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밀폐용기 신화의 '잠금혁명'
국내 1위 주방용품 제조업체, 플라스틱 밀폐용기 시장점유율 1위, 5000여가지 주방생활용품 생산, 연간 700여가지 신제품 출시, 전세계 120여개국 수출, 85개국 1533건의 특허와 상표 보유….
올해로 창립 39돌을 맞은 종합주방생활용품브랜드 ‘락앤락’이 일궈낸 성과다. 락앤락은 업계 최초로 4면 결착 방식의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출시한 곳. 락앤락의 등장을 시작으로 밀폐용기는 주방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엔 스물일곱의 나이에 락앤락의 역사를 만들어 낸 김준일 회장이 있다.
| 김준일 락앤락 회장. /사진제공=락앤락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 밀폐용기 신화…‘락앤락’의 탄생
1978년. 당시 신문에서 대서특필하던 ‘수입 자유화’라는 단어에 꽂힌 20대 청년은 수입 자유화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해 수입·유통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설립된 첫 회사 ‘국진 유통’은 수입도 수출 못지않은 보국의 길이란 생각에서 나온 사명이었다.
고무대야, 양은냄비가 흔하던 시절 해외에서 들여온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의 주방용품은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욕실용품, 청소용품, 어린이용품 등 무려 600여가지에 달하는 생활용품과 세계 200여곳으로부터 수입한 주방용품을 독점유통하면서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더 큰 욕심이 생겼다. ‘남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1985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뭘 만들까’라는 고민은 ‘안되는 아이템’부터 찾아내는 것으로 풀어냈다. 부피가 너무 큰 제품, 교체시기가 긴 제품 등을 걸러내고 나니 반찬이나 식재료를 담는 ‘보관용기’가 남았다. 새지 않는 밀폐력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3년 뒤 4면 결착용기 ‘락앤락’이 탄생했다.
출시 초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존의 보관용기처럼 뚜껑을 한번에 여닫는 제품이 아니라 사면 결착식이어서 ‘딸깍 딸깍’ 두번을 채워야 하는 방식이 소비자에게 귀찮게 여겨졌던 것. 그 가치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01년 세계 최대 홈쇼핑채널인 QVC 데뷔 방송에서 순식간에 5000세트 매진을 기록했다. 2003년 3월과 2004년 1월에는 QVC ‘오늘의 특별 상품’(Today`s Special Value)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바이어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앞다퉈 락앤락 제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우수한 밀폐력 덕분에 락앤락은 몇년 새 국내 주방을 차지하고 있던 외국브랜드들을 밀어내고 가정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이 늘면서 판매 상품군도 다양해졌다. 밀폐용기뿐 아니라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온병, 텀블러를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선보였다. 가정간편식(HMR) 열풍에 내열유리 간편 조리용기를 강화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각종 디자인어워드를 휩쓴 쿡웨어로 제품군을 늘렸다.
자연스레 매출도 뛰었다. 2000년 1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5년 1429억원으로, 지난해엔 4251억원으로 15년 사이 30배 이상 뛰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70.5% 상승했다. 김 회장은 최근 상장사 100억대 배당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사진제공=락앤락 |
◆ 성장 원동력, 해외에서 길을 찾다
중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 던진 김 회장의 승부수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국내 밀폐용기시장 점령 직후인 2004년 상하이 영업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베이징과 선전에 영업법인을 설립했다. 동시에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산둥성의 웨이하이공장, 만산공장을 지었고 2007년 대지 9만5000m² 규모의 장쑤성 쑤저우공장을 건립했다.
2009년에는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 진출, 연 평균 3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끌어내며 글로벌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에 총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수급능력은 베트남 매출 향상을 이끌었다. 실제 2009년 약 34억원에 불과했던 베트남 매출은 지난해 366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락앤락은 현재 호찌민, 하노이 등 제1선 도시를 비롯해 최근에는 다낭, 하이퐁 등 2선 도시까지 영향력을 확장 중이다. 각 도시마다 직영매장을 포함한 고급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며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 쿱마트, 빈마트와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 위기를 기회로…미국 시장 재도전
물론 전세계를 향한 도전에 부침도 있었다. 2013년 국내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중국 특판시장도 축소됐을 때다. 특히 중국 시진핑 정부의 ‘부정부패척결’ 정책에 의해 특판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락앤락은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내실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영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사업장을 정리하고 영업효율을 제고하고자 일정한 마진율이 보장되는 간접영업으로 영업형태를 전환하는 등 2년에 걸쳐 중국 유통채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던 중국 온라인시장에 주목했다. 온라인 핵심 고객인 20~30대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주력제품의 변화도 꾀했다. 국내시장의 경우 장기불황 여파에도, 트렌드에 부합하는 아이디어 상품과 한층 강화된 디자인 제품을 내세우며 선전을 이끌었다.
또 한번의 위기를 타개한 김 회장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영업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미주시장 공략에 나선 것. 최근 미국 내 브랜드 경쟁력이 한층 안정됐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2014년 미국 법인 철수 이후 3년 만의 재도전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시장 특성상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따라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진출했다가 2번의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락앤락을 글로벌 1위 주방생활용품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일까. 새 시장을 열어가는 김 회장의 노력은 끝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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