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돌발)뉴스

"돈 많은 너의 죄를 사하노라"

곡산 2008. 8. 24. 20:51

"돈 많은 너의 죄를 사하노라"

-재벌 대거 포함된 광복절 특사 논란

 

흔들리는 MB 비즈니스 프렌들리 “특사로 재벌만 프렌들리?”
법의 사각지대에 선 재벌 총수들 형 확정 5개월도 안돼 사면


 

잦은 사면에 특사 3관왕, 2관왕 포진 “재벌에게 사면은 필수”
부도 경영인 사면에 ‘명분 잃고’ 재벌총수 사면에 ‘신뢰 잃고’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이젠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됐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강조했던 부정부패 엄벌이 공염불이 되는 순간이 바로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이다. 재벌 회장치고 사법처리를 거치지 않은 인물이 드물고 제 형량을 다 산 사람은 흔치 않다.


 

이번 광복절 특사 명단에 재벌들이 포진하면서 구설수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소위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됐다는 정·재계 일각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을 맞아 34만여명에 대해 특별 사면 및 복권, 특별감형을 단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바로 ‘재벌들’이다.


 

이 특별 사면에는 재계 10대 그룹 중에서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등의 재벌 총수들이 포함됐다.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 형식이 아닌 특별 사면이었던 탓에 “사면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번 특별사면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법원이 명령한 사회봉사기간이 남았는데도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특사에 들어갔다. 경제범죄가 아닌 보복폭행범죄를 저질렀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포함된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아울러 박건배 전 해태 회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장진호 전 진로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 회장, 최원석 전 동아 회장, 장치혁 전 고합회장과 김영진 전 진도 회장, 김윤규 전 현대건설 대표이사, 안병균 전 나산 그룹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등도 사면·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솜방망이’ 논란을 불렀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사회봉사명령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됐다. 정몽구 회장은 형집행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로 300시간 사회봉사명령 중 3분의 2도 채우지 못했다. 그는 회사 돈 693억원을 횡령하고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부실 계열사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가 참여토록 해 이들 회사에 21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결국 유죄가 인정됐던 기간은 2년여의 재판기간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사회봉사라도 다 채운 뒤 사면을 거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분식회계 및 비자금 200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최 회장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나 이번에 사면되면 3개월도 안돼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그는 지난 5월 돌연 항소까지 포기해 ‘광복절 특사’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올 8·15는 재계의 광복절

한화 김회장의 경우 보복폭행이 사면대상인지에 대해서 정부 내에서조차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여타 총수들과 달리 경제범죄도 아니었고, 수사기관에 무마청탁을 하는 등 죄질이 나빴던 탓이다.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확정 받았다. 지난해 12월20일부터 매주 3∼4일씩 하루 9시간 가량 꽃동네를 찾아 장애 아동돕기, 청소, 행정보조 등의 봉사활동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보복폭행으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김 회장을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무리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 1995년 광복절 특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어 이번이 2번째 광복절 특사다.


 

그밖에 최순영 회장은 지난 1999년 2월 외화 2억6000만 달러를 밀반출하고 계열사를 이용해 1조2000여 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1574억원의 추징금을 거의 납부하지 않았다. 종합소득세 등 체납세액만도 1000억원대에 달할 정도. 그가 받은 이번 사면은 세 번째 사면이다.


 

나승렬 전 회장은 40억원대의 국세 및 지방세를 체납했고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나승렬 전 회장을 비롯해 장치혁 전 고합 회장과 김영진 전 진도 회장,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은 이미 부도내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어려운 처지들이어서 아리송한 사면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전무죄 논란 지속


 

어째서 추징금조차 납부는커녕 사회봉사명령마저 끝나지 않은 재계 인사들이 대거 특사명단에 포진된 것일까.


 

정부는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경제인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요청과 그간의 경제발전 공로 등을 고려에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및 정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라는 것이 재벌 우대권이었음이 절실히 드러났다”면서 “왜 10만원 훔친 생활범죄자는 사면되지 못하고 수천억을 훔친 재벌들이 사면되는지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다”고 밝혔다.


 


재벌사면은 특사의 역사


 

사실 재벌들의 이런 사면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정권을 불문하고 재벌총수은 늘 1심 실형, 2심 집행유예, 사면의 순서를 밟아왔다.


 

단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4만1817명을 사면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모두 9차례에 걸쳐 702만2242명을 사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3월 3만5352명을 사면 및 복권을 시키는 등 모두 8차례에 걸쳐 모두 538만3127명을 사면했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봐주기 사면’ 관행을 비판하며 사면권 남용을 막겠다고 공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8차례에 걸쳐 425만2441명을 사면했다. 그때마다 나왔던 명분역시‘경제살리기’라는 똑같은 이유로 경제인에 대한 사면이 대거 포함되었다.


 

청와대는 결국 경제살리기라는 큰 틀과 현 정부 출범 이전 법을 어긴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현 정부 들어선 이후 이뤄진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리할 것이라는 논리로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 명분을 정당화 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가 살아났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히려 사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인들의 범죄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살리기와 화합이라는 명분에서 단행된 기업인 사면과 관련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주목되고 있다.

송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