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생약초의 비밀] 8. 생약초 어디서 구할까

곡산 2008. 12. 14. 09:17

[생약초의 비밀] 8. 생약초 어디서 구할까
‘늦가을 시골장터’ 약방으로 변신
뽕나무·황기·칡 등 약재 한가득
경동·대구·금산 약령시장 ‘명성’
2008년 12월 06일 (토) 강병로
   
“이거이 얼레지 장국입네다. 남측에서는 구경도 못 했지요? 한번 드셔 보시라요. 숙취해소에는 그만입니다”. 몇 년 전 금강산을 찾았을 때 북한 측 호텔 도우미가 건넨 말이다. 그녀의 말에 끌려 이른 아침에 ‘얼레지 된장국’을 입에 넣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 이렇게도 먹는구나. 얼레지도 국을 끓이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구나’. 이른 봄, 가녀린 숨을 고르며 솟아난 얼레지 꽃잎은 애처롭다. 난데없이 눈보라에 파묻히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개화가 빠른 탓이다. 그 얼레지가 이른 봄의 밥상을 또 다른 형태로 바꾼다. 동토를 깨치고 나온 자연의 힘이다. 지난 5월, 함백산 산행에서 얼레지를 제대로 만났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기상이 악화되면서 해발 1500m 고봉엔 밤새 눈이 쏟아졌다. 얼레지와 바람꽃 괭이눈 등이 삽시간에 눈에 파묻혔다. 현호색도 눈깜짝 할 사이에 겨울에 파묻히고 말았다. 꽃잎을 열다 말고 잔뜩 웅크린 5월의 식물들. 동사할 줄 알았던 그 꽃들은 그러나 오후의 햇살과 함께 다시 깨어났다. 자연은 이처럼 경건하고 신비롭다.


   
▲ 동해 북평 5일장에서 만난 생약초 노점상. 국산이라고 쓴 원산지 표시가 눈길을 끈다.


생약초 시장 나들이

전문 약초꾼이 아니면 낙엽이 진 산에서 약초를 얻기가 쉽지 않다. 첫 서리가 내린 늦가을 산은 ‘보약 덩어리’나 다름없다. 그러나 일반인은 약초를 찾기도 어렵고 구별하기도 여의치 않다. 온갖 풍상을 견디며 자연의 힘을 비축한 뿌리 약초는 이때가 채취 적기.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을 견디고, 동토를 밀어낼 힘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장터가 온갖 약초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이 때. 산과 들에서 채취된 약초는 촌로의 손에 갈무리돼 시장 한 복판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정선5일장과 평창, 봉평, 대화, 동해시 북평, 인제, 홍천, 양구, 화천 등 도내 시골장터는 생약초를 사고파는 목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시골 노인들이 좌판에 깔아놓은 생약초와 건나물은 다양하다. 뽕나무 뿌리와 옻나무 껍질, 느릅나무 뿌리, 황기, 천궁, 작약, 칡, 겨우살이, 두충, 복분자 등 봄부터 가을까지 거둔 모든 생약초가 무더기로 쏟아진다. 한줌 또는 한 묶음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생약초를 바라보면 신기하다. 어설프게 약재를 설명한 종이쪽지도 이채롭다. 몸이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몸에 좋다’는 말에 이끌려 생약초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약초를 설명하는 촌로들의 주름진 이마엔 생약초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느릅나무 껍질을 달여 마시면 위와 관련된 병에 탁월하다’, ‘뽕나무 뿌리는 고혈압 등 성인병과 관절염에 좋다’, ‘두충은 고혈압에 효과 만점’, ‘칡 뿌리는 간 기능 보호에 제격’, ‘복분자는 부부금슬에 효자’ 등 짧지만 간결하게 생약초의 효능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의 생약초 설명은 어눌하지만 한의학 서적을 들추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생활속에서 우러나온, 제 몸으로 체득한 ‘생약초 체험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난전과 시골장터에서는 국산과 중국산 한약재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촌로들의 심성이야 곱겠지만 그들을 이용하는 약삭빠른 상인들의 상술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터에서 제대로 된 생약초를 구한다면 ‘가을산의 정기’를 통째로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 민들레가 나무에 붙어 자라고 있다. 생명력이 강한 민들레는 아무데서나 잘자란다. 약재로서의 효능도 뛰어나 감기·기관지염과 간염, 소화불량, 강정 치료 등에 쓰인다.

생약초 전문시장

생약초의 시장가격을 알려면 약령시장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약초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약령시장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경동 약령시장과 대구 약령시장, 금산 약령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리산을 에워싼 함양, 산청 등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약령시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생약초의 시세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 자신의 체질을 미리 알아보고 생약초를 구입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산과 중국산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결정이지만 대부분 국산 생약초의 효능이 월등하다. 국내 대표적인 약령시장을 살펴본다.



대구 약령시장

영천 의성 청송 고령 등 경북과 강원도 일부 지역의 생약초가 몰리는 대구 약령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생약초 시장이다. 대구시 중구 남성로 일대에 조성된 대구 약령시는 3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생약초 시장과 함께 한의원과 한약방, 약업사, 제분소, 탕제원 등 300여곳의 한약관련 업소가 밀집해 있다. 대구약령시에서 취급하는 생약초도 300~400여종에 이른다. 희귀약재와 채약기구, 한방의약서 등을 전시한 전시관도 눈길을 끈다.



금산 약령시장

끝자리가 2 또는 7로 끝나는 날에 장이 서는 충남 금산군 금산 약령시는 생약초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5일장답게 장이 서는 날이면 금산약령시는 100여 곳에 이르는 약업사와 노점상 등이 뒤엉켜 장관을 이룬다. 인삼의 고장답게 다양한 생약초가 전시·판매되고 있다. 금산 약령시에서는 길경(도라지), 당귀, 지황, 두충 등 400~500여종의 생약초를 만날 수 있다. 충청권과 무주 진안 장수 등 전북지역에서 채취 재배되는 생약초가 국산 생약초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생약초 가격은 시중보다 20% 정도 싸다.



경동 약령시장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 경동 약령시장은 전국의 모든 생약초 집산지다. 한의원과 탕제원 등이 미로처럼 얽힌 이곳은 연중 무휴.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생약초가 취급되고 있지만 중국산 한약재도 넘쳐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약초를 구입할 땐 한약재 고시가격을 꼼꼼히 메모한 뒤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강병로

   
▲ 눈속에 파묻힌 얼레지. 한방에서 ‘편율전분’이라고 부르며 생약으로 이용한다. 건위 진토 지사 등에 효과가 커 위장염 구토 화상 등의 치료에 쓰인다. 봄철에 어린 잎은 나물로 먹거나 국거리로 사용한다. 함백산/강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