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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조미료 사용여부 공개하자

곡산 2009. 1. 30. 23:30

화학조미료 사용여부 공개하자
[박찬일의 요리조리 세상]


언젠가 요리에 있어서 '삼위일체' 문제를 경고한 적이 있다. 화학조미료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현장에 대한 고발이었다.

우선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화학조미료 그 자체를 넣고, 그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복합조미료를 또 넣는다. 마지막으로 간을 보기 위해 맛소금을 넣는다. 물론 이 맛소금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 있다. '화학조미료+복합조미료+맛소금'의 삼위일체를 이룬 것이다.

화학조미료 그 자체에는 요리사들도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화학조미료는 요리사들을 안심시킨다. 그래서 더 많은 양을 쓰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부담이 없게 된다. 심지어 상당수 요리사들은 복합조미료와 맛소금에는 화학조미료가 없는 줄 안다.

중식요리에 쓰이는 굴 소스와 두반장, 일식의 가쓰오부시 가공품과 쓰유, 서양식의 가공 치킨분말이나 액상소스에는 다량의 화학조미료가 들어 있다. 그래서 요리사는 직접 '흰 분말'을 쓰지 않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비자는 늘 화학조미료에 민감하고 심각하게 걱정한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나 식품첨가물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는 식품공전 어디에도 이 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은 없다.

다시 말해서 '먹어라'고는 하지 않지만, '먹지 말라'고도 안하는 물질이다. 다시 말해서 '안전'한 물질이란 뜻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화학조미료의 공포에 빠져 있을까. 이건 아마도 1980년대 들어 먹거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시작된 듯하다. 그 이전에는 이것이 명절 선물로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귀한' 조미료였다.

이 조미료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원래 거의 사용하지 않던 유럽도 인스턴트식품과 중국식당에서의 외식이 일반화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알다시피 화학조미료는 감칠맛을 낸다. 그 과도한 감칠맛에 길들여져 폭식을 하게 되고, 비만으로 이어진다.[BestNocut_R]

나는 이 물질의 다른 문제점에도 주목한다. 국민의 입맛을 동일하게 만드는 단점이다. 과장되게 말해 모든 음식 맛이 이 물질에 의해 똑같아진다.

특히 복합조미료가 그렇다. 국이나 무침이나 볶음에서 같은 맛이 난다. 입맛이 둔감해지고 단일화된다. 음식의 지역성과 개별성이 사라진다.

화학조미료는 현재까지 안전하다고 입증된 물질이므로, 지레 겁을 먹을 건 없다. 그러나 과도한 사용을 막기 위한 적정 사용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용량과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옳다.

가공식품은 이미 실시하고 있지 않은가. 홍콩의 경우, 몇몇 식당 가이드를 중심으로 'MSG 사용 여부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식당이 당당하게 사용 여부를 밝힌다. 한번 심도 있게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데일리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