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전통약초는 세계 천연물의약 원료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의 전통 약초자원은 생약의 원료를 넘어 기능성식품, 천연물의약품, 생활소재 등의 새로운 미래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블루오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박충범 박사, 박춘근 박사, 안영섭 박사, 김영국 박사, 우종규 박사, 강용구 연구사, 안태진 연구사, 한신희 박사, 최애진 박사, 이수환 연구사, 허목 연구사, 이정훈 박사 등 12명의 연구자들이 정리한 동양의 신비를 간직한 쓰임새 많은 약초 20종을 매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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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명) 감초 | 씹으면 단맛이 나는 풀, 감초
땔감이었던 감초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이 쓰이는 약재이지만. 전해오는 이야기 속 감초는 본초와는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옛날 인적이 드문 산골에 진맥과 치료를 잘하는 의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왕진을 나간 사이에 많은 환자들이 집으로 몰려왔다.
시간이 흐르고 오랫동안 기다려도 의원이 돌아오지 않자 의원의 아내는 ‘내가 나서서라도 환자들에게 약을 지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땔감으로 해 놓은 마른 풀이 쌓여 있었다.
‘이것들이 전부 약초라면…….’ 이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건초 가지 하나를 집어 잘근잘근 씹어보니 맛이 달았다.
‘옳다! 이걸 썰어 약봉지에 담아주자. 이 건초를 달여 먹더라도 별 해는 없을 거야. 환자는 약을 복용했다는 위안을 받아서 병이 회복될지도 몰라.’ 의원의 부인은 마른 가지를 썰어 약봉지에 담아 찾아온 환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이것은 의원님이 왕진 나갈 때 남겨둔 약입니다. 웬만한 병은 다 치료됩니다. 이것을 가져가서 달여 드세요.” 조급하게 기다리던 환자들이 이 말을 듣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하고 약을 받아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 약을 받아 간 사람들이 온갖 선물들을 가지고 와 의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선생님의 약을 먹고 병이 이렇게 완쾌되었어요.” 의원은 영문을 몰라 의아해했다. 옆에 있던 아내가 귓속말로 그동안 일어난 사실을 말해 주어서야 알았다. 의원은 아내가 도대체 무슨 약을 조제했기에 이렇게 좋은 효과를 보았는지 궁금해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무슨 약을 주었어요?” 아내는 부엌으로 들어가 그때의 그 마른 풀을 가지고 왔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약이라 의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튿날, 의원은 그 마른 풀을 복용한 사람들을 한 사람씩 불러 그들이 앓았던 병의 증세를 물었다. 비위가 허약한 환자, 기침과 담이 많은 환자, 목에 통증이 있는 환자 등 이 모든 병들이 마른 풀을 복용한 후 완쾌된 것이었다.
그 후, 의원은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데 이 마른 풀을 약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건초더미의 마른 풀이 비장과 위장을 보할 뿐 아니라 혈압을 내리고, 독을 제거하며, 다른 약재와 같이 끓이면 약초의 효능을 더욱 높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때부터 맛이 단 풀, 즉 감초(甘草)라 이름지었으며 한방에서 여러 가지 처방에 쓰이고 다른 약초와 섞어 쓸 때 조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지금까지 몇 천 년 동안 약방의 감초로 군림해 오고 있다.
해독작용하면 감초
감초는 만주, 몽골,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건조하고 서늘한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m가량 자라고 줄기에는 흰털이 많다. 뿌리는 땅속 깊이 뻗고 흙 표면 바로 아래에는 땅속줄기가 발생하고 적갈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지에서 꽃이 잘 피지 않지만, 시설 내에서 키우면 꽃이 피고 종자도 일부 맺힌다.
조선왕조실록에 감초 재배 기록이 있는데 태종 때에 감초재배 관리를 소홀히 한 지방관을 벌한 기록이 있고 성종 때까지는 재배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기술 부족과 국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재배하였다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최근에 유럽과 중국 등에서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새로운 감초 자원을 들여와 재배가 되기 시작하여 재배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감초의 주요 성분 중에는 글리시리진(glycyrrhizin),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쿠마린(coumarin) 및 사포닌(saponin) 등이 있다.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설탕보다 수십 배 강한 단맛을 내고 파상풍과 뱀독 해독, 간질환, 강심, 항염증, 진정 등에 효능이 있고, 함암제의 활성을 높이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한, 계면활성이 있어 다른 약제가 물에 잘 풀리게 해서 흡수를 돕는다.
감초 하면 독성을 푸는데 가장 뛰어난 효과를 갖고 있어 ‘한약방 감초’라는 말처럼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처방하는 첨약에 꼭 들어가는 약재이다. 그러나 감초 한 가지만 사용할 경우 혈압이 상승하고 몸이 붓는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단방(單方)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감초는 뿌리가 굵을수록 높은 등급으로 치는 데 뿌리 굵기가 1.9㎝ 이상이면 가장 높은 등급이고 0.7㎜ 이하면 등외품이다. 그런데 감초뿐만 아니라 뿌리를 약으로 쓰는 대부분의 약초는 실제 잔뿌리에 유용 성분이 더 많다.
왜냐하면 잎에서 만들어진 좋은 성분이 줄기와 뿌리까지 이어진 통로(체관)로 이동하는데 이런 통로가 뿌리 중심부가 아닌 껍질 근처에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또한 뿌리가 가늘면 세포분열 등 생리적 기능이 활발하여서 잎에서 만들어진 유용성분들이 이동하여 저장되기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감초 품종 강국을 꿈꾸며
우리나라 감초를 고려인삼의 명성에 버금가는 꿈을 실현하고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환경은 인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잘 자라지 못하는 혹독한 환경을 꿋꿋이 이겨낸 인삼이 더욱 명품 고려인삼이 되고 최고의 약효를 갖추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식물이 자라면서 모진 비바람과 가뭄, 고온과 저온, 강한 햇빛 등 갖가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낸 성분들인 이차대사산물이 약용성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비록 감초가 잘 자라는 최적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좋은 품종을 만들어 잘 관리한다면 세계적인 명품 감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병에 강하고 글리시리진 함량이 높으며 생육기간이 긴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자료 제공 :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