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매출 8조 원 日 기업 돈키호테..대기업까지 흉내내는 이유

곡산 2018. 9. 26. 11:03

매출 8조 원 日 기업 돈키호테..대기업까지 흉내내는 이유 | 인터비즈



2018.07.06. 15:55210,785 읽음

일본 여행을 즐기는 젊은 층에 돈키호테(Don Quixote)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보다 쇼핑 명소의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한국에선 최근 이마트가 돈키호테와 상품 진열과 동선 등이 유사한 '삐에로쑈핑' 매장을 선보이면서 언급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형형색색 안내 전단과 물건으로 빽빽한 진열대, 싸구려 간식거리부터 명품까지 다루는 현대판 만물상 돈키호테는 기존 유통업계의 공식을 뒤흔든 끝에 이제 한국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적을 보면 과연 소매점의 롤모델로 불릴 만하다. 돈키호테는 1989년 창립한 이래 단 한 차례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연매출 8300억 엔(약 8조5000억 원)을 기록해 일본 소매 업계 톱 10 안에 들어간다. 돈키호테는 어떻게 탄생한 기업일까. 도박 중독자에서 업계 거물이 된 돈키호테 창업자 야스다 다카오(69)의 비즈니스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야스다 다카오/출처 야스다장학재단(安田奨学財団)
마작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던 타짜... 밤의 매력 발견하다

야스다 다카오는 일본 오사카 태생이다. 전후 복구기인 1949년, 아버지가 고교 교사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프로레슬링 마니아에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장난꾸러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고교 2학년 때 뒤늦게 공부에 불이 붙어 명문대인 게이오기주쿠대학 법학부에 들어갔다. 갑자기 공부에 의욕이 붙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자서전에 따르면, 고향을 벗어나 화려한 도쿄로 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그의 활달한 기질이 시끌벅적한 도시를 향한 것이다.

대학 진학 후엔 방황의 연속이었다. 세련되고 말쑥한 동기들과 비교하면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는 여학우들과는 눈도 못 마주쳤다고 회상한다. 겉돈 끝에 학업에 흥미를 잃고 유급을 거듭하다가 졸업은 간신히 했다. 방황하는 사이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생활비가 끊기면서, 고토부키쵸의 여인숙촌에 살며 요코하마항에서 노역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그 와중에 마작에 빠지기까지 했다.

첫 취업은 작은 부동산회사였으나 회사가 도산하면서 10개월 만에 백수생활을 했다. 또다시 마작에 빠져 점차 꾼 이 되어갔다. 오늘날 그는 "타락한 삶 그 자체를 살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그렇다고 순수하게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방황하던 시간이었지만, 훗날 '돈키호테'의 심야영업은 이때의 시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이 시간이 있었기에 방황하던 젊은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한밤의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밤에도 누군가는 방황하고 고민하며 거리를 누빈다는 중요한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다카오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심야 시장'을 개척한다. 심야 영업은 돈키호테의 성장을 이끈 중요한 매력 포인트였다. 새로운 시간대의 시장을 개척해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돈키호테식 마케팅 기법과 심야 시장 개척도 시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재주 없던 다카오의 선택, '도둑 시장'
출처 돈키호테 공식 페이스북

마작에 빠져 방황하던 그는 어느날 이렇게 삶을 허비할 수 없다며 결단을 내린다. 필사적으로 모은 800만 엔으로 사업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 이렇다 할 재주도, 붙임성도 없던 그는 도산한 기업 등에서 발생하는 재고나 폐품 등을 헐값에 들여와서 싼값에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때 탄생한 것이 1978년 세운 '도둑 시장'이다. 이렇다 할 준비 없이 의욕만 가지고 시작한 도둑 시장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의 장사판이었다. 경영 이론은 물론이고 직원도 없이 다카오 혼자 진열, 판매, 가격 책정 등 운영 모두를 맡았다. 그러다 보니 가게는 점점 엉망이 돼갔다. 도산한 업체에서 물건을 받아오다 보니 잘 팔린다고 해서 늘릴 수도 없었고, 필요도 없는데 떠안는 물건도 많았다. 물건들은 산처럼 쌓였고 다카오조차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출처 인터비즈

제대로된 진열이 될 리가 없다. 선반마다 별 기준없이 상품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이른바 '압축진열'(바닥부터 선반, 천장에 이르기까지 물건을 가득 채우고 판매하는 형태)이 불가피했다. 경우에 따라선 물건값을 턱없이 내리고서라도 처분해야 할 상품들이 생겨났다. 엉망진창이라고 느껴지는가? 그러나  기하게도 사람들은 이와 같은 압축 진열을 더욱 흥미로워했다.

