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반을 훨씬 넘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하여 고향인 서울을 떠나 이곳 화진포에 작으마한 터를 잡고 농원을 일구기를 벌써 7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어릴적 부터 시골에 고향을 둔 주변의 친구 들이 그리도 부럽고 가슴 한 구석에 그리움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던 농촌의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환경이, 성인이 된 후 까지도 커다란 동경의 세계였던 것 같다.
직업 생활을 열심히 하던 시기에, 남부 독일의 어느 부부의 전원생활 속에서 인간이 살아 가는 진정한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는 도시탈출의 꿈을 실현키 위한 몸부림 속에서 지냈 왔던 것 같다.
전국을 섭렵하며 다닐 수 있는 직업이었던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나 바다와 산,그리고 호수가 한데 어우러진 화진포에 이르러서는 일손을 놓은 채로 몇달 동안이나 꿈속을 헤메이며 허우적 대고 가슴이 꿍쾅 거려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환상속으로 빠져 들고 말기도 하였다.
한점 연고도 없는 낮선 곳이지만, 자연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펼쳐진 화진포는 나의 남은 인생을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낙점이 되었다.
황량하기만 한 토지의 한 귀퉁이에다 천막을 조그맣게 짓고 격주로 드나들며 자신을 시험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지내길 6개월여 만에 90KG 이었던 몸무게는 76KG으로 떨어 졌고,38인치나 하였던 허리 둘레는 32인치로 줄어 들었다.
무엇 보다도 늘 아침이면 머리가 무겁고, 피곤을 달고 다니던 찌든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 날아만 갈 듯한 가볍고 상쾌한 모습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기억에서 사라 졌던 수많은 일들이 마치 영화 한장면을 보는 것 처럼 생생히 되살아 나기도 하고,몸속을 점유하고 있던 지방간이며,당뇨며, 고혈압이며,신경질적이던 성격 조차도 서서히 사라져 버리고.....
마침내, 천막을 뜯어 버리고 금강소나무가 병풍 처럼 둘러 쳐진 농원의 언덕 위에 하얀 집을 한채 짓고 그 속에서 여생을 보내리라 결심을 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아직도 서투르기만 한 초보 농삿꾼이지만, 농원의 나무 하나 돌멩이 하나 나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흙속에 묻혀 살아 왔다.
더우기나 가족을 서울에 남겨 놓은 채로 홀홀 단신 뛰어 들어 시도한 농삿일은, 너무나도 극적인 삶의 한자락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푸르름이 가득해지고,그간의 시간을 보상도 하여 주는 보금자리로 변화된 농원은 영원한 삶의 터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하여 늘 써 왔던 일기장을 인터넷 블로그로 옮기기 시작한 이후로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즐거움도 배가 되었다.
급기야는 블로그가 인연이 되어 TV에도 출연하게 된 서울 촌놈이 되고야 말았다. 간간히 직업상 몇번 정도는 잠시 출연을 한적은 있어도 기획된 프로그램에 주연이 되어 긴 시간 동안 방송되기는 생전 처음이다.
농촌에 살게 되니 이런 일이 벌어 진 것이다. 좋은 일인지는 알수 없으나,늘 주변의 친구들에게 권해 왔던 시골의 전원생활이니 만큼, 모든 도시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출연을 하게 되었다.
KBS2 TV에서 11월 5일 아침 8시에 방영되는 "싱싱 일요일" 프로중 첫 테마인 "도시탈출 ! 전원을 꿈꾸다" 편에 소개가 된다.
극심한 가을 가뭄으로 올 농사가 신통치 않아서 별로 가볍지 않은 마음이었고,수확을 시작 하자 마자 궂은 날씨로 인하여 아름다운 농원의 모습을 아쉽게도 보여 주지 못할 것 같다.
결국에는,방송 녹화 하는 마지막 날 늦은 저녁 부터 기상천외한 폭풍우가 몰아 쳐서 그나마 남아 있던 소중한 나의 땀덩어리 들을 송두리째 내동뎅이 쳐 버리고 말았다.
작년에 비해 수확량도 적은 터라 참으로 아쉬운 자연의 심술이었고, 매년 모자라는 생산량인데, 올해는 벌써 부터 품절이 된 상품이 많다.
진부령이며 원통,심지어 홍천 지역 까지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도라지를 구입한 것이다. 매년 너무도 귀하고 값이 비싸서 많은 량을 구하지 못하여 극히 소량만 만들어 가까운 친지들에게 제공했는데,
올해는 충분한 량을 확보를 하였다. 다행히도 다 익은 후 떨어진 녀석들이라서 배즙을 달여 보니 작년 보다도 더 맛이 뛰어 나다.
대추나,생강도 중요하지만 도라지와 배가 맛과 효능을 결정한다. 도라지는 가을 가뭄으로 인하여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있어서 좋고, 배는 친환경 농산물인 "화진포금강배"를 사용하니 더욱더 그렇고...ㅎㅎㅎ
얼쑤~~ 장사도 잘한다....도시의 때가 아직도 덕지덕지 묻었나???
아무튼 TV에 출연하는 것을 알리는 일도 중요 하지만, 폭풍우 덕에 떨어진 엄청나게 크고 잘익은 녀석들이 사용될 뿐 아니라, 구하기 힘든 귀한 도라지 까지 넣어서 농원에서 직접 달인 것이니 그 얼마나 좋을 것인가?
소중한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가득했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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