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환상속의 상징적인 동물

곡산 2006. 2. 3. 18:08
 기린의 화석

중국에는 실제로 없는 환상적인 짐승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를 환수(幻獸)라 하는데 그 짐승의 출현으로 상징하는 것이 있다. 나타나면 상서로운 일이 수반된다 하여 서수(瑞獸)가 있고, 나타나면 어진 이, 곧 인군(仁君)이 나라를 다스린다 하여 인수(仁獸), 성인이 등장한다 하여 성수(聖獸)가 있다. 광화문 문전에 앉혀둔 해치( )는 인간사의 옳고 그름, 곧 곡직을 가리는 법수(法獸)다.

인수, 성수, 서수로 고루 불리는 환상적인 짐승이 바로 기린(麒麟)이다. 네 다리 짐승이자 외뿔인 일각수(一角獸)로 형체는 사슴을 닮은 것으로 기록에 나온다. 지금 중국 광둥성의 광저우 박물관에 2천만년 전의 동물화석이 전시되고 있는데 그 생김새가 일각수로 짧은 육각(肉角)이 붙었던 뿔 자리도 나있고 두부의 함몰 부분 등이 환상 속의 기린 같다 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곧 기린은 실존했던 짐승으로 탈(脫)환수의 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성군이 나타나는 조짐으로 봉황이 나르고 기린이 앞마당에서 논다는 시경(詩經)에 부합시켜 한나라 무제(武帝), 오나라 손권(孫權), 진나라 무제(武帝)가 등극할 때 나타났다는 기린은 아프리카 대륙에만 있는 기린 곧 Giraffe와는 크기나 모양새가 다르고 떼 지어 살지 않는다는 성향과도 다르다.

일각수의 실재 동물로 코뿔소와 인도의 야생 노새가 있는데 저돌적인 코뿔소는 살아 있는 벌레나 초목을 밟지 않고 다닌다는 어진 짐승인 기린과는 너무 동떨어지며 인도의 야생 노새는 기린의 생김새와 비슷하나 그것이 중국 고대사상에 흡입된 과정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의문을 표명하고 있다.

일설로는 수렵시대에 상서롭게 여겼던 천록(天鹿) 신앙이 문명화하면서 기린을 탄생시켰다고도 한다. 고분 벽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수렵시대의 짐승이 사슴이요, 사슴은 수렵시대의 생존과 밀접하기에 서상시(瑞祥視)했음 직하다. 전시된 화석이 기린인지 여부는 아랑곳없이 안갯속에 간직해온 신화가 신비를 잃어가는 것에 아련한 저항을 불금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