쇼핑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어지러운 물품 진열은, 소비자가 쇼핑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 매장에 들어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곳곳을 뒤지며 보물 찾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래 구매할 목적이 아니었더라도 재미있거나 눈에 띄는 제품들을 찾아 구매하게 된다. 또한 상자에 작은 구멍을 낸 후 손으로 직접 쓴 POP(point of purchase, 판매 현장에서 직접 이뤄지는 광고) 광고 글을 일일이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훗날 돈키호테로 이어져 매장의 상징이 됐다.

돈키호테의 탄생
출처 돈키호테 페이스북

도둑 시장 개업 2년 후, 판매량은 날이 갈수록 늘었고 어느새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야스다 다카오는 도매로 옮겨가 '리더'라는 도매회사도 설립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도둑 시장에서 시작해 리더도 연 매출 50억 엔을 달성하면서 성공한 기업인이 됐다.

그러나 이때도 자신의 소매점 판매 노하우를 떠들길 좋아했다고. 도매상으로  다카오는 "압축진열을 해보라"며 소매상인들에게 권유하고 다녔다. 그러나 소매상인들이 "물건을 팔려는 수작"정도로 치부하자 약이 오른 다카오는 결국 도매상에서 다시 소매업에 도전키로 한다. 심야시장과 압축진열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며 1989년 3월 새롭게 연 소매점의 이름이 바로 돈키호테다.

리더에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돈키호테에 도둑 시장의 압축 진열을 재현하기 위해 공들였다. 그러나 소매점의 덩치가 커진 뒤였고 야스다 다카오 혼자서 압축진열을 일일이 다할 순 없었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압축진열 노하우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물은 직원에 따라 달랐고, 다카오는 갈수록 화를 내는 일만 많아졌다. 점점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고, 다카오는 답답하기만 했다. 결국 그는 "직원들을 가르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포기하면서, 대신 매장 직원들에게 각자 자기 담당 구역을 나눠주고 진열은 물론이고 가격 책정까지 책임지게 했다. 일괄적인 지침 대신 최대한의 자율성을 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제야 직원들은 압축진열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일본 전국의 매장은 각기 다른 독창성을 가지게 되었다. 진열 방식은 물론이고 구비된 물품부터 가격 책정까지 온전히 매장 직원에게 맡기는 돈키호테의 자율성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출처 돈키호테 공식 페이스북

지금의 돈키호테는 야스다 다카오가 겪은 위기 덕분에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운영하느라 물건을 쓰레기 더미처럼 쌓아 올릴 수밖에 없었던 덕분에 압축 진열이, 젊은 날 방황할 때 깨달은 밤의 매력 덕분에 심야 운영이, 말 안 듣는 직원 덕분에 개성 있는 매장 구성이 탄생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 어떤 위기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야스다 다카오의 집념은 돈키호테를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에도 매년 매출 신기록을 거듭하는 역사를 남긴다. 일본의 장기불황기와 온라인 쇼핑으로 트렌드 전환에도 저력을 가지고 성장을 이어온 것이다.

돈키호테의 성공전략은 'CVD+A'로 요약된다. 다양한 상품군을 확보하고 심야 영업을 통해 고객의 편의성(ConVenience)을 높였다. 여기에 저가 백화점으로서 가성비(Discount)를 강조한다. 여기에 추가할 것은? 바로 재미와 오락(Amusement)이다. 뒤죽박죽 진열을 통해 물건을 찾는 즐거움을 준다. 이와 같은 재미요소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꽂혔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돈키호테의 심야영업을 축제가 벌어지는 야시장처럼 여긴다. 돈키호테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10%에 이른다.

돈키호테의 승승장구는 계속되고 있다. 2020년까지 매장 수를 500개, 매출액을 1조 엔(약 10조 50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돈키호테의 성공은 온라인과 불황의 시대를 거치면서 살아남는 오프라인 매장의 조건이 무엇인지 의미있는 통찰을 던져준다.

인터비즈 최예지