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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떴>의 “마법의 맛” 라면 스프의 비밀은?

곡산 2009. 1. 18. 22:17

<패떴>의 “마법의 맛” 라면 스프의 비밀은?

JES |2009.01.16 10:56 입력

“모든 맛은 라면스프랑 통한다!”

어느 위대한 요리사가 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라면스프는 ‘부실한 조리사’와 ‘열악한 주방’ 속에서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증하는 ‘마법의 분말’로 비춰지고 있다. SBS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선 밍밍한 찌개나 국의 맛을 바로 잡아주는 ‘맛의 해결사’로 심심찮게 등장한다.

MBC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선 ‘공주병 할머니’역의 요리 문외한 윤소정을 ‘맛의 달인’으로 변신시키는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한다. 실제 음식을 만들다가 맛이 2% 부족할 때 라면스프를 톡톡 털어 넣어 해결한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도대체 이런 라면스프의 재주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것이 궁금했다.

라면스프의 비밀은 라면스프가 아닌 라면봉지 뒷면에 숨어있다. 깨알만한 글씨로 스프 재료가 죽 나열돼 있다. 대한민국 대표 라면이라고 하는 N사의 S제품. 정제염ㆍ쇠고기맛베이스ㆍ육수맛조미베이스ㆍ정백당ㆍ볶음양념분ㆍ간장분말ㆍ분말된장ㆍ양파풍미분ㆍ돈골조미분말ㆍ향미증진제ㆍ후추추출분말 등 이름조차 낯선 재료들이 30여 가지에 달한다.

원조를 내세우는 S사의 S제품도 마찬가지다. 맛을 낸다는 의미의 ‘맛베이스’‘조미분’‘풍미분’‘향미증진제’ 등의 단어 나열만 봐도 ‘맛의 마법 분말’로 당연히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요리연구가 박연경씨는 ”맛을 가장 좌우하는 건 짠맛의 소금“이라면서 ”싱거운 음식에 소금이나 간장을 조금만 더해도 맛이 확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면스프의 재료 중에는 짠 맛을 내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라면 봉지에 적힌 짠 맛을 내는 주성분은 바로 정제염(나트륨)이다.

정제염과 관련해 서울환경연합이 발표한 자료(2006년)에 따르면 미국인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1500㎎로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1968㎎)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라면 한 개에 들어가 있는 나트륨은 2000㎎미만(농심측 주장)이다. 라면 한 개를 먹는 것만으로 미국인과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얘기다.

서울환경연합의 이지현 국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김치와 국, 찌개를 함께 하는 식생활이므로 라면의 나트륨 양은 아직도 높은 수치“라고 지적한다.

스프의 재료를 좀더 꼼꼼하게 살펴보자. 매운 맛을 완화시키는 정백당, 육수 맛을 내는 볶음양념분, 감칠맛을 강화시키는 마늘발효조미분, 정제염과 함께 국물의 간을 맞추는 간장분말, 약한 단맛을 내는 덱스트린 등이 눈에 보인다. 그야말로 맛을 내는 재료의 혼합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길어야 4분 30초의 요리과정에서 라면의 감칠맛을 좌우하던 MSG(L-글루타민나트륨)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라면봉투에 ‘MSG 無첨가’ 라고 적힌 것도 있다. 라면스프가 변신한 것이다. MSG는 비타민 B6의 부족을 초래해 과도하게 섭취하면 무력감, 두통, 발열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우울증이나 저혈당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화학물질. 이같은 문제로 라면회사들은 MSG의 양을 아예 없애거나 줄여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MSG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 이광근 교수는 ”미국에서 발표한 ‘중국음식 증후군’ 때문에 MSG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며 ”과도하지 않으면 걱정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농심 홍보팀의 윤과장도 ”MSG를 대체하기 위해 맛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천연소재의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MSG의 감칠 맛을 해결하기 위해 대신 들어간 ‘맛분말’ ‘씨즈닝’ ‘풍미분’ ‘향미증진제’ 등으로 표시한 화학조미료에 있다.

서울환경연합의 이지현 국장은 ”라면스프에 들어가는 화학조미료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된장분말에는 정말 된장이 들어갔는지, 마늘베이스에 들어간 마늘의 원산지는 어디인지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닭기름 분말, 식물성단백질조미료라고 하는 HVP분말, 호박산나트륨, 효모엑스 등처럼 쓰임새가 궁금한 재료가 너무 많다.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싼 값의 라면스프이지만 2%의 부족한 맛을 채우는 데는 이 수많은 재료의 혼합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지영 기자 [bat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