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글로벌 트렌드] "건강하고 맛있는 혁신"…실리콘밸리 홀리는 `푸드테크`

곡산 2017. 4. 20. 08:44
[글로벌 트렌드] "건강하고 맛있는 혁신"…실리콘밸리 홀리는 `푸드테크`
기사입력 2017.04.20 04:07:02

쇠고기 없는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왼쪽)와 줌피자의 로봇이 주문받은 피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이 최근 마운틴뷰 컴퓨터히스토리뮤지엄에서 개최한 19번째 데모데이. 이 자리에 의사 가운을 입은 퓨엘(TryFuel) 창업자 찬드라 두기랄라가 무대에 올라왔다. 청진기를 목에 건 의사가 무대에 올라서자 관객들은 헬스케어 회사가 소개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퓨엘은 푸드테크(FoodTech) 기업. 실제 의사 출신인 그는 소비자의 영양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아이템으로 관심을 모았다. 두기랄라 CEO는 "이제 헬스케어는 음식으로 향하고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이 바로 치료"라고 말했다.

푸드테크 회사 퓨엘이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본격 등장한 것처럼 `푸드테크`는 2017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각광받는 영역 중 하나다. 실제로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대규모 펀딩 소식도 들려온다.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음식(먹거리)`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기존 푸드테크가 `배달`과 `결제` 과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방법부터 재료, 무엇보다 `건강한 음식`을 위해 기존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음식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기존 식품회사들은 돈벌이에 급급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도 푸드테크 회사의 존재가 드러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실리콘밸리 푸드테크 기업들은 `맛있고 영양가 높은 친환경 음식을 저렴하게 만들어 편리하게 배달한다`는 비전으로 기존 통념(몸에 좋으면 맛이 없다, 맛있고 영영가가 높으면 비싸다, 비싼 음식이 좋다, 정크푸드는 몸에 안 좋다 등)에 도전하고 있다.

◆ 푸드의 테슬라 노리는 임파서블 푸드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8000만달러(약 910억원) 규모의 펀딩에 성공하며 `푸드업계의 테슬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오클랜드에 400만개의 패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오픈하며 인조 고기로 만든 버거 `임파서블 버거`를 공개했다. 지난해 뉴욕 웨스트빌리지 레스토랑 `모모푸쿠 니시`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데 힘입어 오클랜드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었다.

임파서블 버거는 햄버거 패티를 쇠고기로 만든 게 아니라 순식물성 원료로 만들었으면서도 육류와 같은 모양과 맛을 내는 인공 고기로 만든 버거. 두부, 채소, 콩 등으로 만들어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 버거가 아니라 고기를 분자 수준까지 분석해 쇠고기 패티의 맛과 냄새, 씹는 느낌까지 살린 `육식주의자`를 위한 대안 버거로 평가받고 있다.

패트릭 브라운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가 식물에서 고기 맛을 내는 단백질 성분을 추출해 최대한 고기 맛이 나게 인공 패티를 개발해 창업했다. 실제 맛을 보니 일반 쇠고기 햄버거와 유사했다. `쇠고기 패티 버거가 아니다`는 정보를 미리 주지 않는다고 한다면 일반 햄버거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

이 회사의 혁신 포인트는 맛도 좋고 친환경적인 음식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 임파서블 버거는 콜레스테롤이 없으며 소를 잡지 않기 때문에 물 사용도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음식의 원재료를 혁신하는 푸드테크 기업은 임파서블 푸드 외에도 △인공 달걀로 만든 마요네즈(저스트 마요)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햄프턴크릭(Hampton creek)` △닭 없이 달걀 흰자를 만들어 파스타나 단백질 보충제를 만들 수 있는 `클라라 푸드(Clara Foods)` △실험실에서 만든 치킨, 오리고기를 생산하는 `멤피스 미트(Memphismeats)` △포도 없이 고급 와인을 만드는 `아바 와이너리(Ava Winery)` △새우 없이 인공 새우를 만드는 `뉴웨이브 푸드(new wave foods)`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모두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및 실리콘밸리 등지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다.

◆ 푸드의 아마존 `줌 피자`

임파서블 푸드 등의 기업들이 `재료의 혁신`을 목표로 한다면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줌 피자(Zoom Pizza)`는 제조 공정을 혁신한 푸드테크 기업. 피자는 사람이 가장 잘 만들지만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로봇을 도입하면 저렴하고 빠르게 피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 줌 피자는 4시간에 400장의 피자를 만들어낸다. 줌 피자의 목표는 `푸드업계의 아마존`이다.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줌 피자`에 실제 가보니 피자 집에 있어야 하는 테이블, 의자, 주문 메뉴판이 없었다. 대신 12명의 엔지니어, 디자이너, 제품 관리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겉모양은 일반 차고에서 창업한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니 피자를 만드는 대형 로봇(마르타·Marta) 2대가 놓여 있었고 건물 밖에 `줌 피자` 로고를 단 트럭만이 이 건물이 소위 `피자 공장`임을 알게 했다. 즉 화덕 없는 피자 가게다. 주문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주문하고 인근 지역에 즉시 배달이 된다. 스마트폰으로 주문받는 즉시 로봇이 3분 만에 피자를 만든다.

이 회사는 지금은 본사(마운틴뷰)에서만 서비스 중이지만 향후 피자 트럭에 피자 제조 로봇을 탑재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피자를 만들어내는 구상도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3~5분 내 전국 어디든 피자가 배달되게 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별도 피자 가게나 배달원이 필요 없고 운전기사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피자를 만들고 배달도 하게 된다.

오는 5월 스탠퍼드대에서 푸드이노베이션 콘퍼런스 개최를 준비 중인 김소형 스탠퍼드대 엔지니어링스쿨 박사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푸드 재료, 공정은 물론 만드는 과정과 디자인까지 전 영역에 걸쳐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며 "푸드이노베이션은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자본 투자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앞서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