>와 <밀스>라는 제품이 미래식을 표방해 출시됐습니다. 산뜻한 포장과 저칼로리 설계로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랩노쉬> 제조사 ㈜이그니스의 주소희 팀장은 “3대 영양소와 비타민·미네랄 등 한끼에 섭취할 모든 영양소를 담았다”며 “재료의 가공방법이나 씹을 수 있는 토핑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생식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