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인도 맛'을 따르라

곡산 2008. 3. 20. 17:09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인도 맛'을 따르라

 

이현정 hjlee303@

 

14년 전 미국 켈로그가 인도시장에 아침식사 대용으로 시리얼을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며 성장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인도의 전통 음식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켈로그는 '바스마티쌀 시리얼','망고맛 프레이크'등 인도인들에게 익숙한 맛과 향을 첨가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10루피 정도의 저렴한 가격도 인도의 식습관 변화를 일으키는데 한 몫했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의 문화적 특성과 인도인 입맛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바탕으로 900억달러 규모 인도 식품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세계적인 식품기업들의 노력을 19일(현지시각) 소개했다.

세계적인 음료기업 펩시 인도법인은 콜라대신 망고 맛이 나는 음료 '암 판나(Aam Panna)'와 짭짤한 맛 스낵을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낯설지 않은 원재료와 인도인들의 입맛을 제대로 겨냥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대표적 식품회사 네슬레도 달콤한 맛을 가미한 우유를 선보이며 인도인의 전통적인 입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정작 네슬레라는 이름을 알린 건 인도의 대표적 향신료 맛살라향을 가미한 '매기(maggi)'라면이다.

일약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떠오른 매기라면은 토마토 맛, 커리 맛, 치킨 맛 등을 잇따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가고 있으며 조만간 학교 급식 메뉴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몇 년 전만해도 국내외 가공식품업체들의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젊은 층 인구의 신장과 수입 증가, 기술 발전, 소비의 주류를 이루는 5000만명 이상의 중산층 성장 등이 인도의 거대 식품시장 진출에 대한 매력도를 한껏 높였다.

인도 최대 담배제조업체인 ITC도 최근 인스턴트 식품 사업부를 창설시키고 파스타, 쿠기, 스낵 등 다양한 식품 생산·판매에 나섰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업체들 역시 성공을 위해 '베지테리안' 메뉴를 선보이는 등 인도 문화를 충분히 이해한 메뉴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해 300개의 가까운 매장 개설을 계획하고 있는 맥도날드는 힌두교도들을 배려해 쇠고기 패티를 사용한 햄버거 판매를 금하고 있다. 대신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인도인들을 위한 감자 햄버거 등을 선보였다.

도미노피자 역시 기존의 테이크아웃 이미지를 벗어나 피자를 먹고 갈 수 있는 매장 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외식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인도 가정을 겨냥한 것이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의 판카지 굽타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인도의 소비패턴이 점점 글로벌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면서 "오늘날 회사들은 특정 소비계층을 겨냥한 식품사업도 가능해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에게 주어진 많은 기회에도 불과하고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까다로운 세금 규정, 열악한 냉동유통체계와 저장시설 부족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