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재고쌀 활용론, 면발뽑기까지 ‘산 넘어 산’

곡산 2008. 3. 9. 18:14
재고쌀 활용론, 면발뽑기까지 ‘산 넘어 산’
입력: 2008년 03월 09일 17:42:38
 
국제 밀값이 급등하면서 쌀보다 비싼 밀가루 제품이 나왔다.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반강제로 값싼 밀가루 음식을 먹게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당장 청와대에서는 “남는 쌀을 소비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는 쌀을 가루로 만들고, 제품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며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밀가루 > 쌀’ 일부 가격 역전 -

대형할인점에서 파는 고급 밀가루인 CJ제일제당의 ‘찰밀’은 9일 현재 가격이 1㎏에 1980원쯤이다. “참밀은 수제비나 칼국수, 우동용 밀가루로 쫄깃쫄깃한 맛을 더한 제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비해 저렴한 편인 국산 쌀은 20㎏들이가 3만5000원 정도다. ㎏당으로 따지면 1750원이다. 고급 밀가루의 경우 쌀보다 ㎏당 10% 이상 비싸진 셈이다.

갈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쌀값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밀가루값은 최근 두 달 사이에만 33.4%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밀가루 값이 쌀보다 싼 것이 일반적이다.

밀가루도 일반 제품인 중력분은 1㎏에 1540원 정도에 불과하고 강력분 1670원, 박력분 1690원 선으로 쌀보다 싸다.

또 국산 쌀도 이천쌀 같은 제품은 20㎏에 6만원을 넘는다.

특히 주로 밥으로 먹는 쌀과 국수·빵·라면·과자 등으로 제품화하는 밀가루 값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엄밀히 말하면 쌀가루와 밀가루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공비가 들어가는 쌀가루는 밀가루보다 더욱 비싸진다. 집에서 조리하기 알맞게 ‘글루텐’ 등을 넣은 쌀가루는 1㎏당 5000원대까지도 거래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발상’ 주문에 맞춰 청와대는 최근 설렁탕 사리를 밀가루 면이 아닌 쌀국수로 바꿔 먹는 풍경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는 단백질인 ‘글루텐’ 덕분에 빵을 부풀리거나 국수처럼 길게 뽑기 좋은 데 쌀은 그렇지 않다”며 “쌀은 가공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쌀로 케이크나 과자도 만들어 봤지만 입맛에 맞추지 못해 경쟁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양라면·해태제과·기린 등에서 쌀 제품을 내놓았지만 밀가루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입맛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라면이 한 봉지에 650~750원쯤 하지만 쌀라면은 1000원 안팎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쌀가루를 넣은 군만두를 선보이고 있으나 프리미엄급으로 가격이 더 비싸다.

- 가공비 등 추가땐 경제성 의문 -

쌀가루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가공 설비를 갖춰야 하고, 먹기 좋은 느낌을 위해 바삭하게 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야 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당장 밀가루 값이 올라 남는 쌀을 이용하자는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제품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부터 내놓지 않으면 공허한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쌀국수를 얘기하기에 앞서 현재 0.2%에 그치는 밀 자급률부터 높이는 근본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