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130조원 중국 물시장, 한국은 ‘강 건너 물 구경’

곡산 2008. 5. 12. 11:52

[Save Earth Save Us] 130조원 중국 물시장, 한국은 ‘강 건너 물 구경’ [중앙일보]

세계는 물사업 각축인데 … 우리는
담수화 설비 앞선 두산도 업계선 존재 미미
규모·기술력 키워야 유럽·미국기업과 경쟁

쿠웨이트 담수화 공장 건설을 위해 두산중공업이 만든 설비가 바지선에 실리고 있다. 3년 전에 시공한 이 장비는 길이 104m, 폭 25m, 무게 3600t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컸다. [두산중공업 제공]

 

올 2월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에선 트랜스포터(이동장비) 72대가 동원돼 축구장(길이 98m, 폭 45m)만한 담수화 설비를 실어냈다. 이 설비는 공장 내 전용부두로 옮겨져 4000t급 바지선에 실린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서부 도시 슈아이바로 떠났다. 이 프로젝트는 8억5000만 달러(약 8500억원)짜리. 이 회사가 지난해 이런 담수화 설비로 올린 매출은 6600억원. 적지 않은 규모지만 지난해 세계 물 산업(약 300조원)에서 차지한 비중은 0.2% 정도에 불과했다.

이 분야의 국내 간판기업이지만 세계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메릴린치·UBS가 거론하는 물 기업 명단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꼽는 주요 기업은 베올리아·수에즈(이상 프랑스), 제너럴일렉트릭(GE)·날코·다우케미컬·다나허(이상 미국), RWE(독일), 니토텐코·큐리타워터(이상 일본), 하이플럭스(싱가포르)다.

◇세계 기업은 이미 접전 중=현재 세계 물 기업 가운데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곳은 수에즈, 베올리아, RWE 등 유럽 업체들이다. 이들은 이미 한국 시장에도 들어와 있다. 수에즈는 한화와 손잡고 경기도 양주와 부산의 하수처리장 건설권을 따내고, 운영기술도 제공하기로 했다. 베올리아는 인천 금단공단의 폐수처리장, 인천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국의 상하수도 관리·운영뿐 아니라 중동·중국 등 물 부족 국가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단연 큰 시장이다. 중국의 인구는 세계의 20%이지만 물은 7%만 보유한 전형적인 물 부족 국가다. 중국은 깨끗한 물을 더 빨리,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물 산업을 민영화해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42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1300억 달러를 물 확보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수에즈는 홍콩의 뉴월드서비스와 손잡고 중국 충칭(重慶)수자원공사의 상수도서비스 지분 15%를 2억1400만 달러(약 2140억원)에 사들였다. 1990년대 중국에 진출한 베올리아는 이에 맞서 곧 중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후발 기업인 하이플럭스와 다우케미컬도 올해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중국에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코오롱이 중국의 상하수도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이제 진출을 타진하는 정도다.

◇수도 민영화해야=국내 업계에선 경쟁력 있는 물 기업을 육성하려면 ▶수처리 사업을 민영화하고 ▶기업의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동·중국·아시아 지역의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유럽 관련 기업들의 민영화 역사는 길다. 프랑스는 이미 100년 전에 상하수도 사업이 민영화됐다. 이 덕분에 이들 민간기업이 물 처리 부문에선 세계 최고 기술을 갖게 됐다.

또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물 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다국적기업이다. GE·지멘스·다우케미컬·날코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관련 분야의 여러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점점 더 거대한 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현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물 처리 전반을 담당하는 토털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역량을 갖춘 물 기업들의 M&A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규모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선희·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